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실적 뒷걸음질한 F&F, 배당 유지로 '주주환원정책' 선택

▲ F&F의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으나 주당 배당금이 유지되며 회의적 시각이 일부 제기된다.<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F&F(에프앤에프)가 인적분할 후 처음으로 실적이 하락했지만 주당 배당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대개 기업이 실적이 악화되면 배당을 줄여 재무 건전성을 챙기지만 F&F는 주주환원을 위해 다른 길을 선택했다.

17일 F&F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경기 침체 및 내수 부진으로 인적분할 이후 처음으로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F&F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8960억 원, 영업이익 4507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4.2%, 영업이익은 18.3% 줄었다.

F&F홀딩스(당시 F&F)는 2021년 5월1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인적분할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주사업은 F&F홀딩스가, 패션사업은 신설법인 F&F가 맡게 됐다.

F&F는 이후 배당을 꾸준히 확대했다. 2021년 421억 원이었던 배당금은 2022년 610억 원, 2023년에는 648억 원까지 증가했다. F&F가 배당을 늘린 배경에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꾸준한 실적 성장이 자리하고 있다. 배당 확대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는 분석이다.
 
작년 실적 뒷걸음질한 F&F, 배당 유지로 '주주환원정책' 선택

▲ 사진은 김창수 F&F 대표이사. <디스커버리 익스페디션>

지난해에도 배당 기조는 달라지지 않았다. F&F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18.3%, 순이익이 16.2% 후퇴했음에도 결산 배당금을 주당 1700원으로 유지했다. 일반적으로 순이익이 줄면 배당도 함께 줄어들기 마련이지만 F&F는 예외를 택했다.

F&F는 “이러한 배당 결정은 주주환원정책의 일부”라고 주장했다. 실제 F&F는 지난해 2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중장기 주주환원 정책을 내놨다. 2024년부터 2026년까지 3년 동안 별도 순이익의 20% 이상을 배당과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업계의 시선은 조금 다르다. 실적이 뒷걸음질했음에도 배당을 유지한 배경에 오너일가의 이해관계가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F&F의 배당 혜택이 대부분 오너일가에 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창수 F&F 대표는 지난해 3분기 기준 F&F 지분 2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최대주주는 지주사 F&F홀딩스로 지분율이 33.98%다.  
 
문제는 F&F홀딩스 역시 김 대표가 지분 62.84%를 보유한 개인 회사나 다름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친인척과 계열사 지분까지 더하면 오너일가 지분율은 91.71%까지 치솟는다. 사실상 가족기업이라는 평가이다. 

F&F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오너일가·공단·자산운용사 등을 제외한 실제 소액주주 지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같은 기간 동종업계 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나 휠라홀딩스의 소액주주 지분율은 각각 57%, 42%다.

결국 이번 배당 결정의 최대 수혜자는 단연 김창수 대표를 비롯한 오너일가다. 김 대표가 올해 F&F에서 받을 배당금만 149억8천만 원에 이른다. F&F홀딩스가 F&F로부터 받는 배당금은 221억3천만 원이다. 사실상 300억 원이 넘는 금액이 오너일가로 흘러들어가는 셈이다.
 
작년 실적 뒷걸음질한 F&F, 배당 유지로 '주주환원정책' 선택

▲ 중국 상하이의 MLB 매장 700호점. < F&F >


배당뿐만이 아니다. 자사주 매입 역시 같은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발표한 F&F의 자사주 매입 계획이 사실상 저점 매수 성격을 띠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주가 수준을 감안할 때 단순한 주주환원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F&F 주가는 2021년 5월 인적분할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같은 해 12월 최고가 19만9600원을 찍은 뒤 오르내리기를 반복했지만 큰 흐름은 하락세였다. 결국 2025년 3월14일 기준 6만7200원까지 내려앉으며 3년 만에 3분의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다만 실적 반등의 가능성도 충분하다. 올해 중국 한한령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 부진이 일회성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년 만에 실적이 회복된다면 배당을 둘러싼 논란도 자연스럽게 잦아들 수밖에 없다.

특히 F&F는 중국 매출 비중이 약 40%에 달할 정도로 중국 의존도가 높다. 한한령이 해제될 경우 다른 패션 기업들보다 더 큰 수혜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F&F는 이미 디스커버리를 앞세워 중국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안에 중국 내 디스커버리 매장을 100개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발표한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F&F의 올해 중국 내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 조정했다.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시장은 올해도 경기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은 경기 부양책 효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되면 중국 매출이 지난해보다 약 1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지난해 11월 중국에 개장한 디스커버리 매장 3곳이 점포당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며 “올해 중국 내 디스커버리 매장이 100개까지 늘어나면 중국 매출은 약 4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올해도 패션업계의 영업환경이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중국 내 K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한한령 해제 이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