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한국에 이어 영국과도 동맹국 사이 원전 협력을 강화하며 소형모듈원전(SMR) 시장이 빠르게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주요 SMR 개발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 글로벌 'SMR 파운드리(주기기 제작업체)'로 도약할 가능성이 나온다.
 
미국 동맹국과 원전 협력 힘줘, 두산에너빌리티 'SMR 파운드리' 도약 가능성

▲ 미국이 동맹국과 협력을 강화하며 SMR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 시각) BBC와 CNBC를 비롯한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8일까지 이어지는 영국 국빈 방문기간에 가칭 ‘첨단 원자력 에너지를 위한 대서양 파트너십(Atlantic Partnership for Advanced Nuclear Energy)'에 공식 서명한다. 

미국과 영국 두 나라는 이 협정에 따라 원자력 프로젝트 승인에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3~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에너지 안보 강화 및 원전 신설 등에 대한 민간 투자에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번 협정을 계기로 미국 엑스에너지는 영국 에너지기업 센트리카와 JDA(조인트 개발협약)을 맺고 잉글랜드 하틀풀 부지에 최대 12개(6GW 규모)의 첨단 모듈형 원자로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미국의 홀텍은 투자업체 트리탁스, 프랑스전력공사(EDF)와 함께 영국 노팅엄셔에 있는 석탄화력발전소 부지에 SMR(소형모듈원자로)로 가동되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내용을 담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외에도 고순도 저농축 우라늄 공급과 모듈형 원전 건설, 영국 내 SMR 신규 부지 조사 등에서 두 나라 사이에 협력이 진행된다.

미국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에 따라 열린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을 통해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 한국 기업과 엑스에너지, 아마존웹서비스(AWS) 사이에 SMR 공급망 강화를 위한 MOU를 맺은 데 이어 동맹국과 협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동맹국과 협력뿐 아니라 와이오밍주, 미시간주 등 자국 내 여러 지역에서도 SMR 설치를 위한 사업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 SMR 시장이 빠르게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글로벌 원전 설비 규모는 2024년 377GW에서 2030년 445GW, 2050년 최대 992GW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혜정 KB증권 연구원은 "가장 긍정적 시나리오로 보면 2050년까지 신규 설치되는 원전 설비 가운데 24%가 SMR일 것으로 추산된다"고 바라봤다. 향후 30년 동안 원전 시장이 3배 가까이 커지는데 특히 신기술인 SMR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뉴스케일파워 등 미국 주요 SMR 개발업체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파운드리'로 도약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국 동맹국과 원전 협력 힘줘, 두산에너빌리티 'SMR 파운드리' 도약 가능성

▲ 테라파워가 미국 와이오밍에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SMR발전소 조감도. <두산에너빌리티>


두산에너빌리티는 테라파워와는 지난해 12월 SMR 주기기 제작성 검토 계약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원자로 보호용기, 원자로 지지구조물, 노심동체구조물 등 주기기 3종 제작을 진행할 계획을 세웠다.

또 엑스에너지에 2023년 지분투자를 진행하면서 핵심 기자재 공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뒤 주기기 제작성 검토 용역 및 시제품 제작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케일파워에도 두산에너빌리티는 두 차례 지분을 진행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SMR 핵심 기자재 공급망에 참여하기로 했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는 현재 홀텍과는 협력 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홀텍은 현대건설과 SMR 사업에서 손을 맞잡고 있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요 빅테크 기업들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공급을 위해 SMR을 비롯한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는 뉴스케일파워, 엑스에너지, 테라파워 같은 주요 업체와 협력을 통해 향후 5년간 60기 이상의 SMR 수주가 가시화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정혜정 연구원도 "미국이 우방국과 원전 및 SMR 협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며 "주요 SMR 업체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두산에너빌리티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원전업계 한 관계자는 "SMR 주기기를 제작할 수 있는 서방 국가 기업은 두산에너빌리티 외에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 3곳 정도가 더 있다"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주기기 제작 경험이 가장 많은 데다 단조를 비롯해 모든 제작 공정을 자체적으로 갖추고 있어 경쟁력이 가장 뛰어나다"고 말했다.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