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경제 공동체 구성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느슨한 경제 협력 수준이 아닌 유럽연합(EU)과 같은 완전한 통합 연대를 통해 세계 4위 경제권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2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지난 15일 인터뷰에서 “인공지능(AI)이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 등을 위한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는 반도체 분야에 강점을 지닌 한국과 일본에 커다란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SK 최태원 "한국-일본 EU처럼 경제공동체 필요, 세계 4위 경제권 가능"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25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회관에서 열린 취임 4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최 회장은 “일본에 투자할 의지는 분명하다”면서도 “불확실성이 줄어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치열해지는 무역 전쟁과 관세 정책 등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어 한국과 미국이 EU와 같은 경제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한국과 일본의 교역만으로는 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제 공동체 구축으로 사회적 비용이나 경제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 표준을 주도하는 ‘룰 세터’가 되는 등 시너지가 생긴다”며 “미국, EU, 중국에 이어 세계 4위 경제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와 관련해서는 “이러한 방식도 좋지만, 일본과는 느슨한 경제 연대가 아닌 EU와 같은 완전한 경제 통합 연대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최근 CPTPP에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요미우리 역시 중국이 세계 주요국을 대상으로 경제적 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의 협력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 회장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맞춰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일 기업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미래 협력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 개최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AI 반도체 시장과 관련한 의견도 밝혔다.

그는 “고대역폭메모리(HBM)만 보면서 AI를 설명할 수는 없고, AI 데이터센터에 쓰는 메모리를 총칭해 ‘AI 반도체’라고 부르고 싶다”며 “현재 대화형 AI 서비스가 에이전트 단계로 진화하면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하고, AI 생태계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