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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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정은 동원그룹의 회장이다.
▲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
참치산업을 넘어 동원그룹의 새 먹거리 발굴을 위해 적극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
1973년 1월21일 서울에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2남2녀 가운데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동원산업에 입사한 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를 거쳐 동원산업과 동원시스템즈의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했다.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 부본부장으로 근무하다 2011년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를 맡았다.
2014년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10년 만인 2024년 회장이 됐다.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인수합병 10여 건과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했고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했다.
조용하고 소탈하다. 꼼꼼한 업무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 경영활동의 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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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2025년 1월2일 신년사를 하고 있다. <유튜브 동원그룹 사내소통채널 갈무리>
동원그룹 외형 성장세가 2022년을 정점으로 정체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은 2024년 연결기준 매출 8조9442억 원, 영업이익 5013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과 비교해 매출은 0.05% 줄며 제자리걸음을 했고, 영업이익은 7.9% 늘었다.
동원그룹은 “종합식품 계열사 동원F&B의 안정적인 성장과 포장·소재 계열사 동원시스템즈의 수출확대 전략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며 “다만 어가 하락과 부동산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은 수산·건설 부문의 부진으로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동원그룹은 2015~2024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이 8.9%를 나타내며 빠르게 성장했다. 다만 2022년 매출 9조 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고 2023년부터 하락세를 걷고 있다. 동원그룹 연간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5년 이후 8년 만이었다.
동원산업은 2024년 별도기준 매출 1조794억 원, 영업이익 1286억 원의 실적을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1.0% 줄었고, 영업이익은 1.4% 증가했다. 어획 호조로 생산량이 증가했으나 어가 하락으로 전체 매출이 소폭 감소했다. 유통 영업 부문이 온라인 경로에서 지속 성장하며 영업이익은 개선됐다.
2024년 동원그룹 실적은 동원F&B가 이끌었다.
동원F&B는 2024년 연결기준 매출 4조4836억 원, 영업이익 1835억 원을 거두면서 매출과 영업익이 각각 2.8%, 10.0 % 증가했다.
참치액·명절 선물세트·가정간편식(HMR) 등 전략 품목이 안정적으로 성장했고, 자회사인 동원홈푸드가 단체 급식 및 조미 사업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실적 향상에 기여했다.
포장·소재 계열사인 동원시스템즈는 매출 1조3343억 원, 영업이익은 919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매출은 4.5%, 영업이익은 13.7% 늘었다. 연포장, 캔 등 주요 포장재 사업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특히 펫푸드·레토르트 파우치, 식품캔 등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수출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했다.
동원산업의 2024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13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3% 감소했다. 이는 동원산업의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의 민사소송 합의금 2100여억 원이 반영된 영향을 받았다. 스타키스트는 2024년 민사 합의를 통해 10여 년 동안 지속된 참치 가격 담합 분쟁을 완전히 종결했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2024년은 경영 효율화를 통해 내실을 다진 한 해였다”며 “수산·식품·소재·물류 등 본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등 신사업 정착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동원그룹의 실적.
김남정이 글로벌 식품 사업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지주사인 동원산업이 계열사인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국내외 식품 4개사를 사업군(Division)으로 묶기로 했다. 이를 통해 흩어져 있는 식품 사업 역량을 한데 모아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노린다.
동원산업과 동원F&B는 2025년 4월14일 이사회를 열고 포괄적 주식교환 계약 체결안을 의결했다.
동원산업은 보통주 신주를 발행해 동원F&B 주주에게 1(동원산업) 대 0.9150232(동원F&B)의 교환 비율로 지급한다. 주식교환이 완료되면 동원산업의 100% 자회사로 편입되고 2025년 7월31일 상장 폐지된다.
이번 주식교환은 동원산업이 동원F&B와 함께 주도적으로 글로벌 식품 시장에 진출해 제2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원그룹은 “국내 식품 시장은 경제성장률 하락과 내수 침체, 경쟁 심화의 구조적 변화를 겪고 있어 글로벌 진출이 필수적”이라고 진단했다.
동원산업은 동원F&B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뒤 동원홈푸드와 미국 자회사 스타키스트, 세네갈에 위치한 참치캔 가공회사 스카사 등 4개 식품사를 ‘글로벌 식품 사업군’으로 묶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그룹 식품사업의 해외 매출 비중을 2024년 22%에서 2030년까지 40%로 늘린다는 목표를 정했다.
구체적으로는 계열사에 흩어져 있는 연구개발(R&D) 조직을 ‘글로벌R&D센터’로 통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주력하고자 한다.
2024년 기준 매출의 0.3%에 그친 R&D 예산을 2030년까지 1%대로 3배 이상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스타키스트의 광범위한 유통망을 활용해 북미와 중남미 시장의 판로 개척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그 일환으로 기존 동원F&B와 스타키스트의 스테디셀러로 구성한 결합 상품을 출시하고 통합 R&D를 통한 신제품도 함께 선보인다.
아울러 동원F&B 단독으로는 자금력 부족 등으로 글로벌 대형 인수합병(M&A)이 곤란했지만 앞으로는 동원산업 주도로 빠른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M&A에 나선다는 방침을 정했다.
△지주사 동원산업 대표이사 물갈이, 기술부문 대표 신설
김남정이 동원그룹 회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지주사 동원산업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했다.
동원그룹은 2025년 3월26일 이사회를 열고 장인성 기술부문 대표이사, 박상진 사업부문 대표이사, 김세훈 지주부문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동원그룹은 “기술과 전문성에 방점을 둔 대표인사 임원인사”라고 간략히 설명했다.
