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의 도시정비사업 각축장인 서울에서조차 선택과 집중에 따라 올해 수의계약이 줄을 이었는데 지방에서는 수주전이 아예 자취를 감췄다.

내년에도 서울에는 압구정·여의도·목동 등 대형 정비사업지가 대기하고 있는 데다 지방에서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위험이 여전히 높아 이같은 흐름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서울과 지방의 아파트 가격 격차가 더욱 벌어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올해 대형 건설사 수주전 '서울 집중', 내년도 미분양 위험에 지방 외면 이어지나

▲ 올해도 대형 건설사 사이 도시정비 수주전이 지방에서는 자취를 감췄다. 사진은 서울 아파트. <연합뉴스>


2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서울 이외 지역에서 대형 건설사 사이 재건축 및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시공권을 둔 맞대결은 없었다. 

대형 건설사 참여 기준으로도 포스코이앤씨가 올해 초 두산건설과 경기 성남시 은행주공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을 두고 맞붙은 것이 전부였다. 

올해 10대 건설사 수주전이 지난해보다는 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건설사들의 이른바 ‘서울 올인’ 현상이 이어진 셈이다.

2025년은 1월 초부터 한남4구역(삼성물산·현대건설)을 시작으로 6월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HDC현대산업개발·포스코이앤씨), 8월 개포우성7차(삼성물산·대우건설) 등에서 대형 건설사 사이 경쟁입찰이 이어졌다. 

대형 건설사가 중견 건설사와 맞대결한 사례를 더하면 성남 은행 주공(포스코이앤씨·두산건설)과 강남원 효성빌라(대우건설·효성중공업)까지 5곳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여의도 한양(현대건설·포스코이앤씨)과 도곡개포한신(DL이앤씨·두산건설) 등 단 2건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건설업계는 특히 올해 서울 내에서도 핵심 사업지에서만 경쟁입찰에 발을 들이는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갔다.

입지가 뛰어나고 브랜드 가치를 크게 높일 수 있어 도시정비 전장으로 꼽히는 강남3구에서도 유찰에 따른 수의계약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잠실우성 1·2·3차(GS건설)과 개포주공 6·7(현대건설), 삼호가든 5차(삼성물산), 압구정 2구역(현대건설) 등이 대표적이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해 도시정비사업 흐름이 서울 내에서도 특정 지역에 집중된 것을 필연적 상황으로 바라본다. 공사비는 올랐는데 미분양 위험이 존재하는 지방에서 자원을 들여 수주전을 벌일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 6만9069호 가운데 74.5%(5만1518호)가 비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악성 미분양’ 문제는 더욱 심각한데 준공 후 미분양 2만8080호 가운데 84.5%가 비수도권에 위치해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는 일단 지으면 분양가 상한제에 주변 시세보다 싸고 정비사업 특성상 미분양 위험이 적어 업계 관심이 몰린다”며 “설사 미분양이 나도 가격은 우상향하니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완판돼 서울 핵심지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의 지방 수주전 실종은 결국 갈수록 지방과 서울 사이의 부동산가격 차이를 벌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 단지의 격차가 대표적이다.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건설사는 조합원 마음을 사기 위해 일반적으로 최상급 주거 브랜드도 내건다. 최상급 브랜드가 없다면 올해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 사업을 따낸 HDC현대산업개발처럼 특화 브랜드(더 라인 330)를 제안하기도 한다.

대형 건설사들은 서울 핵심지에서는 수주전도 치르기 전부터 상표권 등록 등을 통해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시사하며 영업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친다.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이 향후 집값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조합 측에서 건설사에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다만 지방에서는 수주전 실종에 따른 하이엔드 감소로 서울 집중이 심화될 수 있는 셈이다. 현재로서는 서울과 지방 사이 분양가도 이미 차이나 하이엔드 적용 공사비 회수도 어려울 수 있는 실정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1월말 기준 최근 1년 사이 서울 신규 분양 민간 아파트 단위면적(㎡)당 분양가 평균은 1525만7천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평균 606만3천 원의 2.5배 수준으로 수도권(936만3천 원)이나 5대 광역시·세종시(652만6천 원), 기타지방(425만3천 원)을 크게 웃돈다.
 
올해 대형 건설사 수주전 '서울 집중', 내년도 미분양 위험에 지방 외면 이어지나

▲ 2026년도 주요 도시정비 격전지로 꼽히는 성수 전략정비구역. 가장 규모가 큰 1구역은 사업비만 2조 원에 이른다. 사진은 서울 성수 전략정비구역 경관계획. <서울시> 


대형 건설사 사이 수주전이 이전에는 서울 외 지역에서도 꾸준히 성사되며 시장을 달궜다.

2023년 말에는 포스코이앤씨와 대우건설이 경기도 안산 주공6단지 재건축 사업을 놓고 경쟁입찰을 벌였다. 포스코이앤씨는 안산시에 2만여 가구를 공급해 당시 ‘터줏대감’으로 불린 대우건설을 제치며 첫 발을 들였고 신규수주도 4조5938억 원으로 최고기록을 갈아치웠다.

2024년 초에는 당시 부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 촉진 2-1구역 재개발 사업을 두고 포스코이앤씨와 삼성물산이 맞붙었다. 포스코이앤씨는 삼성물산을 제치고 총 공사비 1조3천억 원 가량의 사업을 따냈고 비수도권 최초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내걸었다.

하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건설사의 지방 외면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건설사가 지나치기 힘든 대규모 정비사업장이 시공사 선정을 앞둬서다. 현재 성수 전략정비구역 1~4구역과 압구정 1~5구역, 목동 신시가지 등 굵직한 사업지가 내년 시공사를 고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내에서도 입지와 사업성, 혹시 모를 미분양 등을 철저히 따져 사업 도전을 검토한다”며 “내년에는 서울 핵심지에 정비사업장 다수가 대기하고 있어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미분양 위험이 있는 지방에는 굳이 들어갈 유인이 적다”고 바라봤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