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홍정혁 BGF에코머티리얼즈 대표이사가 소재왕국을 향해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 그래픽 씨저널 >
홍 대표가 유통부문과는 다른 한 축의 사세를 확장하면서 BGF그룹의 소재사업 계열 분리를 점치는 의견도 나온다.
홍석조 BGF 회장의 두 아들이 경영에 뛰어들면서 유통을 중심축으로 성장해 온 BGF의 사업구조가 유통과 소재, 두 축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홍 대표는 BGF그룹이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전신인 BGF에코바이오를 인수할 당시 개인자금도 투자했다고 알려졌다.
형인 홍정국 BGF 대표이사 부회장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일 수도 있다.
◆ BGF의 또 다른 중심축 BGF에코머티이얼즈, 홍정혁 계열분리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일반적으로 국내 대기업들은 경영권을 다음 세대에 승계하는 과정에서 장남에게는 그룹의 핵심사업을, 다른 형제들에게는 그 사업을 제외한 다른 사업을 분리해 물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룹이 두 개로 분리되면서 ‘집안싸움’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이자 구본무 회장의 동생인 구본준 회장도 LG그룹에서 LG상사와 LG하우시스, 실리콘웍스 등을 분리해 LX그룹을 출범시킨 바 있다.
재계에서는 BGF그룹도 계열분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연이은 인수합병으로 BGF그룹의 소재사업이 유통사업에 버금갈 만큼 몸집이 커지고 있어서다.
형제가 갈등 없이 경영권을 나눠 갖기 위해서 그룹을 2개 부문으로 쪼갠 뒤 비슷한 수준으로 사업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시나리오다.
다만 아버지의 영향력 아래 순탄한 장자승계가 가능하다면 한 지붕 아래 형제가 사업을 나눠 경영하는 ‘형제경영’의 형태로 남아있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런 형제경영의 교과서적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현대백화점 그룹은 2023년 단일 지주사 체제로 지배구조를 개편하면서 백화점·유통 사업은 정지선 회장이, 비유통·식품 사업은 정교선 부회장이 경영을 맡고 있다.
신현한 연세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도 가족관계의 영향이 크다”며 “끈끈한 우애를 바탕으로 형제경영을 이어오는 기업도 있지만 아버지가 먼저 사업의 가르마를 타주거나 형제가 결혼을 해 식구가 늘어나게 되면 따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 홍정혁, 반도체·2차전지 첨단소재 사업으로 영토 확장
홍정혁 대표는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폴리머 뿐 아니라 전자·반도체·2차전지 소재사업에도 발을 들였다.
그는 2023년 반도체 특수가스 판매를 주력으로 하는 케이엔더블유와 자회사 플루오린코리아 인수합병을 주도했다.
그 뒤 케이엔더블유의 자회사이자 핵심 소재 생산을 맡고 있는 플루오린코리아의 회사이름을 BGF에코스페셜티로 변경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웨이퍼 표면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공정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무수분 특수가스 ‘무수불산’을 생산한다.
홍 대표는 지난해 무수불산 제조시설 확대에 1500억 원가량을 투자하기도 했다.
이 생산공장은 내년 완공을 목표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들어서며 생산규모는 연간 5만 톤으로 국내 사용량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홍 대표는 플라스틱을 포함한 폴리머 소재 사업에서도 적극적으로 영토를 확장해왔다.
2022년에는 플라스틱 소재업체 코프라와 그 자회사 BGF에코바이오를, 2023년에는 재활용 소재업체 신일테크와 제이에코사이클을 합병했다.
지난해에는 폴리머 소재업체 대원케미칼을 합병하기도 했다.
그는 카네기 멜런 대학교에서 결정공학을 전공한 뒤 소재부문 계열사 BGF에코바이어와 플라스틱 제조업체 코프라의 대표이사를 겸임하며 소재 전문가로의 경력을 쌓았다.
이런 경력을 토대로 2021년 플라스틱 소재 계열사 BGF에코머티리얼즈의 대표이사에 올라 종합소재사업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같은 행보는 형의 유통왕국과 분리된 자신만의 영토를 확장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그가 2022년 유통계열사 BGF리테일 지분 전량을 매각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자신의 소재왕국이 형의 유통왕국만큼 커진 뒤 BGF가 보유한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 69.95%를 모두 사들인다면 안정적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GF에코머티리얼즈 지분은 홍 대표가 1.70%, BGF가 69.95%를 들고 있을 뿐 동일인과 특수관계인은 소유 주식이 없어 BGF 지분만 정리된다면 자연스러운 계열 분리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BGF의 매각 지분을 사들이기 위한 자금 마련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는데 홍 대표가 가진 BGF에코사이클 지분 24.30%가 자금 마련의 핵심 열쇠라는 의견도 나온다.
국내 대기업 집단 오너들이 비상장 계열사의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키운 뒤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확보하는 방법은 흔히 사용되고 있어서다.
BGF에코사이클은 2023년 BGF에코머티리얼즈의 자회사로 편입된 재활용 소재회사로 공격적 사업을 확장하며 규모의 성장을 하고 있다.
연결기준 매출은 2023년 65억에서 지난해 130억까지 두 배로 성장했다.
BGF그룹 관계자는 씨저널과의 통화에서 “BGF에코사이클은 지난해 신일테크와 제이에코사이클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매출이 늘었다”며 “아직 IPO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