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 미국 사법기관 공화당 요구에 '기후변화 가이드라인' 삭제, "공정한 판단 저해"
- 미국 사법기관이 공화당의 반발을 고려해 최근 발간한 지침서에서 기후변화 관련 가이드라인을 삭제했다.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연방사법센터가 지난해 12월 발간한 '과학적 증거 참고 메뉴얼'에서 기후변화 가이드라인을 삭제하기로 했다고 전했다.과학적 증거 참고 메뉴얼은 과학이나 기술 관련 소송이 많은 미국의 특성상 판사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연방사법센터가 주기적으로 발간하는 지침서다. 연방대법관이 발간을 주관하기 때문에 미국 판사들의 판결에 큰 영향을 미친다.지난해 12월 네 번째 개정판이 발간됐는데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을 담은 부분이 문제가 됐다.메뉴얼에는 판사들이 마이클 만, 나오미 오레스케스 등 기후학자들의 서적을 참고하라는 권고사항이 포함돼 있었는데 이들은 미국의 대표적 진보 성향 기후학자들이기 때문이다.또한 미국 각지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을 지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문제가 됐다.폭스뉴스는 연방사법센터가 의도적으로 진보 진영에 편향된 보고서를 발간해 미국 법원들의 공정한 판단을 저해하려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이 메뉴얼에는 잘못된 과학적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기후변화의 악영향을 담배가 암을 유발한다는 것처럼 완전히 확립된 과학의 영역으로 편입시키고자 했다'고 지적했다.미국 공화당은 메뉴얼이 지나치게 진보적 시각에 편향돼 있다며 연방사법센터에 이를 삭제할 것을 요구했다. 웨스트버지니아주, 네브래스카주, 몬태나주, 뉴햄프셔주, 텍사스주 등 27개 공화당 주 법무부는 공동으로 연방사법센터에 항의 서한을 제출했다.거듭된 항의에 연방사법센터는 결국 문제가 된 부분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사건은 객관적인 지침이 되어야 할 자리에 누군가가 이념을 끼워넣은 사례'라며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기후 쿠데타가 실패로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