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 이란 전쟁에 중국 친환경 수출 급증, 전기차·태양광·배터리 '전쟁 특수' 본격화
- 이란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글로벌 원유와 가스 공급망 불안이 커지면서 각국이 에너지 안보 확보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세계 최대 친환경제품 제조국인 중국은 이를 계기로 태양광과 배터리 및 전기차 수출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늘어났다.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중국 관련 업계가 본격적으로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친환경 월별 수출 260억 달러 사상 최대, 태양광·배터리·전기차 동반 급증24일 오일프라이스와 닛케이아시아 등 외신을 종합하면 중국은 이란 전쟁 국면을 맞아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등 친환경 품목 수출을 대폭 늘리고 있다.에너지 전문매체 오일프라이스는 조사업체 엠버의 자료를 인용해 올해 3월 중국의 친환경 제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2% 증가한 257억7천만 달러(약 38조6천억 원)에 달했다고 보도했다.배터리와 태양광 및 전기차 등으로 구성된 친환경 제품의 3월 수출액은 전쟁이 벌어지기 전인 2월보다도 30%나 늘었다. 품목별로 보면 배터리 수출액은 100억 달러(약 15조 원)를 웃돌았다. 태양광 수출 규모는 지난 2월 21억 달러(약 3조1600억 원) 한 달만에 48억 달러(약 7조2천억 원)로 두 배 이상 급증했다.전기차 수출도 올해 1~3월 누적 210억 달러(약 31조6천억 원)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또한 중국승용차협회(CPCA)는 지난 4월 전기차와 하이브리브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수출량이 전년 동기 대비 111.8% 증가한 40만6천 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과 비교해도 18.3% 증가했다.반면 중국 내수 시장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란 전쟁에 따른 화석연료 가격 상승에 전반적으로 얼어붙었다.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8일에 내놓은 주요 경제 지표를 보면 4월 자국 산업 생산은 지난해 동기 대비 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3월 증가분인 5.7%에서 크게 뒷걸음질했다.소비 규모를 보여주는 소매 판매 증가분도 3월 1.7%에서 4월 0.2%로 후퇴했다. 이러한 내수 위축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제품 수출은 크게 증가한 것이다.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중국 2분기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4%로 하락할 것"이라면서도 "반면 중국의 친환경 기술은 세계 시장에서 선도적 지위에 힘입어 수출 실적에 점점 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중국의 친환경 제품 월별 수출액 그래프. 중국 해관총서 자료를 집계한 조사업체 앰버 자료. <그래픽 챗GPT로 작성>◆ 에너지 위기 맞은 신흥국·유럽 공략 강화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중국 친환경 산업으로 자금이 더욱 몰려들 공산이 더욱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화석연료 가격과 수급 상황에 변동성이 커진 리스크에 상대적으로 노출이 적고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산 전력원과 제품의 필요성이 커지기 때문이다.분석기관 아틀라스퍼블릭폴리시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5년까지 6년 동안 중국의 친환경 제조업 누적 투자액은 5097억 달러(약 767조 원)로 2위인 미국의 두 배를 웃돈다.이러한 투자를 바탕으로 중국은 친환경 제품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수요가 뒤따르고 있다.중국 둥펑자동차 산하 브랜드인 둥펑류저우자동차의 장언밍 동남아 지역 총괄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고객들이 수입 문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중국의 친환경 제품 수출 확대 추세는 세계의 투자 자금을 중국 친환경주로 유입시키도록 이끌었다.로이터에 따르면 이란 전쟁이 벌어진 2월28일 이후 3월 말까지 중국 증시의 'CSI 녹색전력' 지수와 'CSI 신에너지 지수'는 각각 6%와 2% 상승했다.이 지수들은 중국 내 친환경 에너지와 관련한 주요 기업의 주가를 추종하는 대표적 벤치마크 지수이다. 반면 일반 기업 모두를 담는 상하이 종합지수는 같은 기간 8% 하락했다.에너지 전문매체 E&E뉴스는 "이란 전쟁으로 타격을 입은 국가들은 중국의 에너지 기술에 의존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두 명의 언론인이 2024년 10월16일 중국 간쑤성 둔황에 위치한 산업 단지를 방문해 태양광 설비 현황을 취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에서 공급 과잉 시달리던 중국 친환경 산업 반등 기대이러한 상황은 내수에서 공급 과잉에 시달리던 중국 친환경 산업의 반등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중국 친환경 업계가 최근 과잉 생산과 가격 경쟁 심화로 수익성 악화를 겪었기 때문이다.로이터는 투자 조사기관 모닝스타의 분석을 인용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의 태양광 설비 제조 용량은 올해 전 세계 수요 전망치의 두 배를 충당할 수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중국 전기차 1위 기업인 BYD는 올해 1분기 내수에서 극심한 가격 인하 경쟁으로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38% 감소했다.이에 중국 산업정보부는 올해 4월9일 배터리 제조사 16곳을 소환해서 부적절한 경쟁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했다.이처럼 친환경 업계 전반이 과잉 생산을 겪는 상황에서 이란 전쟁에 따른 수출이 돌파구를 마련해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증권사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모듈 생산의 86%와 배터리의 80% 비중을 차지했다. 전기차는 68%로 나타났다.중동 전쟁 이후 에너지 패권 경쟁이 석유와 가스 중심에서 배터리와 태양광 및 전력망 중심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떠올라 중국의 지배력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결국 중국이 이란 전쟁에 따른 친환경 산업 특수를 누리는 가운데 세계 에너지 시장의 중심 축까지 이동해 수혜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투자은행 HSBC의 나탈리 블라이스 지속가능금융 글로벌 책임자는 로이터에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저탄소 기업들의 본거지"라며 "이 기업들은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준을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이런 구상에 따라 HSBC는 지난 18일 중국 친환경 기업에 투자 목적으로 40억 달러(약 6조 원) 규모의 특별 대출 패키지를 개설했다.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