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5일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에너지 박람회 BIXPO에서 관람객들이 팩토리얼의 전고체 배터리를 구경하고 있다. <팩토리얼>
현대자그룹도 해당 업체에 투자하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에 협업하고 있는데 수혜를 입을 수 있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1일 뉴욕타임스와 일렉트렉 등 외신을 종합하면 팩토리얼에너지(이하 팩토리얼)는 비중국 업체 가운데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18일자 기사를 통해 “팩토리얼은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 양산차에 전고체 배터리를 성공적으로 적용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했다.
앞서 팩토리얼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메르세데스-벤츠 전기차 EQS는 8월 말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스웨덴 말뫼까지 1205㎞ 거리를 시험 주행했다.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 또한 내년부터 팩토리얼이 제조한 전고체 배터리를 전기차에 탑재해 시험 주행할 예정이다.
팩토리얼은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내년 미국 증시에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합병을 통한 우회 방식으로 상장도 추진한다. 초기 자본금 1억 달러(약 1478억 원)는 배터리 생산에 사용한다.
시유 황 팩토리얼 최고경영자(CEO)는 뉴욕타임스에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자동차에 탑재할 계획”이라며 “상장은 상용화에서 중요한 전환점”이라고 말했다.
전고체 배터리는 전기차의 약점으로 꼽는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대폭 개선할 제품으로 각광을 받는다. 배터리에 전해질을 기존 액상과 달리 고체로 만들어 무게를 줄이고 내부 물질이 새 나오는 일을 막기 때문이다.
▲ 메르세데스-벤츠 임직원이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팩토리얼의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EQS 차량을 시험 주행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이러한 장점은 미국과 유럽 등의 전기차 ‘역주행’ 정책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을 키운다.
미국과 유럽 등 정부는 최근 전기차 보조금을 삭감하고 배출가스 규제를 완화했다.
이에 전기차 수요가 줄면서 포드와 같은 기업은 전동화 전환에서 발을 빼고 있는데 전고체 배터리가 상황을 바꿔낼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일단 전고체 배터리는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기업을 중심으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전문매체 일렉트렉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은 전고체 배터리 양산 설비를 완성하고 최근 가동을 시작했다고 11월21일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팩토리얼이 상장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전고체 배터리 생산에 돌입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팩토리얼은 현대차그룹으로부터도 투자를 받고 전고체 배터리 기술을 협력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와 기아는 2021년 10월29일 팩토리얼에 전략적 투자를 하고 전고체 배터리 공동개발협약(JDA)을 맺었다고 밝혔다. 투자금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현대차와 기아도 팩토리얼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 또한 수년 전부터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경기 남양과 의왕 및 마북 등 연구소에 배터리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내재화 시도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배터리 공급망은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기업 단독으로 해내기 쉽지 않다.
전기차 기업의 대명사인 테슬라조차 배터리 자체 제조에 나섰지만 여전히 LG에너지솔루션이나 CATL 등으로부터 고성능 배터리를 조달하는 처지다.
결국 주력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가 침체해 현대차로서는 팩토리얼이 미국 상장을 발판으로 자금을 모아 전고체 배터리를 생산할지 여부에 주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시유 황 CEO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내연기관차로 전환하는 추세에 낙담하지 않는다”며 “미국 소비자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차세대 배터리가 필요하다”고 의지를 보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