특히 회사는 창사 56년 만에 처음으로 기술부문을 신설하고 최고기술책임자(CTO) 장인성 동원그룹 종합기술원장을 기술부문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이에 동원산업은 기존 2인 각자대표 체제에서 지주부문, 사업부문, 기술부문 등 3명의 각자대표가 핵심사업 역량 강화를 이끄는 3인 대표체제로 바뀌었다.
동원그룹 지주회사의 대표 체제와 그 구성인사가 모두 변경된 것인데 특히 기존 박문서 지주부문 대표이사 부회장과 민은홍 사업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은 모두 2026년 3월까지 1년 임기를 남겨두고 대표직을 내려놨다.
김남정이 외형성장이 주춤한 그룹의 현재 상황을 위기로 진단, 지주사 리더십에 책임을 묻고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 위기를 타개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김남정은 2025년 1월 신년사에서 “기존 사업은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고, 미래 사업은 기대만큼 속도를 못 내고 있다”며 “비상 상황을 정면 승부로 돌파해 혁신의 원동력으로 바꿔내자”고 말했다.
동원그룹은 이번 대표 인사에서 기술경영을 본격화한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기술부문 신설을 통해 기존 사업 경쟁력 제고와 신사업 관련 신기술 개발 강화를 동시에 노리는 것이다.
동원그룹은 참치 원양어업을 필두로 한 수산사업으로 출발한 회사지만 현재 동원산업 연결 매출에서 수산사업 부문은 4% 수준으로, 제조·물류업 관련 매출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장인성 기술부문 대표는 그룹 전면에 나서 기존 공장 생산시설의 자동화와 스마트항만, 2차 전지소재 등 차세대사업 기술 선진화 등 기술 기반 경영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의 시대에 내실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기술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진을 전면에 배치했다”며 “하이테크를 접목시킨 2차전지소재·스마트항만·육상연어양식 등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원산업 기업가치 제고 계획 발표
동원산업이 배당확대와 수익률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방안을 내놨다.
동원그룹의 사업형 지주회사 동원산업은 2024년 11월27일 주주환원을 확대하고 신사업 육성 및 발굴을 통해 수익성을 높여나가겠다는 내용을 담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밝혔다.
동원산업은 연 1회 실시하던 현금 배당을 2025년부터 반기 배당으로 변경해 연 2회 지급하고 2023년 17.6%였던 배당성향도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가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돼 온 유통 주식 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상증자 또는 주식배당도 지속적으로 실시한다. 이를 통해 총주주수익률(TSR)을 40%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도 15% 이상으로 상향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동원산업은 육상 연어 양식, 2차전지 소재, 스마트 항만 물류 사업 등 중장기 신사업을 적극 육성하는 동시에 모든 사업 영역에 인공지능(AI)을 도입해 생산성을 높일 계획을 세워뒀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23년 기준 0.44배 수준에서 1배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신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는 동시에 투명한 정보 공개를 바탕으로 자본시장,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활발히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정이 스마트 항만산업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김남정은 2024년 4월5일 경남 창원 부산항 신항에서 개최된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김남정은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인 DGT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동원그룹 항만 물류 계열사 DGT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인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의 운영사다. 컨테이너를 선박에서 내리는 하역부터 장치장에 옮겨 쌓는 이송, 적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자동으로 작업한다.
2-5단계 부두 전체 면적은 84만㎡(25만4천 평), 안벽 길이는 1050m다. 2025년 서컨테이너 피더 부두와 2026년 2-6단계를 개장하면 140만㎡(42만4천 평)이 된다.
DGT는 완전 자동화를 위해 최신 하역 장비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을 도입했다. 무인이송장비(AGV)와 컨테이너크레인(STS) 등 모든 하역 장비를 국산화하고 디지털 기반 자동화터미널운영시스템(TOS)에 의해 작동하도록 설계했다.
김남정은 “동원그룹이 구축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이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부산항 신항에서 선보이게 됐다”며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컨테이너부두 2-6단계도 차질 없이 준비해 부산항 신항을 세계적인 스마트 항만으로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회장 10년 만에 회장 승진
김남정이 10년 만에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동원그룹 이사회는 2024년 3월28일 김남정의 회장 승진안을 결의했다.
김남정의 회장 승진은 2014년 부회장이 오른지 10년 만이다.
동원그룹은 2019년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경영 일선에서 은퇴한 후 5년 동안 회장이 없는 공석 상태였다.
김남정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1998년 동원산업 영업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동원에프앤비 마케팅전략팀장,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 미국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주부문) 부사장 등을 거쳤다.
부회장 승진 이후 인수합병(M&A) 10여 건과 기술 투자를 진두지휘했고 수산, 식품, 소재, 물류로 이어지는 4대 사업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했다.
동원그룹이 최근 4년 동안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해 투자한 금액은 약 1조3천억 원에 이른다.
김남정은 “50년 동안 동원그룹을 이끌었던 김재철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 철학을 계승하고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남정은 회장 승진 한 달여 만인 2024년 5월14일 공정거래위원회의 ‘2024년 대기업 집단 지정 결과’ 발표에 따라 동원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됐다. 동원그룹 지배력이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김남정으로 이전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동원그룹 창립 55년 만에 동일인 변경이 이뤄졌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김남정 회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그룹 대표 자격으로 대외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면서 회장으로서의 역할을 명실상부하게 수행하고 있어 공정위에 동일인 변경을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3년 사업 다각화 위한 3건의 인수합병 모두 불발
김남정은 2023년 사업 다각화를 위해 3건의 대형 인수합병(M&A)에 발벗고 나섰지만 모두 불발됐다.
