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중국 관영매체 CCTV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인공지능 반도체 성능이 엔비디아 H20과 대등한 수준이라는 보도를 전했다. 중국 정부가 엔비디아 반도체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이와 관련한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알리바바 인공지능 클라우드 기술 전시장 전경.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사용을 장려하며 엔비디아에 압박을 점차 더하는 것은 미국의 기술에 의존을 낮출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관측도 제시된다.
1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중국 CCTV는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 조직이 엔비디아 H20과 동등한 성능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알리바바는 고객사인 차이나유니콤의 데이터센터에서 리창 중국 총리의 방문을 맞이하며 이러한 발표를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차이나유니콤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인프라에 알리바바 제품을 비롯한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알리바바의 반도체 설계 기술력이 처음으로 방송을 통해 소개된 사례”라며 “중국 기업들이 엔비디아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새로운 근거를 제시했다”고 전했다.
CCTV가 공개한 영상에는 다양한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와 엔비디아의 H20 등 중국 수출용 반도체의 성능을 비교한 표가 등장했다.
차이나유니콤은 중국 협력사 4곳의 인공지능 반도체 도입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알리바바 인공지능 반도체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도 탑재하고 있어 화웨이 제품인 ‘어센드910B’를 웃돌고 엔비디아 H20과 동급 수준의 성능을 보였다고 설명됐다. 전력 소모량은 H20보다 낮다는 자료도 제시됐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알리바바는 최근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적 갈등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 대안을 마련해두었다고 발표했다”며 “이런 내용에 신뢰가 가게 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지방정부 및 통신사의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는 현재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화웨이에 이어 알리바바와 같은 대형 기업의 중국산 인공지능 반도체가 공급 기반을 확대하며 성장 기회를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알리바바 인공지능 클라우드용 반도체 홍보용 이미지.
현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사들이 엔비디아 H20 수요를 빠르게 대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미국 정부에서 H20 중국 수출 재개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중국의 정책으로 공급이 어려워진다면 현지 경쟁사들에 시장을 내줄 공산이 크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알리바바와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등 대형 IT기업에 엔비디아 반도체 주문을 취소하라는 지시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 테스트 및 주문까지 취소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은 중국 정부가 자국산 인공지능 반도체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의 인공지능 반도체가 엔비디아를 충분히 대체하며 이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인공지능 기술력 저하를 이끌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재 미국 트럼프 정부는 중국과 무역 논의에서 엔비디아와 AMD 등 기업의 인공지능 반도체 수출 허가 여부를 협상카드로 앞세우고 있다.
중국이 인공지능 반도체 자급체제를 강화할수록 미국의 이런 전략은 힘을 잃게 되는 셈이다.
화웨이와 캠브리콘, 알리바바 등 자국 인공지능 반도체 기업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돕는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이를 계기로 한층 더 강화될 공산이 크다.
17일 홍콩 증시에서 알리바바 주가는 전날보다 5.3% 상승한 161.6홍콩달러로 장을 마쳤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CCTV의 보도 내용이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