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11번가' 남겼다, 쿠팡 독주 이커머스 시장서 부활 해법 찾는다

▲ SK그룹이 11번가를 SK플래닛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며 치열해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일리지 커머스'라는 차별화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SK그룹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한 11번가를 계열사로 남기며, 치열해진 이커머스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11번가는 SK스퀘어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경영 불확실성에서 벗어나 사업 안정화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SK그룹은 그룹 내 이커머스, 마일리지 사업을 하나로 묶어 기존 쿠팡과 네이버 중심의 이커머스 시장에서 '마일리지 커머스'라는 차별화한 입지를 다지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재계에 따르면 SK스퀘어가 재무적투자자(FI)가 보유한 지분을 포함한 11번가 지분 전량(약 4673억 원)을 자회사인 SK플래닛에 매각함으로써, SK그룹 차원에서 책임을 지며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는 해법을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스퀘어는 2023년까지 11번가 기업공개(IPO)에 실패했고, 그 뒤에는 11번가를 외부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이커머스 시장 상황 악화 등으로 2년 동안 외부 매수자를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11번가를 SK플래닛에 매각하고, 다른 자산(스파크플러스, 코빗, 해긴 등)까지 SK플래닛 산하로 재편함으로써 SK플래닛은 커머스 플랫폼에 집중하고, SK스퀘어는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향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모회사(SK)와 같이 SK스퀘어도 리밸런싱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비핵심 계열사 매각을 통해 AI 반도체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주주환원 재원으로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11번가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은 상항이다.

현재 쿠팡 독주 체제에 네이버가 따라가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11번가는 G마켓, 옥션, SSG닷컴 등과 함께 치열한 3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게다가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초저가 제품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도 커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코리아는 최근 G마켓과 기업결합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로 승인받기도 했다.

11번가는 2019년 이후 연간 영업이익을 거두지 못하고 있어 수익성 회복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지난해부터 본사 이전, 희망퇴직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 손실이 큰 직매입 비중을 줄이고, 수수료 기반의 오픈마켓 사업에 주력하며 영업손실을 폭을 점차 줄여가고 있다.

2022년 1515억 원에 달하던 영업손실은 2024년 754억 원으로 줄었고, 주력사업인 오픈마켓 부문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17개월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올해 4월 취임한 박현수 11번가 대표이사는 올해 목표를 '상각전 영업이익(EBITDA) 흑자 달성'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SK그룹 '11번가' 남겼다, 쿠팡 독주 이커머스 시장서 부활 해법 찾는다

▲ 11번가는 모회사가 된 SK플래닛과 시너지를 통해 새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 SK플래닛 >


11번가는 모회사가 된 SK플래닛과 시너지를 통해 새 돌파구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SK플래닛이 보유한 국내 최대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인 OK캐쉬백과 11번가의 이커머스 플랫폼을 결합함으로써  '마일리지 커머스'라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소비 생태계를 만들어 나간다.

11번가에서의 구매를 통해 OK캐쉬백 포인트를 적립할 기회를 늘리고, 다른 사용처에서 모은 포인트를 11번가에서 쓸 수 있도록 유도하며,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11번가가 운영하는 기프티콘 사업을 OK캐시백 애플리케이션 내에서 판매하거나, 포인트 활용 프로모션과 연계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OK캐시백은 국내 1위 통합 마일리지 플랫폼으로, 월평균이용자수(MAU)는 250만 명이며 연간 포인트 적립∙사용액은 약 4천억 원에 이른다.

또 SK플래닛의 AI, 데이터 기술 역량을 활용해 고객의 구매 패턴을 분석하고 맞춤형 추천을 강화하는 'AI 기반 커머스'로의 진화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SK스퀘어 산하에 있던 다른 투자 자산들이 SK플래닛 산하로 재편되면서, 11번가를 중심으로 한 추가 연계 가능성도 있다"며 "코빗(가상자산거래소), 스파크플러스(공유오피스), 해긴(게임) 등의 지분을 활용해 멤버십 혜택과 데이터 활용 폭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