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스마트카 주도 황승호, '친정' 삼성전자와 맞대결  
▲ 황승호 현대차그룹 차량IT개발센터장(부사장)이 지난 1월5일 세계 최대 가전쇼 ‘CES 2016’이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아자동차 기자회견을 열어 자율주행 기술 개발 계획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달리는 차안, 남자가 운전을 하다 운전석 왼쪽 버튼 하나를 누른다. 운전에서 자유로워진 남자는 옆 좌석에 앉은 연인을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다 키스를 한다.

최근 방영된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한 장면이다.

달리는 차안에서 주저없이 애정을 표현하는 일도 이제는 현실이 됐다. 자율주행차량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차량은 현대차의 제네시스 EQ900이었다. 현대차는 태양의 후예가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덕분에 투싼 등 여러 차량을 협찬한 효과를 톡톡히 누렸는데 그중에서도 압권은 제네시스가 선보인 이른바 ‘스마트카’ 기술이다.
 
이 장면은 과도한 간접광고라는 비난과 도로교통법 위반 논란도 불렀지만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차량IT 관련 연구를 총괄하는 사업부를 ‘차량지능화사업부’로 변경했다. 스마트카로 통칭되는 미래 자동차 기술개발을 진두지휘하는 부서다.

현대차는 이 부서를 통해 기존 차량과 IT를 융합해 연구하는 차원을 넘어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기술개발과 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서려고 한다.

차량지능화사업부를 이끄는 수장은 황승호 부사장이다. 흥미로운 점은 황 부사장이 삼성전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그는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에서 전자공학 박사학위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이다. 삼성전자에서 LSI사업부와 M&C사업팀장을 지내다 2014년 현대차로 영입돼 차량IT서비스 사업을 진두지휘해왔다. 황 부사장은 특히 모뎀 및 시스템반도체 개발 전문가로 알려졌다.

  현대차 스마트카 주도 황승호, '친정' 삼성전자와 맞대결  
▲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서대영(진구)이 자율주행 모드를 선택한 뒤 연인인 윤명주(김지원)에 키스를 하고 있다.
황 부사장은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6(국제 전자제품 박람회)에 참석해 기아차의 자율주행 브랜드 ‘드라이브 와이즈(DRIVE WISE)’를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당시 2018년까지 모두 2조 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완전 자율주행차를 양산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업계는 현대차가 차량지능화사업부를 통해 차량과 IT기술을 접목하는 데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삼성전자와 일정 정도 맞대결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 차량전장사업에 진출한다는 청사진을 내놓은 뒤 전장사업팀을 신설했다. 삼성그룹 전장사업팀장은 박종환 부사장이 맡고 있다.
 
그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삼성전자에 입사했다. 삼성그룹에서 옛 구조조정본부 재무팀과 삼성전자 경영전략 담당을 맡았으며 생활가전사업부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했다. ‘기술통’은 아니지만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옛 삼성자동차에서 경영전략담당으로 일한 경험도 있다.

미래형 자동차인 스마트카의 핵심은 전기구동장치와 자율주행, 네트워크 연결성, 인포테인먼트시스템 등이다.

자동차와 IT를 각각 대표하는 현대차와 삼성전자가 이 시장에서 격돌하게 되면 두 회사의 핵심 인력 유치 경쟁도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황 부사장의 경우처럼 현대차의 미래 자동차사업을 이끌면서 ‘친정’인 삼성전자를 향해 칼끝을 겨누는 상황이 벌어지게 되는 셈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