먼저 대상이 된 곳은 본사가 한국에서 사업파트너를 찾고 있던 한국맥도날드였다.
동원은 2023년 1월 한국맥도날드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에 단독으로 참가했다.
동원그룹이 맥도날드를 인수하게 되면 최근 힘을 주고 있는 프랜차이즈 외식사업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인수 조건과 가격 등에서 입장 차이로 2023년 4월 인수를 포기했다.
바이오 관련 기업인수전에도 뛰어들었다.
동원산업은 2023년 2월 보령바이오파마의 최대주주인 보령파트너스(지분률 69.29%)와 보령바이오파마 매각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선협상권을 확보했다.
보령바이오파마는 백신과 유전체 진단 등의 기술 개발을 진행하는 생명공학 기업이다.
동원사업은 해당 인수를 통해 제약과 바이오 분야 진출의 교두보로 삼고자 했으나 이 또한 양사 사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한달만인 2023년 3월 인수를 진행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보령바이오파마 인수협상 당시 김남정과 김정균 보령 대표가 미국 미시간대학교 동문이란 점이 주목 받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2023년 8월 그해 인수합병 시장 최대어로 꼽혔던 국내 최대 해운사 HMM 인수전에도 참전했다. 결국 하림그룹에 밀려 최종 인수에 실패했다.
동원그룹이 HMM 인수에 성공했다면 2023년 54위였던 재계 순위를 단숨에 15위까지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이들이 꽤 있었다.
다만 하림 역시 최종 거래 협상에 실패했기 때문에 HMM이 다시 시장에 나오면 동원그룹이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아직 열려 있다.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2023년 11월20일 강원형 K-연어 비전 선포식에 참석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남정은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동원산업은 기존 지주회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합병해 동원그룹의 새로운 지주회사로 2022년 11월2일 재출범했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 비율은 1대 2.7023475으로 합병 이후 김남정의 동원산업 지분율은 43.15%가 됐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지분은 15.49%가 됐다.
이번 합병은 지배구조 단순화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스타키스트, 동원로엑스 등 기존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새로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전환됐다. 아울러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동원건설산업 등 안정적인 이익이 나는 알짜 회사를 동원산업이 직업 지배하게 됐다.
동원그룹은 경영효율성 증대, 계열사의 사업 경쟁력 강화, 신사업 추진 등에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했다.
동원그룹은 합병 당시 연어 양식사업, 스마트 항만 사업, 2차전지 소재 연구개발 투자, 원동형 배터리캔 사업 등의 신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동원산업은 합병과 함께 임원인사를 발표했다. 기존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와 박문서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사장을 새로운 동원산업의 각자이사로 선임하고 김주원 동원엔터프라이즈 사외이사는 동원산업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이사회에도 변화가 생겼다.
김남정이 동원산업의 사내이사로 합류한 데 이어 기존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사외이사인 김주원 전 카카오 부회장이 동원산업의 이사회 의장에 올랐다. 대표이사가 아닌 사외이사인 김 전 부회장이 의장이 되면서 경영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합병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앞서 동원그룹은 2022년 4월 합병안을 골자로 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 1대 3.8485530을 두고 동원산업의 소액주주들이 반발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에 비해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과도하게 낮게 평가됐다는 것이었다.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동원산업은 2022년 5월8일 합병비율을 기존 3.8485530주에서 2.7023475주로 낮춘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지분을 보유한 김남정의 취득 예정이었던 동원산업 지분도 기존 48.43%에서 43.15%로 낮아졌다.
△동원시스템즈 신사업으로 2차전지 사업 육성
김남정은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동원그룹의 포장재 제조 계열사 동원시스템즈의 2차전지 사업 육성이 대표적이다.
동원시스템즈는 주력 사업은 알루미늄으로 만든 참치통조림 제조이다. 알루미늄 가공기술을 활용하면 2차전지의 양극박을 만들 수 있고, 캔이 원통형이라 원통형 배터리 부품도 잘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 착안해 2차전지 배터리캔 제조사업에 뛰어 들었다.
동원시스템즈는 2016년 2차전지용 양극박 소재인 카본 코팅 알루미늄박, 음극박 소재인 카본 코팅 동박을 생산하면서 2차전지 산업에 진입했다.
2020년 11월에는 250억 원을 투자한 2차전지용 알루미늄 양극박 생산라인 증설을 완료했다. 동원시스템즈는 알루미늄 양극박의 연간 생산량을 8천 톤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양극박 제조 사업이 안정화 되자 2차전지 배터리캔 제조업에도 진출했다.
동원시스템즈는 2021년 3월 2차전지용 원통형 캔 제조 회사 엠케이씨(MKC)를 156억 원을 들여 인수합병하면서 배터리캔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엠케이씨는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의 배터리업체에 배터리캔 납품 실적을 보유한 업체다. 이어 동원시스테즈는 2022년 1월 원통형 배터리캔의 내식성을 높이는 기술을 배터리업계 최초로 개발해 완제품 생산까지 마쳤다.
생산시설도 확충했다.
동원시스템즈는 2022년 7월 충남 아산에 원통형 배터리 캔 생산 확대를 위해 585억 원을 들여 연면적 1만6744㎡(5062평) 규모의 신공장 증설에 들어가 2023년 하반기 가동을 시작했다.
이곳에서는 2170 규격(지름 21㎜, 높이 70㎜) 원통형 배터리캔과 4680 규격(지름 46㎜, 높이 80㎜) 원통형 배터리캔을 생산한다. 신공장 배터리캔 생산량은 연간 약 5억 개 이상이다.
