삼성전자가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한 것은 완성차 진출이 아니라 전장부품사업에서 글로벌 1위업체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거듭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하만은 21일 서울 삼성 서초사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 뒤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디네쉬 팔리월 하만 CEO와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 사장, 박종환 삼성전자 전장사업팀 부사장은 본격적인 발표가 시작되기 앞서 손을 굳게 맞잡고 자신있는 표정으로 발표장에 나섰다.

하만 인수금액이 80억 달러로 삼성전자의 역대 최대규모인 데다 전장부품사업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만큼 향후 사업추진방향에 이목이 집중됐다.

팔리월 CEO는 “하만은 70년의 역사로 만들어낸 브랜드 경쟁력과 넓은 고객사 기반을 장점으로 삼고 있다”며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 반도체, 통신기술 등과 역량을 합한다면 강력한 시너지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전장사업 진출을 공식화하자 일각에서 완성차사업 진출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계기로 전장부품시장에서 전문성을 갖추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나타냈다. 

박종환 부사장은 “거액을 투자해 하만을 인수한 자체가 완성차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증거”라며 “삼성전자의 기존 부품사업과 시너지를 내 전장사업 1위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팔리월 CEO는 인수협상이 마무리된 뒤 손영권 사장과 함께 여러 완성차 고객사를 방문했는데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하만은 BMW와 벤츠, 토요타, 현대차 등 36개 이상의 글로벌 완성차업체를 고객사로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하만의 기존 고객사를 활용해 자동차용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타 전장부품 등을 공급할 수 있는 판로를 확대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과거는 PC가, 현재는 스마트폰이 부품 수요를 주도했다면 이제는 스마트카의 시대가 올 것”이라며 “그동안 완성차업체와 접촉하기 어려웠지만 이젠 하만의 고객사 기반을 활용해 진입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손 사장은 삼성전자가 전장사업팀을 출범한 뒤 1년 동안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검토한 결과 인수합병을 통해 시장에 빠르게 진입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가장 유리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삼성전자와 하만의 협력은 전장사업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등 기존사업에서 시너지를 낼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장기적인 성장목표를 이뤄내기 위해 인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팔리월 CEO는 기자간담회를 마친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직접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삼성전자의 사업장과 완성차 고객사 등을 방문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이뤄낸 연구개발성과를 둘러본 뒤 향후 사업추진에 대한 기대가 더 높아졌다”며 “삼성전자와 하만의 기업가치를 모두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 뒤 현재 임직원들과 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며 독립적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성현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