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전력기기 수요 확대에 맞춰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다만 숙련 노동자를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 HD현대일렉트릭 >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이 선별적인 수주 정책을 펼친 점도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힌다. 중동에서도 대규모 송변전망 투자가 예정돼 있는 만큼 당분간 가파른 성장세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 사장은 설비 증설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력 확보가 생산력 확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8일 전력기기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HD현대일렉트릭이 2025년 한해에만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으로는 매출 2조9163억 원, 영업이익 6744억 원을 거뒀다. 4분기 영업이익 시장 기대치(컨센서스)가 3천억 원 수준으로 설정된 점을 고려하면 2025년 한해에만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 영업이익이었던 2024년 6690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HD현대일렉트릭 측은 수익성 확대를 두고 “전체적인 매출 증가와 더불어 고수익성 제품 선별 수주로 이익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지역 765킬로볼트(kV) 초고압 변압기와 유럽 지역 친환경 변압기 등 수익성이 높은 제품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 세계에서 765kV 전력기기 공급이 가능한 업체가 10곳 안팎에 불과해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아울러 유럽연합(EU)은 친환경 고압차단기(GIS) 의무화를 진행하고 있다.
145kV 이하급 변압기는 2028년부터, 145kV 초과급 변압기는 2030년부터 친환경 GIS를 필수 적용해야 한다. 친환경 GIS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HD현대일릭특일을 포함해, 4곳에 불과해 꾸준한 수요가 뒷받침될 것으로 보인다.
수주잔고도 지속 확대되고 있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신규 수주한 금액은 35억4300만 달러(약 5조1178억 원)로, 올해 초 회사가 제시한 연간 수주 목표 38억2천만 달러를 무리 없이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 HD현대일렉트릭 미국 앨라배마 법인 전경. < HD현대일렉트릭 >
올해 3분기 기준 누적 수주잔고는 총 69억8300만 달러(약 10조869억 원)로 지난해보다 29.3% 증가했다. 다만 현재 가동하고 있는 울산 공장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은 이미 100%를 넘어선 상황이다.
특히 2028년 전후로 납기 물량이 몰려있어 생산설비 확대가 절실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800억 원을 들어 앨라배마 1단계 증설을 완료한 데 이어 현재는 2028년을 목표로 1850억 원을 투입해 2단계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 공장도 지난해 1단계 증설을 마무리하고 내년 완공을 목표로 2단계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두 공장의 2단계 증설이 완료되면 총 생산능력은 기존 대비 5200억 원 규모 이상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증설을 위한 추가 투자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초대형 인공지능(AI) 프로젝트와 사우디 비전 2030 프로젝트 등 대규모 전력설비 투자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HD현대일렉트릭은 재정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추가 투자 여력이 충분하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부채비율은 148.8%, 순차입금 의존도는 –37.7% 수준으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숙련된 인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은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으로 미국 내 제조업 종사자들이 대거 외부로 이탈했기 때문이다.
또 전력기기는 노동자들의 숙련도에 따라 생산효율이 크게 좌우되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기 생산 현장에 신규 노동자들을 투입할 경우 정상 수준으로 가동하기까지는 수 년이 걸릴 수 있다.
이상현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울산과 미국 앨라배마 공장 모두 인력 수급이 가장 큰 문제로 인식된다”며 “향후 증설 계획은 인력 수급 계획 완료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HD현대일렉트릭의 2026년 매출과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각각 4조7859억 원, 영업이익 1조2661억 원이다. 올해 실적 추정치와 비교해 매출은 17.9%, 영업이익은 28.8% 증가하는 것이다 최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