△종합 식품기업 비전으로 ‘토탈 프로틴 프로바이더’ 제시
김남정은 동원그룹의 활동무대를 바다에서 육지로 확장하고 있다.
동원그룹이 참치를 기반으로 성장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남정은 소비자에게 종합 단백질 식품을 제공한다는 비전 ‘토털 프로틴 프로바이더’를 내놓고 그 일환으로 사업영역을 축산업까지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비전을 내놓음과 동시에 김남정은 동원그룹의 축산업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동원홈푸드는 2021년 9월15일 축산도매 온라인몰을 운영하는 동원홈푸드의 금천사업부(옛 금천미트)와 축산물 B2C 가공기업 세중을 통합해 축육부문을 출범시켰다.
동원홈푸드는 축육부문을 통해 금천사업부가 가진 유통망과 물류시스템에 세중의 B2C 수입육에 대한 가공·유통 노하우를 접목해 시너지를 창출할 계획을 세웠다.
김남정의 이런 행보는 참치어업이 외부 요인에 영향을 받는 산업이라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참치어업은 어획량, 환율, 선진국 소비 등에 따른 업황변동이 심하다. 거세지고 있는 어업규제 역시 참치어업의 미래를 쉬이 예측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앞서 동원그룹은 2015년 ‘금천미트’를 450억 원에, 2021년 7월 세중을 411억 원에 각각 인수하면서 축산업 부문으로 진출했다.
동원그룹 인수 이후 금천미트는 동원홈푸드의 핵심사업이 됐다. 동원그룹 인수 전인 2014년 금천미트의 거래금액은 1천억 원이었는데 2019년에는 약 2300억 원으로 뛰었다.
동원산업의 또 다른 미래 먹거리는 스마트 연어 양식이다. 동원산업은 2020년부터 2천억 원을 투자해 민간주도형 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를 강원도 양양에 조성하려 하고 있다.
동원산업은 2020년 7월부터 노르웨이의 수산기술 기업과 손잡고 연어양식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동원산업은 2024년까지 스마트 육상연어양식단지를 완공하고 연간 2만 톤의 연어를 생산해 연간 매출 2천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정했다. 당시 국내 연어 수입량의 약 3분의 1 정도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였다.
다만 관계 당국이 동원산업의 연여양식장 시설을 두고 해안사구의 침식을 막을 수 있는 보완책을 요구하면서 공사가 지연됐다. 또 착공이 지연되면서 공사 등에 들어가는 실제 비용이 2배 넘게 들 것으로 추산되면서 동원산업이 정부와 강원도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양양군은 동원산업이 2025년 육상연어양식단지 토지 매입을 마친 뒤 이듬해 착공에 들어가 2028년 완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어양식과 별개로 동원산업은 2014년부터 연어제품 생산에 들어갔다. 2014년 부산공장에 연어 제품 생산설비를 갖춘 뒤 2015년 연어 직수입 사업을 시작했다.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이 2023년 1월2일 동원그룹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2023년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동원그룹 유튜브 채널 갈무리>
김남정은 2010년대 이후 동원그룹의 외형 확장을 주도했다.
김남정은 2014년 동원그룹의 부회장에 오르면서 사실상 김재철 명예회장과 부자경영 체제를 구축했다. 주로 김 회장이 비전을 수립하면 실행은 김남정의 몫이었다.
김남정 부회장 선임 이후 적극적으로 기업 인수합병 행보를 보이면서 동원그룹의 기존 사업을 더욱 키우는 데 성공했다.
동원산업은 2016년 12월 물류기업 동부익스프레스(현 동원로엑스) 지분 100%를 4200억 원에 취득했다. 이어 2019년에는 부산신항에 소재한 물류창고 기업 BIDC를 371억 원에 인수했다.
물류업계에서는 부산신항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동원그룹의 계열사 동부익스프레스와 동원로엑스와 시너지가 날 것으로 바라봤다.
2017년에는 3월에는 사료기업 두산생물자원 지분을 353억 원에 인수한 뒤 기존 계열사인 동원팜스에 흡수합병 시켜 사료사업을 강화했다.
동원시스템즈는 김남정의 인수합병 전략에 따른 외형 확대가 가장 크게 이뤄진 계열사다.
동원시스템즈의 인수합병은 2012년 2차전지 소재인 알루미늄박 제조업체 대한은박지를 1195억 원에 인수한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이듬해 한숨 돌린 동원시스템즈는 2014년 연관분야의 기업들을 잇따라 집어 삼키며 덩치를 키웠다.
동원시스템즈는 2014년 특수필름업체 ‘한진피앤씨’(인수금액 351억 원), 유리병·캔 제조기업 ‘테크팩솔루션’(인수금액 2500억 원), 참치캔 제조사 ‘탈로파시스템즈’(인수금액 300억 원)를 인수했다. 2015년에는 베트남의 포장업체 TTP와 MVP까지 총 1121억 원에 삼켰다.
2021년에는 2차전지 배터리캔 사업 진출을 위해 엠케이씨(MKC)를 150억 원에 인수했다.
적극적인 사세확장을 통해 2012년 매출 1천억 원 수준이었던 동원시스템즈는 2022년 매출 1조4370억 원으로 10년 동안 14배 이상 성장했다.
식품사업을 하는 동원F&B 역시 다수의 인수합병을 성공했다.
동원F&B는 2015년 기업사이거래(B2B) 온라인 축산물 플랫폼 ‘금천미트’ 운영사 ‘금천’을 450억 원에 인수했다. 2021년 7월에는 B2C 축산물 가공기업 ‘세중’을 411억 원에 인수했다.
