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사진)이 CJENM 영화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신규 콘텐츠 레이블을 세우고 영화 제작에 참여하며 ‘K컬처 대모’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5일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이미경 부회장은 콘텐츠 레이블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 창립 멤버로 나섰다. 또 다른 창립 멤버로는 재닛 양(양자경) 전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장과 도미닉 응 이스트웨스트뱅크 최고경영자(CEO) 등이 있다.
CJENM에 따르면 이 레이블은 아시안 콘텐츠 이니셔티브의 일환으로 설립됐으며, 아시아 및 아시아계 미국인의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발굴하고 지원해 전 세계 관객들을 사로잡을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퍼스트 라이트 스토리하우스’에서는 재능 있는 아시아 창작자들이 주도하는 영화 및 드라마 프로젝트를 전략적으로 선정하고 개발 단계를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다양한 장르와 주제, 문화적 관점을 아우르는 콘텐츠로 미국 및 전 세계에 걸친 아시아인들의 다채로운 경험을 기념할 예정이다.
특히 ‘개발 단계’에 집중해 창립 멤버들이 초기 투자 및 공동 제작자로 참여함으로써 시장 경쟁력을 갖춘 매력적인 프로젝트의 실현을 촉진할 예정이다. 개발이 완료된 이후에는 스튜디오, 제작사, 스트리밍 플랫폼과의 파트너십 체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이미경 부회장은 “최근 아시아 창작자들의 성공은 이들 이야기의 잠재력과 진정성을 보여준다”며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이들 목소리를 조명하려고 한다. 문화 간의 다리를 놓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믿는다”고 말했다.
CJENM은 2022년 1월 미국 콘텐츠 제작사 ‘엔데버 콘텐트’를 인수한 뒤 9월에 사명을 ‘피프스시즌’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콘텐츠를 공급했다. 하지만 9300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에 걸맞지 않게 피프스시즌은 인수된 이후 순손실이 2022년 692억 원, 2023년 1179억 원, 2024년 918억 원으로 지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아시아계 미국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미나리’와 ‘패스트 라이브즈’가 흥행하자 CJENM은 아시아계 콘텐츠를 차별화 지점으로 잡고 새롭게 미국시장을 공략하는 모양새다.
이 부회장은 CJENM 영화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9월 개봉하는 박찬욱 감독 영화 ‘어쩔 수가 없다’에 이 부회장은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이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2012년 영화 ‘피에타’ 이후 13년 만에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는 성과를 올렸다.

▲ 9월 개봉하는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한 장면. < CJENM >
마찬가지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한미 합작 영화 ‘부고니아’에도 이 부회장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이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린 작품은 ‘패스트 라이브즈’와 ‘헤어질 결심’, ‘브로커’, ‘기생충’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활동에도 최근 CJENM의 영화사업은 부침을 겪는 모양새다.
2020년 이후 투자·배급한 작품 가운데 손익분기점(BEP)을 넘은 작품은 ‘헤어질 결심’과 ‘공조2: 인터내셔날’, ‘베테랑2’ 등 단 세 편뿐이다.
CJENM 영화드라마 사업부문은 영업손실을 지속하고 있다. 2022년 영업이익 71억 원을 낸 뒤 적자전환해 2023년 975억 원과 2024년 413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손실 232억 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영화 관련 성과가 미진하자 CJENM 1분기 실적 발표 자료에서는 영화 관련 언급이 사라졌다. 2분기에는 영화를 한 작품도 개봉하지 않았다.
영화사업의 부진과 함께 CJ그룹 안에서 문화사업의 위상도 많이 쪼그라들었다.
CJ그룹은 그룹의 주요 사업군을 △식품&식품서비스 △생명공학 △물류&신유통 △엔터테인먼트&미디어 4개로 나눈다. 이 가운데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은 1분기 유일하게 영업손실 296억 원을 내며 적자를 기록했다.
한국 영화 최고 부흥기로 꼽히는 2019년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사업군은 영업이익 2552억 원을 내며 전체 영업이익 1조5092억 원 가운데 16.9%를 차지했다.
이처럼 문화사업으로 일군 CJ그룹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한국 문화계의 대모로 불리는 이 부회장의 활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CJ그룹 영화사업의 중요한 순간에는 모두 이 부회장이 있었다. 2020년 영화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상을 받자 무대에 올라 동생 이재현 CJ그룹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던 장면이 대표적이다. 당시 ‘기생충’의 후광으로 이재현 회장은 이례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재계 그룹 총수 간담회에 참석했다.
현재 CJ그룹뿐 아니라 국내 영화산업 전반이 침체기를 지나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은 코로나19 이전의 절반 수준인 1억2313만 명에 그쳤다. 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