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수출 통제로 희귀광물 가격 5배 폭등, 방위업체 비용 상승 부담

▲ 미국 F/A-18 호넷 전투기가 7월29일 이탈리아 나폴리 앞바다에서 군사 훈련을 하는 USS 제럴드 R. 포드 항공모함 갑판에 착륙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당국이 희귀광물 수출을 통제해 전투기와 드론 등 군사 무기를 제조하는 서구권 업체가 비용 상승과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미국을 비롯한 통제 대상국은 우방과 협업해 희귀광물 공급망에 있어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 하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3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방위산업에 들어가는 일부 광물은 최근 중국의 수출통제 이전보다 가격이 5배 뛰었다.

한 업체는 희귀광물인 사마륨을 구하는데 업계 표준보다 60배나 높은 가격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마륨은 높은 온도에서 강한 자성을 유지해 코발트와 합금해 전투기 엔진용 영구자석을 만드는 데 쓴다. 중국발 수출 통제로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크게 치솟은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귀광물의 약 90%를 공급한다. 미국 방산업체가 사용하는 핵심 희귀광물 대부분은 중국산이다. 

중국산 자석을 대체하려던 한 미국 드론 부품업체가 주문 납기를 최대 두 달 연기했다는 내용도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다른 공급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중국이 희귀광물 공급망에 확보한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베이징은 사마륨을 포함해 디스프로슘과 가돌리늄 등 희토류 7종을 대상으로 올해 4월4일 수출통제를 시행했다. 희토류는 희귀광물 가운데 성질이 비슷한 17개 종을 묶어서 부르는 말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에는 게르마늄과 갈륨, 안티몬 등의 희귀광물 수출도 금지했다. 수출할 때 사용처와 최종 수요자 확인을 의무화했다. 

이에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관세율을 조정하는 통상 협정에 희토류 통제 완화를 요구했다. 6월9일 영국 런던에서 진행한 고위급 통상 회담에서 희귀광물 수출 통제에 잠정 합의를 이뤘다고 미국은 발표했다. 

그러나 통상 협정이 아직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수출통제 절차가 이어져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풀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미 국방부는 2027년까지 중국산 희토류 자석 사용을 전면 금지할 방침이다. 

일부 업체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에서 대체 공급처를 확보하거나 자체 광물 조달에 나서고 있지만 본격 생산에 돌입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더구나 중국이 서구권 민간 기업엔 희토류 자석을 수출하지만 방위와 항공우주 부문은 수출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킨다는 점도 월스트리트저널은 짚었다. 

미국 방위산업체인 레오나르도DRS의 빌 린 최고경영책임자(CEO)는 7월30일에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게르마늄 안전 재고가 부족하다”며 공급 개선이 없으면 적시에 제품을 납품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