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양극재 3사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다만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정 수요정체)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실적 상승세가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성장성 물음표, ESS와 원가 경쟁력이 관건

▲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등 국내 3대 양극재 기업이 올해 3분기 나란히 실적을 개선하고 있지만, 캐즘 장기화에 따른 수요 침체를 돌파할 본업 경쟁력을 높이지 않으면 앞으로 큰 실적 반등을 기록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업계에서는 결국 이들의 단기 실적 반등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용 시장 확대와 원가 경쟁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관련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양극재 3사가 올해 3분기 나란히 실적 '턴어라운드'를 기록했음에도, 본업 경쟁력은 더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7일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3분기 매출 8748억 원, 영업이익 66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2%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773.5% 늘었다.

양극재 판매량은 지난해 3분기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재고평가 충당금 환입 등 300억 원에 가까운 일회성 이익으로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4분기 매출 7799억 원, 영업이익 16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3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약 1천억 원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500억 원 가량 줄어드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매출 6253억 원, 영업이익 507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보다 매출은 19.8% 늘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양극재 판매량이 감소했음에도 투자 이익과 일회성 이익으로 실적 회복세가 지속됐다.

회사의 3분기 영업이익 가운데 인도네시아 니켈제련소 투자 관련 이익이 418억 원으로 80%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재고평가 충당금 환입으로 인한 이익 90억 원, 연구개발(R&D) 비용의 자산화를 통한 30억 원의 이익을 제외하면 양극재 사업에서는 사실상 적자를 기록한 셈이다.  
 
인도네시아 투자 관련 이익이 매 분기마다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본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코프로비엠은 올해 4분기 매출 7765억 원, 영업이익 147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인도네시아 투자 관련 이익과 일회성 이익 총 410억 원이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극재 사업은 4분기에도 부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엘앤에프는 상대적으로 양극재 사업에서 좋은 실적을 기록하며 장기 흑자 기조의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사는 2025년 3분기 매출 6523억 원, 영업이익 221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5.4% 늘고, 영업손익은 흑자로 돌아섰다.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엘앤에프 3분기 실적 '턴어라운드'에도 성장성 물음표, ESS와 원가 경쟁력이 관건

▲ 엘앤에프는 3분기 하이니켈 양극재 분기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했다. 국내 최초 대규모 LFP 양극재 생산기지를 통해 흑자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엘앤에프>


엘앤에프도 일회성 이익 170억 원 가량이 반영됐다. 하지만 하이니켈 양극재 판매량이 분기 기준 최대 출하량을 달성하며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고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엘앤에프는 4분기 매출 6659억 원, 영업이익 109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

엘앤에프 역시 4분기 일회성 이익 소멸로 영업이익이 소폭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하이니켈 양극재 판매량은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양극재 3사는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양극재 수요 부진에 대응해 ESS 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 소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미국 내 ESS 기업들이 탈중국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엘앤에프는 지난 8월 대구 달성군에서 ESS용 배터리에 적용 가능한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생산 공장 건설에 들어갔다. 회사는 공장 건설에 3382억 원을 투자하며, 내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생산 능력은 연 최대 6만 톤이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도 LFP 양극재 개발은 마무리한 상황이다. 다만 두 기업은 삼원계와 LFP 양극재를 두고 대규모 증설 투자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극재 3사는 생산단가 절감과 탈중국 수요 확보를 위해 양극재의 핵심 소재인 전구체를 내재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과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국내 공장에서 전구체를 양산하고 있다. 엘앤에프도 최근 LS와 합작공장을 설립하며 자체 전구체 공급처를 확보했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중국산 배터리 소재 규제로 ESS 산업의 탈중국화가 본격화하고 있다”며 “전기차 수요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양극재 업체에 ESS 시장은 큰 도전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