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에 미국 자동차 '가격인상 억제' 한계 맞아, 소비자에 전가 불가피

▲ 자동차 제조사들이 미국 시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 인상 비용을 자체적으로 떠안고 있지만 곧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시됐다. GM의 전기차 주력상품 라인업.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에도 미국에서 가격 인상을 자제해 왔지만 더 이상 버티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결국 미국에서 차량 가격이 줄줄이 인상되며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키우는 시나리오가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는 19일 “미국 자동차 판매가는 예상과 달리 급등하지 않았다”며 “기업들이 비용 증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스스로 감내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4월부터 수입산 자동차에 품목별 관세 부과를 시행한 뒤 자동차 제조사들은 수십억 달러의 추가 비용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차량 구매 정보업체 에드먼즈 집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신차 평균 출고가격은 3월 중순에서 8월 중순 사이에 1% 미만의 상승폭을 보이는 데 그쳤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흐름은 2026년형 신차에도 대부분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로이터는 트럼프 정부 관세가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기 시작하며 자동차 제조사들이 가격 인상 압박을 더 이상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미국 GM은 올해 수입관세 인상에 따른 추가 비용이 최대 50억 달러(약 6조9700억 원), 포드는 30억 달러(약 4조18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6월 기준으로 미국 자동차 1대당 반영되는 관세 관련 비용은 2300달러(약 321만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비용 상승분을 소비자에 전가하는 대신 내부적으로 흡수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거나 협력사 및 판매사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쪽으로 대응하고 있다.

차량 배송비를 인상하는 등 간접적으로 소비자에 비용을 전가하는 사례도 파악된다. 2025년형 미국 자동차 배송 요금이 기존 모델보다 평균 8.5% 상승했다는 에드먼즈의 통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그러나 자동차 제조사들도 이러한 방식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하고 손실을 떠안는 전략에 점차 한계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온라인 자동차 거래업체 카구루스는 로이터에 “자동차 업체들이 점진적으로 차량 출고가를 인상하고 수익성이 높은 고가 모델에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자연히 미국 소비자 물가에 부담을 키울 수밖에 없는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미국에서 여전히 자동차 제조사들 사이 시장 점유율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가격 인상폭이 제한적 수준에 머무를 수 있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미국 중서부 딜러 그룹은 로이터에 “자동차 업체들은 가격을 급격히 올려 경쟁사에 고객을 빼앗기는 일을 원하지 않는다”며 “점유율은 제조사들에 큰 의미가 있는 만큼 출고가 인상은 매우 점진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