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사회

- '단식'으로 윤석열 파면 요구 앞장선 김경수, 비명계 대표 대선주자 위상 얻나
- 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장기간 단식투쟁을 벌였던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활동을 재개한다.김 전 지사는 단식 투쟁을 펼치며 지지자들과 소통하는 등 정치적 명분을 쌓았다. 이에 그가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대선주자로서 입지가 높아질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30일 정치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단식투쟁 이후 건강을 회복하고 조만간 조기대선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 전 지사는 14일 동안 단식투쟁을 펼치다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이후 지난 28일 병원에서 퇴원한 뒤 곧바로 광화문 광장을 다시 찾았다.김 전 지사는 헌법재판소(헌재)의 신속한 탄핵심판 선고를 요구하며 윤 대통령 파면이 확정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그는 광화문에 나온 시민들과 인사를 나눈 뒤 "헌법재판소에서 판결을 했어도 진작 했어야 되는 상황"이라며 "대한민국이 민주주의의 위기만이 아니라 이렇게 계속 간다면 생존의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헌재가 이런 위기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한다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국민과 역사의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김 전 지사는 경복궁 인근의 시민단체를 비롯해 광화문에 설치된 민주당 천막 당사를 찾아 현장에 있던 의원들과 악수를 나누며 윤 대통령 파면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는 의지를 다졌다.대다수의 민주당 당원과 소속 국회의원들이 윤 대통령 탄핵을 위해 투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 전 지사가 투쟁에 적극 동참함에 따라 민주당 안에서 그의 위상이 '회복'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그가 지난해 말 정치활동을 재개하면서 '이재명 체제' 비판에 중점을 뒀고, 이 때문에 민주당 지지층 안에서 비판적 흐름이 형성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제는 함께 싸우는 동지로서 정서적 간극이 줄어들고 있는 셈이다.이러한 김 전 지사의 행보는 '민주당 1극 체제'를 거론하며 이재명 대표 견제에 무게를 두고 있는 김부겸 전 국무총리나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과 비교된다.사실 김 전 지사도단식투쟁 이전까지 두 사람과 큰 틀에서 다르지 않았다.김 전 지사는 지난해 총선 과정에서 '이재명의 민주당'에 실망해 당을 떠난 이들을 끌어안으라고 주장했고 다시는 대통령이 계엄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원포인트 개헌'을 주장하기도 했다. 또한 조국혁신당이 주장한 '통합형 국민참여경선제' 수용 검토도 요청했다.윤 대통령 '파면'보다는 '대선'을 염두에 둔 발언과 행보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 구속이 취소된 뒤 검찰이 즉시항고를 포기하자 윤 대통령 파면 투쟁으로 뛰어들었다.단식투쟁이 당장 차기 대선주자로서 김 전 지사의 지지도 상승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민주당 지지층들에게 각인 효과는 줄 수 있다.김 전 지사는 이재명 대표의 선거법 항소심 무죄 판결과 관련해서도 이 대표 지지층과 호응하는 메시지를 냈다.김 전 지사는 26일 이 대표 항소심 무죄 판결이 나온 뒤 페이스북에 "애초부터 야당 대표를 겨냥한 정치 보복 수사이자 무리한 기소였다"며 "무리한 수사와 기소의 원인이 된 관련 선거법과 사법 제도도 반드시 바로 잡아야겠다"고 밝혔다.물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 무죄 판결로 '사법리스크'를 떨쳐내면서 비명계의 활동 공간이 좁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민주당 일각에서 '이재명 대선후보 추대론'이 언급될 정도다.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은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와 관련해 "고민하고 있지만 경선기간이 짧다"며 "아무리 좋은 얘기를 해도 이재명 대선후보 추대에 들러리를 선다는 평가를 받으면 참 맥빠지는 일"이라고 말했다.그러나 조기대선 국면에서 비명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 대표 쪽도 '추대'보다는 비명계 인물과 너무 강한 대립각을 세우지 않는 적절한 정도의 '경선'을 거치는 게 더욱 좋다.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치판과 정당에서 추대가 좋은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가 대권을 꿈 꾸는 후보군들을 계속 만나 그분들에게 같이 경쟁하자며 문호를 열어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14일째 단식을 이어가던김경수전 경남도지사가 22일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단식투쟁을 펼치면서 정치적 명분을 쌓은 김 전 지사가 비명계 대선주자의 대표 입지를 쌓는다면 이 대표에게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다.김 전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적자'로서 김동연 전 경기도 지사나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 등과 비교해 친문계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당내 기반을 갖추고 있다.이 대표도 김 전 지사가 단식투쟁을 펼칠 때 직접 찾아와 '함께 싸우자'고 했고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위로의 메시지를 보냈다.유시민 작가는 지난 2월 유튜브 방송에서 김 전 지사의 행보에 관해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두고 '착한 2등' 전략을 펼쳐야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민주당 관계자는 "김 전 지사가 단식을 펼치는 걸 본 뒤 말로만 투쟁하는 다른 비명계 대선주자들보다 우호적 시선이 많아진 건 사실"이라며 "윤 대통령 파면이 확정된 이후에 김 전 지사가 어떤 행보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