동원F&B의 자회자 동원홈푸드는 2016년 7월 가정간편식 온라인몰 ‘더반찬’의 운영기업 더블유푸드마켓을 300억 원을 들여 인수한 뒤 같은 해 11월 흡수합병했다.
동원그룹은 흡수합병 이후 70억 원을 들여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가정간편식 제조공장 ‘DSCK센터’를 열면서 더반찬을 2021년까지 오프라인 매장 300여 곳, 연매출 2천억 원대의 브랜드로 키우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더반찬은 동원그룹이 기대한 대로 성장하지 못했다. 2021년 기준 더반찬의 브랜드 매출은 300억 원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된다. 2018년 420억 원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입점은 코로나19 확산으로 2022년 초 기준 4곳에 그쳤다.
△동원그룹 2세경영시대 열어
김남정은 동원그룹의 2세 경영시대를 열었다.
김남정은 2019년 4월16일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이 경영에서 물러남에 따라 경영의 전면에 나섰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은 2019년 4월16일 경기도 이천 동원리더스아카데미에서 열린 동원그룹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동원 가족 여러분의 역량을 믿고 회장에서 물러나 활약상을 지켜보며 응원하고자 한다”며 전격적으로 퇴진을 선언했다.
김재철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에도 동원그룹의 경영구도에 큰 변화는 없었다. 김남정이 2013년 동원그룹의 부회장에 오른 뒤로 자신의 역할과 비중을 꾸준히 확대해 왔기 때문이었다.
김남정은 2022년 11월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다수의 손자회사 등으로 얽혀 있던 동원그룹의 지배구조를 간소화 했다.
김남정은 ‘참치통조림’ 회사인 동원그룹의 사업구조 다변화를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기업 인수합병을 추진해 왔다.
김남정은 동원그룹 부회장에 오른 뒤 2014년부터 5년 동안 1조 원의 자금을 들여 회사 9곳을 인수합병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된 2020년 동원그룹의 인수합병은 잠시 주춤했다가 2021년에는 2차전지용 캔 제조업체 MKC, 축산물 가공 전문기업 세중을 인수하면서 이런 흐름이 재개됐다.
△동원그룹이 걸어온 길
동원그룹은 원양어선 선장 출신인 김재철 명예회장이 1969년 4월16일 설립한 원양어업회사 동원산업에서 시작됐다. 그룹명인 ‘동원’은 해양을 통해 멀리 동쪽으로 뻗어나간다는 뜻이다.
현재 동원그룹은 원양어업(동원산업), 물류(동원로엑스), 식품(동원F&B), 사료(동원팜스), 건설(동원건설산업), 포장재(동원시스템즈) 등의 분야에 계열사를 두고 사업을 하고 있다.
원양어업업체였던 동원산업은 1981년 동원식품주식회사를 설립한 뒤 참치통조림을 국내 최초로 출시하면서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동원산업은 1982년 한신증권 인수, 1987년 동일냉동식품 설립 등 금융 식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1987년 상장했다. 이후 동일렌탈 설립, 통신장비회사 성미전자 및 미디어회사 예스컴 인수, 고려상호신용금고 등으로 미디어·통신·은행업에도 진출했다.
동원그룹이 정식으로 출범한 것은 1996년이다. 이듬해인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실시한 동원그룹은 2001년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세워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2002년 금융지주회사 동원금융지주를 출범한 뒤에 2003년 계열분리 시켰다. 동원금융지주는 2005년 한국투자금융지주로 이름을 변경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어려움을 겪던 미국의 식품기업 스타키스트를 3억6300만 달러에 인수하면서 글로벌 수산식품 기업으로 도약했다. 스타키스트에 참치를 납품하던 작은 업체가 40년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1위(2007년 기준, 37%)를 인수한 것이다.
2016년에는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뒤 렌터카와 고속버스업을 분할·매각했다. 남은 물류부문은 동원로엑스로 2019년 이름을 변경했다.
이 밖에도 2010년대 들어 계열사들의 크고 작은 인수합병과 신사업 확장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창업자 김재철 명예회장은 창립 50주년인 2019년 경영에서 물러났다. 이후 동원그룹은 그의 막내아들인 김남정이 이끌고 있다.
동원그룹은 2022년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간지주사인 동원산업이 흡수하는 형태의 지배구조 개편을 실시했다. 동원F&B는 2025년 7월31일 상장폐지될 예정이다.
2025년 4월 현재 글로벌 식품 사업 강화를 위해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고 이를 포함한 국내외 식품 4개사를 ‘글로벌 식품 디비전’으로 통합운영하는 사업구조 재편을 진행 중이다.
2025년 4월14일 기준 동원산업의 최대주주는 김남정으로 지분율은 59.88%다. 그 외 김재철 명예회장이 21.49%를 보유하고 있다.
- 비전과 과제/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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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전과 과제▲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이 2024년 1월2일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동원그룹 사내소통채널 갈무리>
2022년 9조 원을 넘어서며 정점을 찍은 동원그룹 연간 매출은 2023년 8년 만에 감소한 데 이어 2024년에도 제자리걸음을 했다.
동원그룹은 2024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재계 순위에서 55위에 이름을 올렸다. 2017년 동원그룹이 처음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됐을 때 재계순위는 37위였으나 그 뒤 7년 동안 재계순위가 상승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이 18계단을 물러섰다.
자산총액을 늘려 빠르게 몸집을 키우는 방법으로는 보통 인수합병이 꼽힌다.
