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디스플레이가 2026년 애플의 하드웨어 혁신에 힘입어 실적 성장 정체를 극복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비즈니포스트>
삼성디스플레이는 터치 스크린 버전의 '맥북 프로'와 폴더블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전량 공급하는 것이 유력한 만큼, 경쟁사와 격차를 벌릴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인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은 애플 OLED 공급을 선점,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패널 경쟁 심화로 잠시 정체됐던 실적 성장세를 다시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IT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애플이 2026년 하반기 OLED 패널을 적용한 '아이패드 미니'를 선보이면서, OLED 태블릿 시장이 급격하게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애플은 그동안 고가 모델인 '아이패드 프로'에 OLED 패널을 적용해왔는데, 차세대 제품에는 저가 모델 '아이패드 미니 8'에 OLED 패널을 탑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IT매체 WCC테크는 "아이패드 미니 8은 8.5인치 OLED 화면을 탑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아이패드 미니 7의 8.3인치 액정표시장치(LCD) 디스플레이 패널보다 약간 더 커지는 것"이라며 "다만 애플은 아이패드 가격을 낮추기 위해 탠덤 OLED 대신 단일 레이어 OLED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탠덤 OLED는 발광층은 두 층 이상으로 수직으로 쌓아 올린 구조로, 더 밝은 화면을 구현할 수 있고 패널의 기대수명을 늘릴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 7월부터 아이패드 미니 8에 들어갈 8.5인치 OLED 패널을 양산에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상 공급량은 약 500만 대에 이른다.
애플의 OLED 적용 확대로 내년 태블릿용 OLED 패널 시장은 뚜렷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 측은 2026년 태블릿용 OLED 출하량이 올해 대비 39% 증가한 1500만 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애플이 내년 출시하는 노트북 '맥북 프로'도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패널을 독점 공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맥북 프로에 들어가는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3분기 가동하는 아산캠퍼스 IT용 8.6세대 OLED 생산라인에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OLED 맥북 프로 출하량은 2026년 200만 대 수준에서 점차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간 맥북 출하량은 약 1800만 대로 이 가운데 맥북 프로가 50% 정도를 차지한다.
▲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2025년 11월19일 아산캠퍼스에서 열린 삼성디스플레이 사내소통행사에서 직원들에게 경영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폴더블 아이폰에 들어가는 7.8인치 OLED 디스플레이를 독점 공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9년부터 삼성전자 갤럭시Z 시리즈에 폴더블 패널을 공급하며 기술력을 쌓아온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와 비교할 수 없는 폴더블 디스를레이 경쟁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이 요구하는 폴더블 패널의 주름 해소와 내구성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랜드 파워를 갖춘 아이폰 폴더블은 출시 첫해부터 흥행에 성공해 글로벌 폴더블폰 시장점유율 20% 이상을 확보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측은 "애플의 첫 폴더블폰 출시로 2026년 폴더블 패널 출하량은 올해보다 46%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가 폴더블 아이폰용 패널을 독점 공급하며 시장점유율은 50%를 넘어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몇년 동안 성장 정체에 시달려왔다.
2023년 5조5700억 원에 달했던 영업이익은 2024년 3조7000억 원으로 급감했고,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2조4천억 원에 그쳤다.
이는 애플 공급망 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023년까지 아이폰에 OLED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LG디스플레이 등 경쟁사의 약진으로 점유율을 상당부분 빼앗겼다.
아이폰 17 시리즈에서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은 50% 대, LG디스플레이는 40%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청 사장은 폴더블 OLED나 IT용 OLED 등 성장 분야를 선점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는데, 점차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장은 지난 11월 직원과 소통행사 '디톡스(D-Talks)'에서 "폴더블 기술로 프리미엄 시장을 주도하고, 전후 공정 제조 경쟁력을 혁신해 IT OLED용 8.6세대 생산라인의 수익성을 경쟁사가 추격할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에 호황기가 다가오는 가운데 성장 분야를 준비해온 삼성디스플레이가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민규 SK증권 연구원은 "내년 추가되는 제품(맥북 프로 OLED, 아이패드 미니 OLED, 폴더블 아이폰)을 스마트폰 표준 인치수로 환산하면 약 3천만 대 이상 수준의 물량이 추가되는 셈"이라며 "2026년은 애플의 하드웨어 혁신 가속과 함께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호황기를 맞이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