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부문의 수주잔고가 아직 많아 실적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높지만 수주산업의 핵심인 일감을 확보할 환경은 어두워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무엇보다도 대형건설사들이 일감을 늘릴 수 있었던 재건축사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10대 대형건설사들은 지난해 전국에서 재건축사업으로만 모두 19조 원에 육박하는 일감을 따냈다. 2016년보다 수주금액이 20% 넘게 늘어났다.
현대건설과 GS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 재건축사업 수주금액 기준 상위 5개 대형건설사가 재건축사업에서 확보한 수주금액만 15조 원이 넘는데 2016년보다 수주금액이 70%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올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도가 6년 만에 부활하면서 더 이상 재건축사업에서 수혜를 보기 힘들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그동안 재건축조합들은 초과이익환수제 부담을 피하기 위해 사업을 빠르게 진행시켜왔다”며 “초과이익환수제 부활로 대형건설사들의 재건축사업 수주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이미 지난해 시공사 선정을 대부분 마쳤기 때문에 앞으로 재건축사업에서 많은 물량이 쏟아져 나오기 힘들다는 것이다.
정부는 대형건설돌에게 강남 재건축사업에 쏟을 열정을 해외시장 개척에 쏟으라며 압박하고 있지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으려고 해도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종합정보서비스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해 해외에서 모두 290억 달러를 신규수주했다. 2016년보다 수주금액이 3%가량 늘어난 것이지만 2012~2014년과 비교해 반토막 수준에 불과하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안팎을 기록하면서 발주환경이 나아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지만 중동에 있는 나라들이 여전히 발주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상장기업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국내 주요 5개 대형건설사가 지난해 거둔 영업이익은 약 3조7천억 원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6년보다 영업이익이 2조4천억 원가량 늘어나는 것이며 사상 최대 합산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다.
◆ 대형건설사 CEO들의 2018년 전략은?
대형건설사 CEO들도 올해 건설시장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체질개선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대형건설사 CEO들의 신년사를 살펴보면 단순시공방식의 옛 사업구조에서 탈피해 새 수익원을 찾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대형건설사 CEO들은 대부분 체질개선을 올해 핵심목표로 제시했다.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2일 발표한 신년사에서 “올해 역시 우리 앞의 경영환경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며 “모든 것을 처음 대하듯 새롭게 보고 새로운 시각에서 전략을 디자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건설사업관리(CM)와 프로젝트건설관리(PMC), 투자개발, 운영사업 등에 적극 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설사업관리는 설계기업과 시공사, 정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관리할 역량이 부족한 발주자를 대신해 건설사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는 것을 말한다. 시공만 맡을 때보다 사업에 투입해야 하는 인력과 예산이 늘어나지만 사업관리를 성공적으로 이끌 경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다.
투자개발형사업은 기존 설계와 자재구매, 시공의 EPC방식에다 건설자금까지 조달하는 금융부문이 결합된 형태의 사업이다. 사업개발과 지분투자, 설비운영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새 수익원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해외발주처가 자금조달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투자개발형사업 확대가 일감 확보의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조기행 SK건설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어려운 시장환경에서 엇비슷한 경쟁력으로 살아남기 어렵다”며 “새로운 상품과 혁신적 비즈니스모델을 준비해야 한다”고 의지를 보였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주변 경제환경과 기술, 사회문화 등 모든 것이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다”며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변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송문선 대우건설 대표이사와 한찬건 포스코건설 사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도 모두 체질개선을 통해 불황을 헤처나가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