김남정은 다수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키며 동원그룹의 4대 주요 사업축을 세웠지만 2023년 보령바이오파마, 한국맥도날드, HMM 등의 인수에 나섰다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다.
김남정은 이를 토대로 인수합병을 통한 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지속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남정은 2024년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계승해 과감한 투자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해외 식품사업을 키우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식품 시장이 내수 경기침체와 경쟁 심화의 구조적 변화를 겪는 가운데 식품업체가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선 글로벌 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
김남정은 2024년 4월 동원F&B를 비롯한 4개 식품계열사를 묶어 컨트롤타워를 구축하며 글로벌 식품시장에서 제2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동원그룹은 식품 사업군 식품사업 컨트롤타워 도입 뒤 식품계열사에 흩어져있던 R&D 조직을 ‘글로벌 R&D 센터’로 통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신제품 개발에 더욱 주력할 계획을 세웠다.
◆ 평가▲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19년 9월24일 부산 다대항에서 최신형 선망선인 ‘본아미’호 출항식을 마치고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왼쪽), 최윤진 본아미호 선장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동원산업>
2022년 동원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샀다. 김남정은 합병 이후 지주사 동원산업에 대한 자신의 지분을 일부 포기하면서 소액주주들 달랬다.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비율 조정으로 김남정이 양보한 지분율은 약 5%다.
밑바닥 현장에서부터 실무 경험을 쌓으면서 차근차근 경영권을 승계해왔다.
동원그룹 입사 후 경남 창원에 위치한 참치캔 제조공장의 말단 생산직으로 근무했다. 당시 공장에서는 오너2세가 일한다는 말이 돌았지만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을 정도로 철저하게 비밀에 부쳐졌다.
이후 서울 청량리지역 도매시장 참치제품 영업직, ‘양반김’ 마케팅직 등 현장에서 두루 경험을 쌓았다.
1973년생으로 지분과 경영 승계를 일찍이 마쳤다.
2005년 지주사였던 동원엔터프라이즈 지분 67.2%를 보유하면서 동원그룹의 지배권을 확실히 다졌다. 동원그룹에 부회장에 오른 2013년부터 사실상 ‘김남정표’ 경영이 시작됐다.
아버지인 김재철 명예회장와 닮은 구석이 많다. 체구가 우람하고 운동신경이 뛰어나며 동안이다.
절약정신이 투철하고 소박하며 겸손하다.
친화력이 높아 신입사원부터 임원까지 직접의견을 듣는다.
반면 아버지와 달리 대외 노출 횟수는 손에 꼽는다. 인터뷰나 축하·기념행사 등에서 인사말을 거의 하지 않는 편이다.
업무에선 추진력이 강하고 치밀하며 꼼꼼하다. 대충하는 것을 못 견뎌한다.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은 김남정을 동원그룹의 후계자로 낙점해 2남2녀의 자녀들 가운데 김남정에게 지주사 동원엔터프라이즈(현 동원산업) 지분을 허용하고 나머지 자녀의 지분을 정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고모부인 박인구 동원그룹 부회장이 김남정의 경영 멘토 역할을 했다. 박인구 부회장은 김남정에 대해 “앞장서서 설치는 대신 뒤에서 묵묵히 직무를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평한 적이 있다.
박문서 동원산업 각자대표이사 사장 역시 김남정의 경영스승이었다. 박문서 사장은 김재철 명예회장의 신임이 탄탄했던 인물로 1987년부터 동원그룹에 줄곧 몸담고 있는 재무·기획 전문가다.
박문서 사장은 동원그룹의 2001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서 핵심역할을 수행했다. 2019년 김재철 회장 퇴임 이후 물러난 동원그룹 ‘OB’들과 달리 김남정 체제 아래에서도 지주사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 사건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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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원그룹 사옥. <동원그룹>
김남정이 동원그룹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2년 2월15일 동원산업의 소액주주들이 낸 주식매수가액 산정 결정에 대한 소송에서 주식매수청구가격을 25만3034원으로 결정했다.
이는 소액주주 측이 요구한 38만2140원보다 낮고 동원산업이 실제로 사들인 23만8186원 보다는 높다.
재판부는 “합병 발표 직전의 시장주가가 합병 전 동원산업의 시장가치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이사회 결의일 전일 최근 1주일간 거래량의 가중평균주가로 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해 이같은 주식매수청구가격을 산정했다”고 말했다.
2022년 10월4일 동원산업은 동원산업 주주들의 매수청구권 접수를 마무리 했다. 동원산업에 따르면 총 21만4694주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됐다. 주당 매수가격은 23만8168원으로 총 매수 규모는 443억 원이 됐다.
소송의 발단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 합병을 뼈대로 하는 동원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서 시작됐다.
동원산업은 당시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비율을 산정했는데 동원엔터프라이즈 1주당 동원산업 주식 약 3.8주를 배정하기로 해 논란이 일었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가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었다.
당시 일부 소액주주들은 오너의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동원산업 주주의 가치가 침해당했다고 주장했다.
핵심은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기업가치가 자산가치가 아닌 기준시가로 산정됐다는 것이었다. 동원산업의 자산가치인 38만2140원에 비해 기준시가는 24만8961원으로 낮은데 동원산업의 합병가액을 산출하면서 기준시가가 적영됐다.
논란이 지속되자 동원그룹은 2022년 5월18일 이사회를 열어 주주들의 요구를 수용해 합병가액 산정시 기준시가 대신 자산가치를 적용했다. 이로써 합병비율 기존 1:3.8에서 1:2.7로 낮아졌다.
