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약 9천억 원을 들여 인수한 지누스가 올해 들어 알짜 계열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정지선 회장이 2022년 단행한 글로벌 인수합병(M&A)이 3년 만에 성과로 이어지며, 지누스는 그룹 내 대표적 성공 인수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내수 중심이던 그룹 포트폴리오도 글로벌 제조·유통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누스가 올해 눈에 띄는 실적 반등에 성공하며 현대백화점그룹 내 주요 계열사로 단숨에 올라섰다.
지누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 4794억 원, 영업이익 56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매출은 33.7%, 영업이익은 899억 원이 증가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 흐름대로라면 연간 영업이익 1천억 원 돌파도 유력한 상황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백화점 전체 영업이익의 3분의1을 웃도는 수준이다.
지누스는 인수 후 3년간 코로나19 여파, 미국 경기 침체, 재고 부담까지 겹치며 연속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정지선 회장의 ‘실패한 투자’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구조조정과 운영 효율화에 속도를 내며 마침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들어서는 완연한 흑자 기조로 진입하며 그룹 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는 분위기다.
이번 실적 반등은 단순한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지선 회장이 감행한 ‘글로벌 빅딜’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다.
정 회장은 2022년 ‘비전 2030’을 통해 그룹 매출 40조 원 달성을 목표로 내걸고, 글로벌 시장 확대과 온라인 채널 강화를 양대 성장 축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3월 총 8947억 원을 투입해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로 지누스를 인수했다. 내수·오프라인 중심의 사업 구조를 해외와 디지털 중심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승부수로 평가된다.
지누스는 ‘아마존 매트리스 1위’ 브랜드로, 전체 매출의 80% 이상을 미국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특히 아마존과 월마트 등 주요 온라인 유통망에서 높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향후 현대리바트·현대L&C 등 그룹 내 리빙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지누스는 최근 매트리스 외 제품군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외연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중국 외에도 캄보디아에 신규 생산거점을 구축한 상태다. 8월부터 이곳에서 미국 수출용 비매트리스 제품 생산을 시작하게 된다.
캄보디아 신규 공장은 기존 중국산 제품에 적용되던 25% 관세에서 자유롭고, 인건비 역시 3분의1 수준에 불과해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 판매관리비 절감은 물론, 수익성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지누스가 비매트리스 제품으로도 생산능력을 확대하며 외형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2분기 지누스의 비매트리스 제품 매출은 58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 줄었다. 다만 하반기부터 상호관세 문제로 임시 중단됐던 제조자개발생산(ODM) 공급 및 신제품 출시가 재개되면서 반등 가능성에 기대가 모이고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월부터 미국 관세 리스크가 부각되며 중국에서 생산하는 비매트리스 제조자개발생산(ODM) 주문이 크게 하락했다”며 “8월부터 캄보디아 공장이 가동 예정인 만큼 다시 비매트리스 제품군의 매출도 회복세에 접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관세 리스크가 완화되면서 향후 실적 전망에 대해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기존 발표한 32%에서 19%로 인하하면서, 관세 부담을 일부 덜 수 있게 됐다.
올해 2분기 기준 지누스의 글로벌 생산능력은 총 205만 개다. 이 가운데 무려 65%가 인도네시아 공장에서 생산된다.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률은 83.2%에 이른다.
물론 상호관세 조치로 인해 인도네시아산 매트리스의 미국 수출 시 적용되는 관세율은 기존 3%에서 22%로 높아졌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멕시코, 중국, 라오스, 베트남 등 주요 생산국과 비교해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의 관세율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이 생산이 인도네시아에 집중된 지누스로서는 미국 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여기에 글로벌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기초체력도 빠르게 다지고 있다.
최근 인도네시아 반덤핑 무효 소송에서 승소하면서, 충당금으로 잡아뒀던 관세 비용 일부가 환입돼 재무적인 부담을 크게 덜었다. 환입 규모는 1분기 167억 원, 2분기 199억 원 등 상반기에만 누적 366억 원에 이른다.
재무지표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지누스의 부채비율은 2022년 78.0%에서 올해 2분기 57.2%까지 낮아졌다. 차입금 비율도 같은 기간 49.1%에서 27.2%까지 줄었다.
지누스 관계자는 “지누스는 사업 구조 개편과 일부 제품 가격 인상을 통해 손익 구조를 안정화하며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매트리스 제품군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한편 비매트리스 제품군도 반등을 위한 발판을 갖춰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