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과경제
- [현장] 헌재 기후소송단 국회서 '탄소중립법 개정안' 공론화 규탄, "국민에 책임 떠넘기려는 꼼수"
- '탄소중립기본법 개정안은 설계부터 입법까지 헌법재판소 판결문에서 호명한 모든 권리 주체의 참여나 개입이 우선돼야 한다.'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위원장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탄소중립법 개정안 공론화 절차가 반드시 헌재가 규정한 국민 보호를 위한 원칙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11일 헌재 기후소송단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회의 탄소중립법 개정안 공론화 절차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헌재 기후소송단이란 앞서 2024년 8월 헌재가 내린 탄소중립법 기후소원을 주도한 곳이다. 원래는 유년기 아동들이 제기한 아기 기후소송, 청소년 기후소송, 시민 기후소송 등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헌재는 이들 소송을 하나로 통합해 심의를 진행했다.그 결과 헌재는 현행 탄소중립법은 2031~2049년까지 장기감축경로를 명시하지 않아 국민을 기후위기로부터 보호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고 이를 시정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명령했다.김 위원장은 '헌재가 명확한 법 개정 원칙을 제시했음에도 국회는 다시 이 공을 시민에게 떠넘기면서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한다'며 '헌재가 답안지를 주었는데 무엇을 시민에게 다시 묻겠다는 것인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2050년 탄소중립 달성까지 필요한 온실가스 감축량 만큼 목표를 설정하면 되는데 굳이 국민들에게 의사를 되묻는 절차가 왜 필요한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김 위원장은 '시민이 준 권한을 지체하지 않고 책임있게 수행하는 것이 마땅한데 다시 시민을 앞세워 공론화 운운하는 것은 어딘지 모를 기시감이 든다'고 설명했다.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은 앞서 지난해 9~11월까지 있었던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공론화 절차를 말하는 것이다. 당시 시민들은 글로벌 기후목표를 준수하는 경로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2035 NDC는 최소 65%까지 설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실제 나온 목표는 53~61%로 이에 한참 못 미쳤다.당시 정부는 53%라는 하한선을 설정한 것은 산업계의 부담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기후소송단은 이번 장기감축경로 공론화 과정에서는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최창민 플랜1.5 변호사. <비즈니스포스트>김 위원장은 '이번 공론화는 어디까지나 헌재 판결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사회적 합의 과정이지 이해당사자 간의 기계적 균형 합의 조정은 아니어야 한다'며 '2035 NDC처럼 마치 한 측에는 산업계, 또 한 측에는 시민사회가 있는 것처럼 틀을 맞춰 이들의 중간선을 맞추는 문제 풀이가 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김보랑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2024년 8월 헌재는 분명히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의 선의나 시혜가 아니라 기휘이기라는 위험 속에서 국민이 마땅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의 문제라는 것이라고 명시했다'며 '국회는 이 결정을 이행하며 책임을 다했어야만 한다'고 지적했다.이어 '하지만 지금 국회가 하는 공론화는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 목적으로 보인다'며 '국회는 헌재 결정을 오히려 자신들의 책임을 가리는 방패로 쓰고 있으며 공론화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결단을 내리는 근거가 아닌 결정을 미루기 위한 지연의 명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실제로 국회는 이번 공론화 기간을 두달로 잡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헌재가 설정한 시한인 2월28일을 넘기게 된다.김 활동가는 '지금 공론화는 국회가 나중에 욕 먹지 않게 보험을 드는 것이고 우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들었다는 식의 면책 구조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며 '결국 국회의 목적은 책임을 다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교묘하게 책임을 회피하는 것인가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제는 중학생이 된 당시 아기 기후소송 당사자는 현장에서 '우리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닥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힘이 없는 상태'라며 '국회는 2년이라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지만 마감 기한이 다 돼서야 일을 시작한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대통령이 바뀌고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스스로 느끼기에는 지금 바뀐 것이 거의 없다'며 '그동안 정부의 답변은 늘 같았는데 기술적 어려움, 경제적 어려움이 있다는 것뿐이었다'고 지적했다.기후소송단을 대리해 소송 과정을 진행했던 최창민 플랜1.5 변호사는 국회가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시민 보호에 부합하지 않는 장기감축경로를 설정하는 행위는 중대한 법 위반 행위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최 변호사는 '헌재는 감축목표를 설정할 때에는 미래의 환경적 조건에 대한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헌법적으로 요청된다고 강조했다'며 '이러한 이러한 시대적 설명과 헌법적 요청을 받들어 국회는 공론화와 개선 입법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