△2014년 정기 세무조사 이후 5년 만에 국세청 세무조사
국세청은 2019년 9월24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 위치한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 본사에서 회계 관련 자료를 확보하며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세무조사는 국세청 조사4국이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4국은 탈세나 비자금 조성 같은 혐의가 있거나 관련 제보를 받았을 때 움직인다는 점에서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특별 세무조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가 세무조사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인수합병(M&A)와 관련된 세무조사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F&B가 정기 세무조사를 받았던 2014년 이후 다수의 인수합병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동원F&B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동안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웠다. 2015년 10월 농업회사법인 금천을 인수(2015년 12월 동원홈푸드에 흡수합병)한 데 이어 2016년 7월에는 자회사인 동원홈푸드를 통해 간편식업체인 더블유푸드마켓을 인수(2017년 1월 동원홈푸드에 흡수합병)했다. 2017년 이후로는 두산생물자원을 인수했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18년 동원시스템즈로부터 건설자회사인 동원건설산업을 인수했다.
△미국에서 참치캔 담합 혐의로 벌금 1억 달러 확정
동원산업의 미국 종속회사 스타키스트가 가격담합 혐의로 미국 연방법원으로부터 벌금 1억 달러를 선고받았다. 스타키스트는 미국시장 점유율이 40%에 이르는 참치캔 제조회사로 2008년 동원그룹이 인수했다.
동원산업은 2019년 9월16일 미국 종속회사인 스타키스트가 참치캔 가격 담합 혐의로 벌금 1억달러를 확정받았다고 공시했다.
앞서 미국 법무부는 지난 2015년 미국 참치캔시장 1위 기업 스타키스트와 2, 3위 기업인 미국 ‘범블비’, 태국 ‘치킨오브더씨’ 등 3사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가격담합을 공모했다며 형사소송을 제기했다.
스타키스트는 벌금 1억 달러가 부과되면 회사가 파산할 수 있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하고 벌금을 5천만 달러로 낮춰달라고 청원했지만 미국 연방법원은 스타키스트의 청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동원산업 관계자는 “스타키스트는 벌금을 5년 동안 분납할 예정”이라며 “이로써 가격담합 혐의에 관한 형사상 모든 의무는 종료된다”고 말했다.
동원산업은 2024년 실적에 스타키스트 민사소송 합의금 2100여억 원을 반영했다. 동원그룹은 “스타키스트는 2024년 민사 합의를 통해 10여 년 동안 지속된 참치 가격 담합 분쟁을 완전히 종결했다”고 설명했다.
△주채무계열 편입
동원그룹은 2021년 주채무계열 30개 기업군에 신규 편입됐다.
주채무계열은 부채가 많은 기업집단(계열)을 주채권은행이 통합관리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대기업의 중복투자, 과도한 차입경영을 막기 위해 일정 규모 이상의 채무를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운영되고 있다.
주채무계열 선정 기준은 전체 기업그룹 가운데 전년도 말 기준으로 은행·보험사·여신전문회사·종합금융회사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린 신용공여액이 금융기관 전체 신용공여액의 0.075% 이상인 경우이다.
동원그룹은 2021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채무계열로 지정됐다. 동원그룹은 2019년에도 주채무계열로 선정된 바 있다.
2021년 금감원은 모두 32개 그룹사를 주 채무계열로 선정했다. 이들은 2020년 말 기준 신용공여액 총차입금 1조9190억 원, 은행권 신용공여잔액이 1조1억원 이상인 그룹들이다.
금융감독원은 매년 금융기관의 신용공여액이 일정금액 이상인 계열기업군을 주채무계열로 정한다.
주채무계열로 선정되면 채권단이 재무구조를 평가하는 데 그 결과가 미흡하면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게 되고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 등 재무구조 개선 노력을 해야 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채무가 일부 늘어나면서 주채무계열에 신규 편입됐다”며 “주채무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할 점검과 관련해 서류를 전달한 상태로 현재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일감 몰아주기 논란
2018년 동원그룹에서 일감 몰아주기가 벌어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의 IT사업이 계열사의 일감 몰아주기를 기반으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김남정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최대주주였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2018년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24억 원을 거뒀는데 이는 2016년 상반기 365억 원보다 약 2배 가까이 뛴 것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컴퓨터 및 주변기기 도·소매 등 IT관련 사업을 하고 있는데 2018년 상반기 매출 가운데 내부거래의 비중이 31%로 집계됐다.
△해외 계열사 동원한 ‘편법’ 인수합병 논란
동원그룹은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편법으로 다른 회사를 인수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2014년 동원그룹은 국내 1위 포장재회사인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 김남정이 부회장에 올라 본격적으로 경영을 맡은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인수로 식품에 치우친 그룹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겠다는 차원에서 추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인수 과정에서 편법을 동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인수자금 마련을 위해 국내법의 규제가 닿지 않는 해외법인 계열사인 스타키스트를 동원했기 때문이었다.
동원시스템즈는 당초 테크팩솔루션 지분을 100% 인수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56%만 인수했다. 나머지 지분 44%는 해외 계열사 스타키스트를 통해 사들였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공정거래법을 무력화하는 꼼수”라고 지적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고 자회사는 손자회사 이외의 계열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그러나 이런 규정은 해외법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동원그룹이 이런 점을 악용해 해외 계열사를 동원해 규제를 피했다는 것이다.
