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2분기 영업이익 '훨훨' 순이익 '뚝', 코스알엑스 효과에도 '불안한 속사정'

▲ 아모레퍼시픽이 코스알엑스에 힘입어 2분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사진은 2023년 8월10일 더현대서울 지하 2층에서 열린 코스알엑스 팝업 매장. <코스알엑스>

[비즈니스포스트] 아모레퍼시픽이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네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K-뷰티 대표주’의 부활을 알렸다. 특히 지난해 인수한 코스알엑스의 실적 기여가 본격화되며 외형 성장에 뚜렷한 탄력이 붙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정작 순이익은 급감했고 실적 발표 당일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눈에 띄는 영업이익 성장 뒤에 숨겨진 실질 수익성의 불안정성과 영업외손익에 대한 시장의 회의론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9일 아모레퍼시픽 실적을 종합해보면 핵심 수익 지표 전반에서 뚜렷한 반등 흐름이 확인된다.

아모레퍼시픽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50억 원, 영업이익 73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1673.4% 증가했다. 특히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네 자릿수 영업이익 성장률을 기록하며 수익성 부문에서 강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실적만큼 뜨겁지 않는 편이다. 실적 발표 당일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오히려 2.38% 뒷걸음쳤다. 대부분의 증권사는 투자의견 ‘매수’를 유지했지만, 목표주가를 상향한 곳은 없고, 한 곳은 오히려 하향 조정했다.

일각에서는 올해 아모레퍼시픽의 반등이 일시적 흐름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 실적이 비정상적으로 낮았던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큰데다 코스알엑스 편입 효과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라네즈를 제외한 기존 브랜드의 실질 기여도도 제한적이라고 지적된다.

허제나 DB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의 가격 안정화 작업이 지속되며 매출 감소 추세가 이어어지고 있다”며 “하반기 중국을 제외한 대륙 전반에 브랜드 투자가 확대되어 유의미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기에 순이익 감소와 함께 재무 구조에 대한 주의 신호도 일부 감지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아모레퍼시픽의 순이익은 37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2.9% 급감했다. 코스알엑스 편입에 따른 대규모 지분법주식처분이익이 반영된 지난해 2분기 성적표의 ‘역기저효과’라는 분석이다. 지분법주식처분이익은 관계기업의 순이익을 지분율 등에 따라 정산해 영업외손익으로 계상한 항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같은 특수성이 기업가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순이익 변동이 본업의 개선보다는 지분법 이익 등 비경상적 요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모레퍼시픽의 실질적 수익 성장력에 대한 의문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예상치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순이익은 3천억 대 초반에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진투자증권은 3350억 원, 대신증권은 3180억 원, 한국투자증권은 3050억 원이다. 지난해보다 각각 44.4%, 47.2%, 49.3% 줄어든 수치다.

절대적 수치만 놓고 보면 201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다만 코스알엑스 인수에 따른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된다. 실제 코스알엑스의 단독 순이익만 따져도 2023년 1277억 원, 2024년 1465억 원이다. 인수에만 약 1조 원을 투입한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결과로 여겨진다.
 
아모레퍼시픽 2분기 영업이익 '훨훨' 순이익 '뚝', 코스알엑스 효과에도 '불안한 속사정'

▲ 코스알엑스의 인수 가격에 비해 아모레퍼시픽의 순이익 규모가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코스알엑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수익성 개선이 코스알엑스에 크게 의존한 결과라고 주장하며 본업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입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코스알엑스의 실적 기여로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렸다”며 “다만 영업외손실과 법인세 등 비경상 요인으로 순이익이 출렁이면서 근본적 수익 구조의 안정성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1분기 영업외손실은 212억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이익률(ROE)도 2.2%에 불과했다. 내부 자금조달 능력이 약해지면서 외부 차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4분기에도 영업외손실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호주법인 래셔널 그룹(Rationale Group Pty Ltd)에 대한 투자주식을 전액 손상처리하며 432억 원의 손상차손을 반영했다. 오세아니아 지역 확장과 맞춤형 화장품 협력을 목적으로 지분을 투자한 지 약 4년 만에, 해당 자산의 회수 가능 가치를 0원으로 평가한 것이다. 

올해 2분기에도 이러한 흐름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아직 구체적 분기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737억 원인 반면, 법인세비용차감전 계속사업이익은 524억 원에 그쳤다. 이를 고려하면 2분기 영업외손실 역시 수백억 원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순이익 부진이 장기화될 경우 재무 레버리지 구조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순이익 감소는 곧 이익잉여금 축적 둔화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자기자본 확장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반면 리스부채나 단기차입금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 자본 대비 부채 비중이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모레퍼시픽의 현재 재무건전성은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최근 3년간 부채비율 역시 20%대 초반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부채비율은 2022년 21.4%, 2023년 20.8%, 2024년 27.4%를 기록했다. 제조업 평균 부채비율과 비교하면 상당히 보수적인 재무 구조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두 개 분기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가는 움직이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채널·글로벌 포트폴리오 다각화, 중국사업 회복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이 집중되지 않으면 실적 가변성이 커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