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 AI 덕분 '경제성장률 3%' 전망에도 청년고용은 한겨울, 정부 '청년 경력 사다리' 과제 무겁다
-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으로 한국 경제의 올해 3%대 경제성장률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청년 고용시장은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이재명 정부가 AI 등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전문인력 양성과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AI가 사회초년생의 초급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청년의 경력 형성 과정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20일 정부와 관련 연구기관의 자료를 종합하면 AI 시대 청년 고용정책은 단순한 인재 양성과 채용 확대를 넘어 실제 업무 경험과 숙련 축적을 지원하는 '경력 사다리' 구축으로 초점을 넓힐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것과 달리 고용시장의 회복세는 상대적으로 더딘 데다 AI 확산이 사회초년생의 업무 구조를 바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전날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2%로 0.7%포인트 높여 잡았다.글로벌 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호황이 성장률 상향의 주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KDI는 올해 설비투자 증가율도 기존 전망보다 4.6%포인트 높인 7.9%로 제시했다.김미루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성장률 상향폭 0.7%포인트 가운데 약 0.6%포인트가 반도체와 그 파급효과에 따른 것으로 추산했다. KDI의 전망치는 정부가 7월 내놓은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제시한 3.0%도 웃도는 수준이다.반면 고용 전망은 낮아졌다. KDI는 올해 취업자 수 증가 전망을 기존보다 6만 명 줄인 11만 명으로 낮췄다. 정부가 7월 예상했던 15만 명보다도 적다.실제 청년층의 고용 부진은 현실로 확인되고 있다. 7월 청년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6%포인트 하락한 반면 실업률은 1.3%포인트 상승했다. 국책 연구기관에서는 AI가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직업의 특성과 AI와의 보완·대체 관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장재기·김동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해 8월 내놓은 '인공지능 시대, 고용 정책의 방향성' 보고서를 통해 AI 노출도가 높은 인문·사회과학 연구직, 법률직, 경영·행정·사무직, 교육직 등에서 AI 노출도 증가에 따른 고용 효과가 대체로 양(+)으로 나타난 반면 건설·채굴직과 생산직 등 AI 노출도가 낮은 직종에서는 음(-)으로 추정됐다.연구진은 연구직과 사무직 등에서는 AI가 자료 처리와 단순·반복 업무 등을 지원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등 노동과 보완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최근에는 같은 AI 고노출 분야에서도 사회초년생과 경력자의 영향이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한국은행 조사국 오삼일 고용연구팀장과 오영식 조사역이 18일 발표한 이슈노트 '청년고용 위축, AI 탓인가? 변화하는 경력 사다리와 대응 과제'를 보면, 최근 4년 동안 청년층 일자리는 28만5천 개 감소했으며 그 가운데 26만8천 개가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50대 일자리는 23만 개 늘었으며 그중 17만3천 개가 AI 고노출 업종에서 증가했다.생성형 AI가 자료정리와 문서작성, 기초분석, 단순코딩 등 사회초년생이 맡아온 초급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이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교육할 유인이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업무 경험과 조직 특유의 지식을 쌓은 경력자는 AI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AI의 활용 방식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연구진이 이용자가 과업 수행을 AI에 위임하는 '자동화' 비중에 따라 업종을 나눠 분석한 결과 자동화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청년고용 감소폭이 컸다. 반면 AI가 사람의 업무 수행을 보조하는 '증강' 비중을 기준으로 나눴을 때는 이런 관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19일 발표한 'KDI 경제전망 수정'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3.2%로 0.7%포인트 높여 잡았다. 사진은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연합뉴스>정부도 AI의 노동시장 영향을 정책 대상으로 삼고 있다.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직무별 AI 영향을 분석하는 한국형 AI 노출지수(K-AIOE)를 개발하고 청년 첨단·디지털 직업훈련을 확대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3대 메가프로젝트와 첨단산업 등에서 청년 전문인력 20만 명 이상을 양성하고 민간·공공에서 양질의 일자리 20만 개 이상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13일 비상경제본부 겸 경제관계장관 회의에서 '기업투자가 성장동력 확충과 청년이 선호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도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다만 AI가 사회초년생이 경험을 쌓던 초급 업무부터 바꾼다면 인재 양성과 채용 확대만으로는 청년의 경력 형성 문제를 해소하기 어려울 수 있다.한국은행 오삼일 팀장과 오영식 조사역은 실제 업무와 AI 활용, 숙련자의 지도를 결합해 청년이 경험과 숙련을 축적할 수 있도록 업무와 교육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미래내일 일경험과 일학습병행 등 기존 제도 역시 단기적 취업 기회 제공에 그치지 않고 다음 단계의 직무로 이동할 수 있는 경력 형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봤다.청년 임금뿐 아니라 멘토링에 투입되는 경력자의 노동시간과 현장 프로젝트 운영비 등을 지원하는 '경력 형성 지원금' 방식도 제시했다. 기업이 노동자의 역량을 높이는 '증강형 AI'보다 기존 업무와 인력을 대체하는 자동화를 선택할 유인이 커지지 않도록 기술투자와 인재 양성에 대한 정책지원의 균형을 점검할 필요성도 제기했다.정부가 잠재성장률 3% 달성을 목표로 AI 대전환을 비롯한 새로운 성장동력 육성에 나선 만큼 AI가 만드는 성장과 청년의 경력 형성을 연결하는 정책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AI 인재와 일자리 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초년생이 실제 업무와 AI 활용을 통해 경험과 숙련을 쌓을 수 있는 '경력 사다리'를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 청년 고용정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