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SMIC의 웨이퍼 기준 생산량 월 48만 장 가운데 23만4천 장이 8인치 웨이퍼였다. 상반기 DB하이텍의 월 생산량은 12만 장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런 생산능력 차이는 시장 점유율 격차로 나타난다. 시장 조사기관 HIS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삼성전자 등을 제외한 순수 파운드리시장에서 SMIC 점유율은 5%, DB하이텍 점유율은 2%로 집계됐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제재가 이뤄지면 SMIC는 앞으로 생산능력을 더 확대하거나 미세공정을 개발하는 일 자체가 가로막히게 된다. 기존 장비를 유지보수하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영국 로이터는 미국 정부가 미국 반도체장비나 기술 관련 기업들이 SMIC에 납품할 때 미국 정부의 허락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는 사실상 SMIC가 반도체를 만들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치로 읽힌다. 반도체업계에서 미국 기술 및 장비 없이 자체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로 여겨진다.
SMIC가 이런 강한 제재를 받는 일은 특히 최 부회장의 중국 파운드리시장 공략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최 부회장은 최근 급증하는 중국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기업)를 고객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힘쓰고 있다. 기술매체 EE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팹리스는 2015년 736개에서 2017년 1780개로 늘어났다.
DB하이텍은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통해 “국내뿐 아니라 중국 등 해외고객을 중심으로 프로모션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급성장하는 중국 팹리스시장에 전력반도체,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공급을 지속해서 늘려나가며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에는 SMIC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 SMIC는 주로 8인치 파운드리사업을 수행해 DB하이텍과 사업영역이 겹치는 데다 중국 기업인 만큼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2분기 기준 SMIC 전체 매출 가운데 66.1%가량이 중국이나 홍콩에서 나왔다.
그러나 아무리 같은 국적의 기업이라도 미래가 불확실한 쪽에 핵심부품의 생산을 맡기기는 쉽지 않다.
중국 팹리스들은 SMIC에 관한 제재를 대비하기 위해 미리 DB하이텍 등 다른 파운드리기업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중국의 파운드리 공급은 수요 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는 상태로 이번 미국의 SMIC 제재 가능성은 향후 중국 파운드리 수급 불균형을 심화시킬 것”이라며 “중국 IT업체들이 향후 반도체 재고 확보 차원에서 해외 파운드리업체에 긴급주문을 넣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DB하이텍의 중국 매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DB하이텍은 현재 매출의 50% 정도를 중국 업체를 통해 거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DB하이텍 경기도 부천공장 전경. < DB그룹 >
시장에서는 DB하이텍이 미국 정부의 SMIC 제재, 최근 8인치 파운드리 수요 증가 등에 힘입어 순조로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다고 본다.
하나금융투자는 DB하이텍 매출이 2019년 8074억 원에서 2020년 9730억 원에 이르고 2021년에는 처음으로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최 부회장은 여러 호재에도 8인치 파운드리 생산시설 증설은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에서 각각 파운드리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공장 2곳의 평균 가동률은 2019년 94.46%에서 올해 상반기 98.07%까지 올라가 증설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최근 세계 파운드리사업은 12인치 웨이퍼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8인치 파운드리를 위한 장비를 확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된다. 증설 자체에 따른 대규모 투자도 부담이다.
김경민 연구원은 “비메모리반도체 시설투자 부담이 누구에게나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동률을 적절하게 유지할 수 있는 연 1만 장 이하의 소규모 증설이 DB하이텍에 적합하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DB하이텍 관계자는 “향후 생산능력의 보완을 위한 투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나 그 금액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