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합당과 관련한 당내 반발이 거세지는 가운데 ‘전 당원 여론조사’라는 승부수를 던졌다.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자신을 향한 지지세가 강한 권리당원들의 찬성 여론을 등에 업고 정면 돌파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과 함께, 최악의 경우 ‘당심’을 명분으로 합당 논의를 미루는 출구전략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민주당 정청래 '전 당원 여론조사' 승부수, 합당 '반발 정면돌파' '출구전략' 동시 겨냥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민주당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정 대표는 6월 지방선거 전 합당을 설득하기 위한 전방위 행보에 나섰다. 정 대표는 이날 당내 초선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6일 중진 의원들, 10일에는 재선 의원들과 회동할 계획이다.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전격 발표한 뒤 당내에서는 친명계 최고위원 중심으로 거세게 반발했다. 

전날 황명선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는 더 이상 논쟁을 키우기보다 지도부 차원에서 당원들과 혁신당 측에 양해를 구하고 결자해지 자세로 합당 논의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강득구 최고위원도 같은 자리에서 “이 시점에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한다”고 주장했다.

지도부 이외 당내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친명계 모임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대표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초래한 당내 분열을 즉각 수습하고,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정 대표는 전날 최고위회의 마무리 발언에서 “토론하자고 여러 말씀들을 했는데 정작 당 주인인 당원들 토론은 빠져 있다”며 “합당 여부는 전당대회나 수임기구인 중앙위원회 직전 전 당원투표로 결정하게 돼 있는데 그런 과정 전이라도 전 당원 여론조사를 해보는 게 어떨지 최고위원들과 논의해 보겠다”고 밝혔다.

정 대표는 자신에 대한 권리당원의 강한 지지세를 등에 업고 6월 지방선거 이전 합당을 성사시키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대표는 자신의 핵심공약인 1인1표제 도입을 추진하면서도 전 당원 여론조사 실시한 뒤 86.81%의 압도적 찬성률을 앞세워 중앙위원회 표결 밀어붙였고, 두 차례 표결 끝에 최종 통과됐다.

문제는 권리당원 등 민주당 지지층의 합당에 관한 지지 역시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조원씨앤아이가 지난달 24~26일 전국 만18세 이상 2002명 대상으로 민주당 조국혁신당 합당 찬반을 물은 결과 민주당 지지층에서 찬성 67.6% 반대 25.2%로 찬성 여론이 42.4%포인트 차이로 크게 앞섰다. 하지만 이번달 5일 발표된 전국지표조사에서 2~4일 합당 찬반을 조사한 결과는 민주당 지지층에서 찬성 47% 반대 38%로 두 의견 사이 격차가 9%포인트까지 줄었다. 조사 주체가 다르다는 점과 두 여론조사 오차범위 최대치를 고려해도 찬성 비율이 약 10일 새 최소 15%포인트 이상 떨어졌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친명계 한준호 민주당 의원 이날 MBC 시선집중에 출연해 “(1일 합당 철회를 요청하는 기자회견 마친 뒤 진행한 라이브 방송에서) 동접으로 7천여 분이 들어왔는데 압도적으로 합당 반대 여론이 높았다”며 “그날 이후부터 오는 문자들이 제 논리를 지지하는 분들의 문자가 많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지난달 22일 당내 논의 과정 없이 조국혁신당과 합당을 전격 발표한 때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원칙적으로 합당에 찬성하는 쪽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속한 합당으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이 얻을 게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원내 합당 반대파들도 지방선거 이전에 조국혁신당과 합치면 조국혁신당의 이념적 색채가 강해 중도층 표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을 주요 근거로 들고 있다.

합당에 관한 여론조사가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 대표의 합당 추진 동력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정 대표가 당내 합당에 관한 숙의 과정을 거치면서 합당을 지방선거 전에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이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3~4일 간의 아주 치열한 토론을 벌이다 보면 시간은 충분하다”며 “2월21일 예비후보 등록부터 5월21일 본 후보 등록까지 석 달이라는 시간이 있다. 12석을 가진 조국혁신당과 크게 가치가 다르지 않기 때문에 합치는 것은 실무적인 부분에도 크게 많이 잡아도 한 달이면 된다”고 봤다. 

전 당원 여론조사가 실제 진행되면 그 결과가 지방선거 이전 합당과 관련한 논의 흐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정청래 '전 당원 여론조사' 승부수, 합당 '반발 정면돌파' '출구전략' 동시 겨냥

▲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일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제의했던 조국혁신당에 대한 합당 제안 철회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조사에서 당원들의 찬성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온다면 반대파 의원들의 논리를 ‘기득권의 저항’으로 규정하며 지방선거 전 합당을 강행할 수 있는 강한 명분을 얻을 수 있게 된다.

반면 여론조사 결과가 예상보다 팽팽하거나 당내 의원들과 토론 과정에서 갈등이 더욱 심화하는 경우 정 대표가 당원의 뜻에 따라 합당 시기를 미룰 수 있는 출구전략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압도적이지 않더라도 과반을 차지하면 정 대표가 이를 명분으로 합당 추진을 강행할 수도 있다. 다만 합당 여론조사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고 전 당원 투표를 넘어선다 해도 합당 성사를 장담할 수는 없다. 

민주당 당헌은 다른 정당과 합당하는 때 권리당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토 투표를 거친 뒤 전당대회 또는 전당대회가 지정하는 수임기관의 결의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당대회가 열리기 어려운 경우에는 당 중앙위원회를 수임기관으로 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당대회를 열기 어려운 만큼 당내에서는 중앙위 결의를 거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앞서 2~3일 진행된 1인1표제 도입 관련 당 중앙위 투표에서도 통과는 됐으나 지난해 12월 표결 때 72.65%였던 찬성률이 60.58%로 10%포인트 넘게 하락했다. 1차 투표 당시에는 찬성률은 높았지만 재적 과반수 기준에 못 미쳐 부결됐다.

합당과 달리 1인1표제 도입에 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서 소수를 제외하곤 동의하는 흐름이었다. 그럼에도 2달 만에 찬성률이 떨어진 건 1인1표제가 아닌 정 대표의 합당 추진에 관한 반대 의사가 반영됐다는 것이 정치권의 지배적 시각이다.

이런 가운데 합당에 관한 당 중앙위 표결에 부쳐진다면 찬반이 비등하거나 오히려 반대가 앞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전 당원 여론조사 결과에서 찬성이 과반을 차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정 대표의 여론조사 카드는 합당을 위한 전 당원투표 추진 자체를 반대하는 당내 반발을 돌파하는 데는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선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가 합당 논의를 조속히 정리하지 않은 채 전 당원 투표를 강행하는 것은 결코 수용할 수 없다”며 “당원 다수의 우려를 외면한 채 합당을 밀어붙이면 보이콧을 포함한 조직적인 반대 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무선·ARS(자동응답)·RDD(임의전화걸기)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전국지표조사는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각 조사는 2025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부여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