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아마존 CEO 앤디 제시 'Why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꾸다

▲ 하버드대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공부한 앤디 제시는 1997년 아마존에 합류해 마케팅 부문에서 경력을 시작했다. 2021년엔 창업자 제프 베조스에 이어 두 번째 CEO에 올랐다. 그런 그는 아마존을 ‘Why Company’로 규정했다. 아마존의 성공 이유에 대해 “단순히 상품(What)을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더 빠르고 싸게 원하는 것을 손에 넣고 싶어하는 Why를 정확히 읽어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마존>

[비즈니스포스트] 제프 베조스가 아마존의 과거였다면, 앤디 제시는 아마존의 현재이며 미래다. 제프 베조스가 ‘투 피자 팀(Two-Pizza Team)’의 설계자였다면, 앤디 제시는 ‘Why Company’의 창조자였다. 세계 최대 플랫폼 기업 아마존의 조직 문화와 리더십은 이렇게 진화했다. 

‘제프 베조스의 복심’이라 불리던 앤디 제시(Andy Jassy·57)가 아마존의 두 번째 CEO로 공식 취임한 건 2021년 7월5일. 아마존의 창립기념일(7월5일)에 맞춘 의미 있는 날이었다. 

그렇지만 회사 내부와 세간의 시선엔 늘 의문이 따랐다. ‘베조스의 그림자를 벗어날 수 있을까?’, ‘창업자의 카리스마 없이도 아마존이 같은 속도로 나아갈 수 있을까?’라는 우려였다. 

베조스의 생각은 달랐다. 그가 제시를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는 명확했다.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계승할 수 있는 내부인사이면서, AWS(Amazon Web Services)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아마존을 이끌 최적의 리더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앤디 제시는 AWS의 개발을 주도하고 시장의 규칙을 새로 쓴 혁신가였다. AWS가 아마존의 클라우드 사업부로 시작된 건 2006년. 20년 가까이 아마존을 떠받친 거대한 비즈니스였다.

그런 AWS는 클라우드 시장의 대표적인 ‘디팩토 스탠다드(de facto standard, 사실상의 표준)’ 사례로 평가된다. 현재 AWS는 전 세계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의 약 30%를 점유하며 2위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3위 구글 클라우드에 여전히 크게 앞서고 있다.

앤디 제시는 올해 4월 주주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적었다. 

“아마존의 총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380억 달러, AWS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1080억 달러로 집계됐습니다. 불과 10년 전 AWS 매출은 46억 달러였고, 같은 해 아마존의 총 매출은 890억 달러였습니다.”

10년 전 아마존 매출의 20분의 1 수준이던 AWS는 이제 6분의 1을 차지하며, 매출만 놓고 보면 약 23.5배 성장했다. 이는 리테일 중심의 아마존이 AWS 중심 체제로 변모했음을 보여준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아마존 CEO 앤디 제시 'Why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꾸다

▲ AWS는 아마존의 핵심 비즈니스다. AWS는 2025년 2분기 기준 클라우드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유지하며 여전히 리더로 자리잡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필자는 베조스를 이야기할 때, 종종 피잣집 사장님이라 부른다. ‘투 피자 팀(Two-Pizza Team)’이라는 아마존 특유의 조직 문화를 구축해서다. “한 팀은 피자 두 판을 먹일 수 있는 정도면 된다”라고 강조했던 그다. 

스피드 있는 결정과 혁신의 첨병이 되기엔 그런 규모가 적당하다는 지론이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작은 팀 단위 조직’ 사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베조스의 후계자 앤디 제시는 아마존을 어떻게 바꿔놓았을까? 그는 아마존을 가리켜 “Why Company(왜로 움직이는 회사)”라고 정의했다. Why(왜?)를 끊임없이 묻는 문화가 아마존의 혁신과 차별화의 원천이라는 것이다. 

필자는 이런 앤디 제시의 경영철학을 ‘Why 리더십’이라 부른다. 앤디 제시의 이런 ‘Why 리더십’은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이 던진 하나의 질문으로 귀결된다. Start With Why(Why로 시작하라). 

시넥의 베스터셀러 ‘스타트 위드 와이(Start With Why, 세계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기업은 What을 판매하려 하지만 고객은 Why를 산다.”

