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윤석열 정부 출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지 관심이 높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새로운 정부의 국정운영 기본 틀을 마련할 인수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고 있다. 막판 단일화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수위원장을 맡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후 윤석열 정부의 초대 총리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시선도 많다.
 
윤석열정부 개국공신 안철수, 인수위원장 이어 초대 총리도 맡을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회동을 마친 뒤 장제원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과 취재진 앞에 서 있다. <연합뉴스>


다만 안 대표가 향후 정치적 입지를 고려해 또다른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인수위원회 구성의 큰 틀을 발표하며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을 주말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원장과 부위원장 인선에 관심이 쏠린데다가 인수위가 출범해야 새로운 내각이나 대통령실 구성도 할 수 있기 때문에 인수위 구성 일정을 앞당기겠다고 했다. 오는 13일부터 관련 내용이 순차적으로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윤 당선인과 안 대표는 오후 12시3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도시락 오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바로 인수위원장직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안 대표는 회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원회 관련) 인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누지 않았다”며 “국정 전반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 단일화에 합의했을 때 선거 끝나고 승리하면 빠른 시일 내 자리를 갖고 국정 전반 현안과 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자고 이야기를 했었다”며 회동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권에서는 윤 당선인과 안 대표가 단일화를 진행할 때 인수위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하겠다고 선언한 것을 고려하면 인수위 구성 발표 시기만 늦어질 뿐 안 대표가 위원장을 맡을 것이라 보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가 본인 대신 제3자를 추천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인수위원장은 실질적 영향력을 지닌다기보다 새 정부 국정철학을 반영하는 상징적 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특히 보수진영 대통령 당선인들은 학자나 법조인 등 정치와 거리가 있는 인물을 선택해 왔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서울대 사범대학장 출신인 정원식 전 국무총리, 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경숙 숙명여대 총장, 박근혜 전 대통령은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인수위원장으로 삼았다.

안 대표 외에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김병준 전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인수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안 대표는 인수위원장을 맡는 것과 별개로 과거 DJP(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 연합처럼 새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맡을 수도 있다. 초대 총리를 지내면서 행정경험을 쌓고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안 대표는 지난 3일 야권 단일화를 선언할 때 “제가 국회의원으로서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지만 그걸 직접 성과로 보여주는 그런 행정적 업무는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고 말해 입각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대 초대 총리들을 살펴봤을 때 그 자리를 거친 뒤 정치인으로서 큰 성공을 거둔 사례는 많지 않다. 안 대표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다면 총리가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안 대표가 총리직을 맡는다면 문재인 정부의 초대 총리였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밟았던 길을 따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초대 총리를 지낸 뒤 당 대표로 발탁됐고 대선 경선에 출마했으나 결국 패했다.

또한 총리는 국회 표결이 필요한 만큼 거대 정당인 민주당의 동의 없이 통과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총리 인준안 통과에 실패한다면 안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더욱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합당 뒤 당권을 잡아 차기 대선을 준비하거나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라 추측하기도 한다. 2024년 치르는 총선 전까지 전국 단위 선거는 오는 6월 지방선거뿐이다.

안 대표 본인이 지방선거에 직접 출마한다면 경기도지사가 가장 유력하다. 이전에 안 대표가 도전장을 냈던 서울시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재임 가능성이 높아 경쟁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권을 잡아 지방선거 공천권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물러나는 일이 전제돼야 한다.

이마저도 양당 합당이 흡수 통합이 아닌 당대당 통합으로 진행돼야 가능하다. 안 대표와 지속적으로 각을 세워온 이 대표가 순순히 물러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여 안 대표가 당권을 잡기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