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왼쪽 다섯 번째)이 4월21일 서울시 강서구 한국공항공사에서 열린 '고객중심경영 공동 선언식'에서 김수봉 항공보안파트너스 사장(왼쪽 세 번째), 조현영 남부공항서비스 사장(왼쪽 네 번째), 김금렬 KAC공항서비스 사장(왼쪽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윤형중 한국공항공사 사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국토교통부의 감사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수장들이 줄줄이 물러났는데 이번에는 한국공항공사가 국토교통부 감사대상에 올랐다.
24일 정치권과 관가에 따르면
나희승 전 한국철도공사 사장 해임 이후 국토교통부의 칼날이
윤형중 사장을 겨누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한국공항공사 감사 결과를 토대로 윤 사장의 거취를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최근 발생한 잇단 공항 보안사고에 보안관리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5일부터 18일까지 한국공항공사 현장감사를 진행했다.
최근 발생한 보안사고는 대부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벌어졌다. 대한항공 여객기 내 실탄 발견,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쓰레기통 실탄 발견, 입국이 불허된 카자흐스탄 국적 2명의 도주, 제1여객터미널에서 흉기를 소지한 중국인 여성 적발 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아닌 한국공항공사 감사를 진행했다는 점에서 윤 사장을 퇴진시키기 위한 수순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원희룡 장관은 4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관이 정부와 함께 가야 내부 기득권이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를 극복하고 변화할 수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장들은)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윤 사장은 20대 대선 한 달 전인 지난해 2월 임명돼 문재인 정부의 공공기관장 '알박기 인사'로 여겨진다. 윤 사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국가정보원 1차장을 지냈으며 문재인 정권 초 안보실장으로 거론됐던 문정인 전 외교안보특보와 함께 '연정(연세대 정치외교학과)라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공기업 사장들이 국토교통부의 감사·감찰을 받고 사퇴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는 점도 윤 사장의 거취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다.
나희승 전 코레일 사장이 국토교통부의 대대적 감사 이후 올해 3월 해임됐으며 지난해에는
김진숙 전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권형택 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등이 국토교통부와 마찰 끝에 사퇴했다.
김진숙 전 사장은 국토교통부가 감찰을 시작하자 사퇴했으며 권형택 전 사장은 감사 중간결과가 발표된 뒤 물러났다.
국토교통부의 감사는 없었지만
김경욱 인천공항공사 사장도 국토교통부와 마찰 뒤 4월 말 사퇴하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진행된 한국공항공사 감사는 보안관리 실태뿐만 아니라 운영과 관련해 여러 청원이 접수됐기 때문에 감사를 실시한 것"이라며 "접수된 내용을 공개할순 없으나 주무부처로서 제기된 내용을 살펴보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천국제공항에서 실탄이 발견된 사건은 감사 차원이 아니라 수사로 가야되는 부분"이라며 "이미
김경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사의표명을 했기 때문에 시의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김포·김해·제주 등 14개 지방공항도 보안사고에서 자유롭지는 못하다.
국토교통부의 감사가 진행 중이던 12일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이동하려던 탑승객의 수하물에서 안보위해 물품으로 분류된 권총형 전자충격기가 발견됐다. 이 탑승객이 김포공항에서 제주공항으로 이동할 당시 김포공항 보안검색대 엑스레이 검사에선 권총형 전자충격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5일엔 제주공항 국내선 출발장에서 대인 검색 장비인 문형금속탐지기 1대의 전원이 꺼진 상황에서 약 8분 동안 탑승객 31명이 그대로 통과하기도 했다. 뒤늦게 해당 사실을 인지한 제주공항 측은 보안 검색 요원을 각 탑승구마다 배치해 출발 직전 모든 탑승객을 대상으로 재차 보안 검색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제주공항 출발 항공기들의 운항이 40~50분가량 지연됐다.
문형금속탐지기 먹통 사태는 지난해 7월26일 군산공항에서도 발생했다. 당시 탐지기 전원이 꺼진 상태에서 탑승객 29명이 그대로 통과해 항공기에 착석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에 더해 군산공항 측은 문제를 인지한 보안검색 요원의 건의를 묵살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을 의식한 듯 윤 사장은 공항 보안검색을 강화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이날 KAC 공항서비스·남부공항서비스·항공보안파트너스 등 3개 자회사와 '고객중심경영'을 선언하고 주요 실천과제 가운데 하나로 신분확인 및 보안검색 절차 안내 강화를 꼽았다.
윤 사장은 "공항이용객이 체감할 수 있는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