역대 가장 인기 있는 TED 강연자 중 한 명인 시넥은 리더나 조직의 행동에 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Why 개념을 설파한 리더십 전문가다. 

시넥은 애플을 예로 들면서 “애플은 경쟁사와 달리 What이 아니라 Why로 자신을 정의했다”고 했다. 애플이 ‘왜 존재하는지’를 소비자들에게 분명하고도 명확하게 밝혔다는 것이다. 

시넥은 이렇게 리더십의 본질을 ‘Why로 이끄는 힘’이라 보았다. 앤디 제시는 바로 이 지점을 정확히 짚었다. 그는 아마존의 본질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만큼 끈질기게 고객을 우선시하는 기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수많은 문을 여는 열쇠를 찾으려 할 때, 그 해답은 언제나 하나의 단순한 질문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건 ‘Why’입니다.” (아마존 홈페이지)

20년 전 AWS를 개발하며 클라우드 산업의 혁신을 연 것도 Why에서 시작됐다. 2003년, 아마존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하던 앤디 제시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가능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 아마존은 자체 인프라를 활용하여 내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제시는 이 자원을 외부 기업들과 공유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팀원 회의에서 이런 질문을 던졌다.

“왜 기업들은 여전히 비싼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며, 복잡한 IT 관리에 매달려야 할까요?”

제시는 기업들이 겪고 있는 비용과 효율성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그는 팀원들에게 다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강력한 기술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여 다른 기업들이 필요한 만큼의 컴퓨팅 자원을 제공한다면, 그들에게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2006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AWS는 곧 기업들의 디지털 혁신 가속기가 되었고, 시장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경영어록의 연금술사들] 아마존 CEO 앤디 제시 'Why 리더십'으로 세상을 바꾸다

▲ 앤디 제시는 2006년 정식 서비스된 AWS 개발을 주도하면서 아마존의 혁신을 이끌었다. AWS는 클라우드 시장의 대표적인 ‘디팩토 스탠다드(de facto standard, 사실상의 표준)’ 사례로 평가된다. <아마존> 

또 다른 Why의 순간이 찾아온 건 2013년, AWS가 세상에 나온 지 7년째 되던 해였다. 이번엔 법정에서의 승부수였다. AWS는 뜻밖에도 CIA(미 중앙정보국)와 4년간 6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계약을 체결할 기회를 맞았다. 

CIA는 전통적으로 IBM과 같은 대기업과만 장기 협력해 왔다. 당시 IBM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정부 클라우드 시장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마존이 제안한 ‘필요한 만큼 쓰는 유연한 클라우드’는 혁신적이었지만, 정부 기관에는 생소한 접근법이었다. 

IBM은 즉시 재검토를 요청했고, 문제는 결국 법정까지 이어졌다. 아마존은 법정에서 기술력과 신뢰, 혁신성으로 IBM과 정면 대결해야 했다. 

앤디 제시도 “기업이 필요할 때, IT 자원을 즉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연방법원은 아마존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렇게 판결했다.

“AWS의 제안 방법이 기술적으로 뛰어나며, 경쟁 결과는 접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마존이 우수하다.” (나루케 마코토 저, ‘아마존의 야망’, 서울문화사)

이 판결은 단순한 계약 승리를 넘어 상징적 의미를 지녔다. CIA라는 최고 수준의 기밀을 다루는 정부 기관이 AWS를 신뢰하며 보증한 셈이었다. 

이후 수많은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아마존의 문을 두드리며 AWS 도입에 나섰다. 법정 승리가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 순간이었다.

이렇듯 AWS 탄생과 법정 승리라는 두 번의 결정적 순간 뒤엔 앤디 제시의 ‘Why 리더십’이 있었다. 

사이먼 시넥이 “고객은 Why를 산다”고 강조했듯, 앤디 제시는 ‘Why 리더십’으로 그 고객과 시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세상은 여전히 What을 묻지만, 앤디 제시는 Why를 묻는다. 이 질문 하나로 그는 아마존을 다시 썼다. Dive Deep(깊게 파고들어라). 이재우 재팬올 발행인. 
 
이재우 발행인(일본 경제전문 미디어 재팬올)은 일본 경제와 기업인들 스토리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열성팬으로 '원령공주의 섬' 야쿠시마 사진전을 열기도 했다. 부캐로 산과 역사에 대한 글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