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미국 시장에서 지속가능항공유(SAF) 분야 신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연료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SAF뿐 아니라 미래경제 핵심으로 꼽히는 수소 사업도 두드리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새 사업 영역으로 점찍은 수소와 SAF 등의 에너지전환 시장이 본격화하기 이전인 만큼 가시적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E&A 남궁홍 에너지전환 화공사업 다변화 모색, 수소시장 본격화 더딘 점은 '부담'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


14일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DG퓨얼스(DG Fuels)에 따르면 삼성E&A는 미국 루이지애나주 SAF 프로젝트의 주요 계약사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모두 약 80억 달러(11조6760억 원) 규모로 삼성E&A는 이 가운데 기본설계(FEED)를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계약은 아직 맺어지지 않았지만 기본 조건 합의서를 체결한 상태이며 최종투자결정(FID) 시점 목표는 2026년 3분기다. 
 
삼성E&A가 새 사업 영역인 에너지전환의 핵심으로 제시한 SAF 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는 셈이다. SAF는 농업 잔여물, 폐식용유 등을 원료로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배출을 크게 줄인 친환경 항공 연료를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가 본계약을 거쳐 향후 EPC(설계·조달·시공)까지 이어지면 SAF 시장에서 이뤄낸 두 번째 성과이기도 하다. 

삼성E&A는 올해 초 말레이시아에서 1조4천억 원 규모 플랜트 계약 체결로 SAF EPC(설계·조달·시공) 시장에 진출하며 화공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남궁홍 삼성E&A 대표이사 사장이 그동안 주도한 에너지전환의 성과도 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궁 사장은 그동안 석유화학 중심의 화공 플랜트 포트폴리오를 친환경 흐름에 맞춰 에너지전환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지난해 사명도 삼성엔지니어링에서 삼성E&A로 바꾸며 친환경 사업에 대한 의지를 내보였다.

남궁 사장은 지난해 3월 사명 변경을 다룬 정지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100년 기업으로 도약할 새로운 원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새로운 사명과 함께 혁신을 더욱 단단히 하고 에너지 전환 시대의 변화를 선도해 미래 준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삼성E&A 남궁홍 에너지전환 화공사업 다변화 모색, 수소시장 본격화 더딘 점은 '부담'

▲ 삼성E&A는 넬과 손잡고 11월초 새 그린수소 생산 솔루션을 공개했다. 남궁홍 삼성E&A 사장(오른쪽)과 호콘 볼달 넬 사장이 '컴퍼스H2-P' 출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삼성E&A >


다만 남궁 사장이 올해 지분 투자를 단행한 수소사업에서는 성과가 가시화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삼성E&A는 지난 3월 476억 원을 들여 노르웨이 기업인 넬 지분 9.1%을 인수하며 그린수소 시장 진출을 본격화했다. 넬은 세계 최초로 수전해 기술을 상업화한 기업이다. 수전해는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와 산소로 생산하는 기술로 그린수소 생산의 핵심 기술로 여겨진다.

다만 넬은 3분기 상각전영업이익(EBITDA) 3700만 NOK(노르웨이크로네, 약 53억 원) 적자를 냈다.

현금잔액은 17억5700만 NOK(약 2553억 원)로 안정적 수준을 유지했지만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억3200만 NOK(약 191억 원) 유출로 1년 전보다 악화됐다. 3분기 말 수주잔고는 9억8400만 NOK(약 1434억 원)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47% 급감했다.

넬은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정부 인센티브 지연과 고금리, 수소시설 건설·운영비용 증가 등 거시경제 위험이 시장 침체를 장기화할 수 있다”며 “다만 넬은 견고한 현금 잔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이 회복될 때 성장 전략으로 복귀할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바라봤다.

넬의 실적 부진은 아직 수소 시장이 본격화되지 않았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읽힌다. 국내에서도 2020년 세계 최초로 수소법을 제정하는 등 수소경제 활성화에 힘써 왔지만 올해 청정수소 발전 입찰이 마감 당일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는 등 아직 시장이 무르익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SAF 시장 또한 대한석유협회 등에 따르면 2050년까지 연평균 17.5% 확대되며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높은 초기 설비 투자 부담이 존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남궁 사장은 결국 해외에서 에너지전환 사업 기회를 타진하면서 자체적 생태계 구축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E&A가 에너지전환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지난해부터 개최하는 ‘삼성E&A 테크포럼’이 대표적이다. 국내외 발주처와 파트너사 등이 참석하는 포럼으로 올해는 사우디아람코와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기업까지 가세해 규모가 500여명까지 크게 늘었다.

남궁 사장은 지난 6월 열린 올해 포럼에서 “탄소포집과 그린수소, SAF 등 에너지전환 솔루션부터 EPC 수행 혁신까지 생산적 토론을 펼쳤다”며 “기술과 기술, 기업과 기업의 연결이 혁신으로 이어져 글로벌 협업 프로젝트가 탄생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