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 2차 사법리스크 '무죄'로 한숨돌린 이재명, 대여공세 고삐 쥘 기회 얻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월 사법리스크의 두 번째 관문인 위증교사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이 대표로서는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1심 유죄 판결 이후 혼란이 발생했다고 평가되던 민주당 내부를 빠르게 수습하고 대여투쟁 강도를 높이는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됐다.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위증교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이 대표 위증교사 사건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고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 출신인 김진성씨에게 전화를 걸어 위증을 요구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이 핵심이다.이 대표는 변호사시절 '분당 파크뷰 특혜분양 사건'과 관련해 김 전 시장을 취재하던 KBS 피디와 함께 검사를 사칭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대법원으로부터 2004년 벌금 150만 원의 형을 확정 받았다.그런데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뒤 당시 검사사칭 사건과 관련해 "누명을 썼다"고 발언해 공직선거법 재판을 받게 되자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청했다는 것이다.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요청한 내용이 '통상적 범위'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재판부는 "이재명이 김진성과 통화할 당시 김진성이 증언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증언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다"며 "이재명이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설명했다.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이재명에게 김진성으로 하여금 위증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 즉 교사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판시했다.이 대표는 11월 사법리스크 2차 관문으로 여겨졌던 위증교사 사건에서 무죄 선고를 받음에 따라 당내 리더십과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서의 입지가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유죄 판결에 이어 이날 위증교사 사건 1심까지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았다면 '유죄' 이미지가 각인되는데다 피선거권 상실로 이 대표가 다음 대선에 출마할 수 있을지에 관한 의구심이 커질 수 있었지만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이런 상황을 고려한 듯 이 대표의 무죄 판결이 나오자 박지원, 서영교, 박주민, 진성준, 김용민, 김현 의원 등 민주당 의원들 상당수가 환영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대여투쟁의 의지를 다졌다.5선 중진인 박지원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위증교사 무죄는 기쁜 소식"이라며 "지금의 시련을 이기면 이재명은 국민의 지도자가 되고 우리 민주당은 수권정당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뭉치고 끝까지 싸워 윤건희(윤석열-김건희) 정권을 반드시 심판해야한다"고 강조했다.이 대표에게도 정치적으로 이번 위증교사 1심 무죄 판결이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자신의 재판과 관련해 검찰의 '정치 기소'라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이 대표의 판결이 나온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윤석열 정권의 정치검찰이 아무리 정적을 제거하려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낼 순 없다는 걸 증명한 판결"이라며 "민주화 이후 선출되지 않은 임명직 권력이 유력 대선 후보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한 전례는 없다는 걸 강조하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김민석 민주당 수석최고위윈도 지난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선고, 그 이후 검찰이 이 대표를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을 보면 이 대표 관련 모든 사안이 총체적으로 사법 살인 시도라는 게 확인했다"고 주장했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모습. <연합뉴스>국민의힘은 재판부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이 대표가 반전의 기회를 갖게된 상황에 씁쓸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위증한 사람만 유죄이고 위증교사한 사람은 무죄라는 위증교사 1심 무죄 판단을 수긍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아쉬움은 남는다"는 짧은 입장을 밝혔다.애초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위증교사 사건에서는 유죄 판결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그러나 이 대표가 금고형 이하도 아닌 '무죄'를 선고받음으로써 징역형 판결이 내려진 공직선거법 1심 선고에 관해 '부당한 판결'이라는 민주당 지지층들의 인식이 더욱 강해지고 당 내부 결속도 더욱 다져질 것으로 보인다.공진성 조선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25일 KBS라디오 무등의아침에서 "오늘 판결이 무죄가 나온다면 지난번 (공직선거법) 판결의 타당성에 대한 의심이 굉장히 강해지고 민주당 지지자들이 재판에 관해 갖고 있던 의혹이 확증되는 것 같은 느낌을 받기 때문에 (민주당의) 단일대오가 계속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박수현 민주당 의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에) 이 대표 말고 대통령 후보를 할 인물이 현재 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국민과 당원이 합의를 한 사항"이라고 강조했다.이 대표의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을 막게 된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추진하는 여러 대여공세 방안들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이 오는 26일 국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표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또 같은 날 '세관 마약 수사외압'과 '삼부토건 주가 조작 사건' 등을 수사대상으로 하는 상설특검 도입을 위한 국회규칙 개정안도 처리한다는 구상을 세웠다.이와 함께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린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검사탄핵도 본회의에 보고한 뒤 표결을 진행한다.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MBC뉴스외전에서 "이 대표가 오늘도 중형을 받았다면 민주당이 위축될 공산이 컸다"며 "하지만 위증교사 무죄로 공직선거법 유죄판결이 상쇄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힘에서도 특검법안 추진 동력이 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다만 이 대표는 판결이 끝난 뒤 대여투쟁 대신 민생을 강조했다. 다른 재판들에 관한 법적 대응에 주력하면서 국민들에게 수권전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이 대표는 법원의 판결이 끝난 뒤 "우리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이나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은 미미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