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포함한 미국 전자제품 제조사 정부에 로비 활발, 메모리반도체 물량 확보 지원 요청

▲ 팀 쿡 애플 CEO(왼쪽)가 1월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애플을 비롯한 미국 전자제품 업체가 메모리 반도체 물량 확보를 위해 미국 정부를 상대로 로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비를 벌이는 기업은 인공지능(AI) 기업에 집중된 메모리 공급을 다른 산업에도 배분하도록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18명의 취재원과 나눈 인터뷰에 기반해 “애플과 같은 전자제품 회사와 자동차 및 의료기기 제조사 등이 반도체를 확보하기 위해 정부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기업은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법인 반도체법(CHIPS Act)에 따라 정부 지원을 받는 메모리 제조사가 특정 산업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른 기업들은 한국전쟁 당시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을 활용해 인공지능 산업 이외 분야에도 메모리 물량을 배분하도록 정부가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950년 9월 제정된 국방물자생산법은 국가 안보 목적에 따라 민간 기업의 생산을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개입할지는 불확실하다”며 “제품 가격 인하도 필요하지만 중국과 인공지능 경쟁을 고려하면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주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및 마이크론 등 메모리 제조사는 부가 가치가 높은 인공지능 서버용 반도체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전자기기나 자동차 등에 들어가는 범용 메모리 반도체는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치솟고 있다. 

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가 지난 7월28일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스마트폰용 메모리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0% 이상 상승했다. 

이에 애플을 비롯한 업체가 미국 정부를 상대로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할당해 달라는 로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모리 가격 상승이 미국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회계법인 KPMG의 다이앤 스웡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를 통해 “인공지능 산업의 강한 수요가 다른 산업의 비용까지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임기 등 일부 전자제품의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 구매가 줄고 있으며 향후 다른 전자제품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의 댄 김 최고전략책임자는 뉴욕타임스에 “아이폰과 자기공명영상(MRI) 장비 등 가격이 오르고 있다”며 “더 심각한 문제는 MRI 기계 자체가 메모리 품귀로 생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고 지적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도 생산 확대를 위해 미국 정부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세 명의 취재원 발언을 인용해 “마이크론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내 신규 공장 건설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환경 규제 완화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다른 두 명의 취재원은 뉴욕타임스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 내 공장에서 생산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반도체 장비·재료 업계 단체인 '국제 반도체 장비·재료협회(SEMI)'의 의견을 인용해 미국 메모리 업계는 정부가 가격이나 물량 배분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에는 반대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전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