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관세 불확실성 해소로 3분기 이후 주력 합성고무 사업에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은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힘쓰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중국의 추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 핵심 합성고무 하반기 회복 예상, 백종훈 스페셜티 R&D 확대로 중국 따돌린다

▲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이 단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에 힘쓰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 중국의 추격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4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실적 부진은 합성고무 부문의 고부가 제품인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가 중국의 공격적 저가 공세로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앞서 미국은 2025년부터 중국산 라텍스 장갑 제품을 견제할 목적에서 50%의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2026년부터는 라텍스 제품 대상으로 관세 100%를 부과한다.

이에 중국 기업들은 미국 수출길이 사실상 막히면서 2분기에는 유럽과 동남아 지역에 낮은 가격으로 물량이 풀리게 됐다. 글로벌 NB 라텍스 시장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며 금호석유화학의 합성고무 부문 영업이익률도 올해 1분기 6.1%에서 2분기 1.3%까지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금호석유화학의 주력인 합성고무 부문은 2분기 매출 6745억 원, 영업이익 85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0.9%, 81.8% 감소했다. 

이 영향을 받아 전체 연결 기준으로도 매출 1조7734억 원, 영업이익 652억 원으로 집계돼 전년 대비 각각 4.3%, 45.3% 줄었다.

그럼에도 증권업계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이 올해 하반기부터 이익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된 이유로 금호석유화학의 주요 고객사들이 포진한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미국의 관세가 확정되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완화된 부분이 꼽힌다.

지난 1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법령에 따르면 태국과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는 각각 19%, 베트남에는 20%의 관세가 부과된다. 이는 처음 미국 정부가 예고했던 관세율보다 낮아진 수치다.

베트남은 기존 발표였던 42%에서 22%포인트 낮아졌으며 말레이시아 역시 25%에서 8%포인트 인하됐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NB라텍스 관련 제품의 약 80%를 수출하는 말레이시아의 관세율이 낮아진 점은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관세 이슈가 점진적으로 완화되며 구매 수요가 재차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NB라텍스는 고객사의 가동률 상향으로 공급과잉이 완만하게 해소되면서 시장 판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백종훈 사장은 하반기 수익성 회복 기조 속에서 주력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제품이 고율의 관세로 미국에 수출하지 못하게 되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돼서다.

이와 함께 중국의 석유화학 제품 공급과잉이 저가 범용 제품에서 고부가 스페셜티 소재로 범위를 넓혀가는 상황에서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해 중국보다 앞선 제품으로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유화학은 연구개발비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올해 1분기 금호석유화학 연구개발비로 132억 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 128억 원보다 3.1% 확대된 수치다. 2024년 연간으로 봐도 654억 원을 지출하며 1년 전보다 3.7%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백 사장은 전기차의 고성능 타이어에 주로 사용되는 ‘솔루션스티렌부타디엔고무(SSBR)’ 연구개발에 힘을 주는 것으로 파악된다.
 
금호석유화학 핵심 합성고무 하반기 회복 예상, 백종훈 스페셜티 R&D 확대로 중국 따돌린다

▲ 금호석유화학이 연구개발비 규모를 꾸준히 확대해 나가고 있다. 사진은 금호석유화학 중앙연구소의 모습. <금호석유화학>


SSBR은 주로 고성능 타이어에 사용된다. 기존 고무 제품보다 마모에 강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 내연기관차보다 약 30% 더 무거운 전기차에 적합하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성장 둔화)에도 고부가·고연비 소재를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며 “올해 말에는 SSBR 3만5천 톤 증설을 완료해 15만 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종훈 사장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금호석유화학은 고부가가치 제품들의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며 “의료용품 등에 쓰이는 NB 라텍스, 자동차 부품에 쓰이는 EPDM, 방수제와 도료에 들어가는 MDI의 증설 투자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그 뒤 지난 4월 자회사 금호미쓰이화학의 단열재용 제품인 메틸렌디페닐디소시아네이트(MDI) 생산 능력 확대 작업을 완료했다. 또 지난 5월에는 기능성합성고무(EPDM) 공장을 증설했으며 지난 7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설비를 구축하는 등 꾸준히 스폐셜티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