- 경력/학력/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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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력
▲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오른쪽)이 2021년 1월19일 동원그룹의 계열사 테크팩솔루션의 군산공장 1호로 화입식에 참석해 서범원 테크팩솔루션 대표이사와 용해로에 불씨를 넣고 있다. <동원그룹>
2000년 동원산업 식품사업본부(현 동원F&B)마케팅 팀에서 기획팀으로 이동했다.
2002년 동원엔터프라이즈 경영관리실에서 근무했다.
2004년 동원F&B 마케팅전략팀 팀장을 맡았다.
2005년 동원산업으로 옮겨 경영지원실장으로 일했다.
2006년 동원산업 경영지원실장 상무 겸 동원시스템즈 경영지원실장을 맡았다.
2007년 동원그룹 지주회사 동원엔터프라이즈 상무가 됐다.
2009년 동원시스템즈 건설부문(현 동원건설산업) 부본부장을 지냈다.
2011년 동원엔터프라이즈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2년 스타키스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역임했다.
2014년 1월 동원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2024년 3월 동원그룹 회장이 됐다.
◆ 학력
1992년 서울 중경고등학교를 졸업했다.
1996년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2003년 미국 미시간대학교 경영대학원(로스스쿨)에서 MBA과정을 마쳤다.
◆ 가족관계
김재철 창업주는 2019년 은퇴한 뒤 동원육영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면서 인공지능(AI)분야 인재 양성 등을 비롯한 사회공헌활동을 주로 하고 있다.
김헬렌랑씨가 의붓어머니다. 김재철 창업주가 2013년 김헬렌랑씨와 재혼했다.
동원그룹 2세들은 정계 고위인사와 혼맥으로 다수 얽혀 있다.
김남정은 이화여대 장식미술학과 재학 중이던 신수아씨와 동아리 선배의 소개로 만나 1998년 결혼했다.
신수아씨는 김영삼 정부에서 법무부 차관, 김대중 정부에서 국정원장, 이명박 정부 당시 민주당과 민주통합당, 나중엔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낸 신건 변호사의 셋째 딸이다.
배우자 신수아씨와의 사시에 장남 김동찬씨(2000년생), 장녀 김나연씨(2003년생), 차남 김동연씨(2007년생) 등 2남1녀를 뒀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맏형이다. 김은자 동원육영재단 상임이사와 김은지씨가 누나다.
김남구 회장은 고병우 건설교통부 장관의 딸인 고소희씨와 1992년 결혼해 1남1녀를 두고 있다.
김은자 이사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학과 84학번이다. 정택화 변호사와 결혼했다. 김은자 이사는 2020년 11월 동원그룹의 와인전문 계열사 동원와인플러스의 지분 전부를 102억 원에 매입했다.
김은지씨는 이화여자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나왔으며 김택수 전 국회의원의 넷째 아들 김중성 세인투자관리 대표와 결혼했다.
◆ 상훈
2024년 4월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 부산항 신항 7부두)’을 성공적으로 구축해 스마트 항만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 기타
김남정은 2024년 동원산업에서 급여 15억900만 원, 상여 7천만 원 등 보수로 15억7900만 원을 받았다.
2023년에는 급여 7억5500만 원, 상여 8900만 원 등 동원산업으로부터 보수로 8억4400만 원을 수령했다.
김남정은 2024년 12월31일 기준 지주사 동원산업 주식 2156만9875주(지분율 59.88%)를 보유하고 있다. 2025년 4월21일 종가 기준으로 지분 가치는 약 9210억 원이다.
김남정의 동원산업 지분은 2022년 11월 동원산업과 동원엔터프라이즈의 합병으로 취득한 것이다.
- 어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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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원은 이제 기존 시장의 룰을 새로 쓰는 게임체인저가 돼야 한다. 관성적 사고를 깨고 기존 틀을 넘어서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하자.”
“올해는 우리 회사가 한 단계 도약해 큰 성장으로 국면 전환하는 해를 만들어야 한다. 투철한 승부욕과 열정으로 모든 사업 부문에서 선두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하자.” (2025/01/02, 2025년도 신년사에서)
“동원그룹이 구축한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항만이 글로벌 물류 거점으로 거듭날 부산항 신항에서 선보이게 돼 자랑스럽다. 2026년 개장을 목표로 추진 중인 서컨테이너부두 2-6단계도 차질 없이 준비해 부산항 신항을 세계적인 스마트 항만으로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 (2024/04/05, 동원글로벌터미널부산(DGT)를 성공적으로 구축해 스마트 항만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은탑산업훈장을 수상하며)
“바뀐 환경에 능동적이고 유연하게 적응해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 끊임없는 변화와 성장을 위해서는 혁신과 스피드가 중요하다. 혁신 의지는 1·2·3차 산업이 연결돼 융복합한 지금이야말로 더욱 필요하다.”
“리더는 넓은 시야로 문제를 구체화하고 다방면의 지식을 동원해 혁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리더는 임원이나 직책자, 간부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경험이 적더라도 그동안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고민하고 실행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리더다. 모두가 리더라는 마음을 갖자.”고 당부했다. (2024/01/02, 2024년도 신년사에서)
“스스로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고 미래에 대해 치열하게 탐색해서 제대로 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전략이 리더들에게만 필요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조직과 공유하며 함께 실행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오래된 것에서 새로움을 창조한다는 '복고창신(復古創新)'이란 말처럼 기존 자원과 역량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 잘 하고 있는 것에 집중해 기회를 만들어 내자” (2023/01/02, 2023년도 신년사에서)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 고객과의 소통 방식,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 나아가 사업의 구조까지 경영 전반을 혁신해 ‘경영의 격(格)’을 높여라.” (2021/01/02, 2021년도 신년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