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SDI의 파우치형(왼쪽) 및 각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이 3월1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현장에 전시돼 있다. 파우치형은 휴머노이드 로봇용이다. <연합뉴스>
이와 달리 삼성SDI는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연도를 2027년으로 설정했다. SK온 또한 시험 생산 설비를 준공하고 상용화 목표를 2029년으로 뒀다. 두 회사가 중국 업체들에 앞서 선점 효과를 누릴지 주목된다.
10일 자동차 전문 매체 카뉴스차이나에 따르면 CATL은 지난 7월29일 투자자 행사에서 내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시험 설비에서 소규모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이런 시험 생산과 상용화 사이에는 차이가 크다. 시험 생산은 대량 생산이 아니어서 품질을 유지해 일정 수율(양품 비율)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쩡위췬 CATL 회장 또한 지난 6월23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2026 하계 다보스 포럼(WEF)에 참석해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까지 양산이 어려울 것이다”고 언급했다.
쩡 회장은 포럼에서 올해 기준 자사 전고체 기술이 연구소 검증 수준인 기술 성숙도(TRL) 9단계 중 4단계에 불과하다며 다소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
기술 성숙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89년에 도입한 지표로 신기술의 완성도를 1단계부터 9단계까지 나누어 평가한다.
쩡 회장은 내년까지 전고체 배터리 기술 성숙도를 제품 탑재가 가능한 7~8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세부 로드맵도 발표했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BYD 역시 내년부터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을 추진한다.
BYD는 최근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6건을 중국에 출원하면서 소재 조성과 제조 공정, 품질관리 등 생산 단계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특허를 비롯한 기술부터 차근차근 쌓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CATL과 BYD 모두 기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는 물량 공세를 우선했는데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이러한 전략과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에너지밀도와 주행거리, 충전 속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차세대 기술로 꼽힌다.
중국 상위 배터리 기업의 전고체 배터리에서 '만만디' 전략은 향후 한국 경쟁사와 경쟁력 차이로 부각될 수 있다.
삼성SDI와 SK온 등 한국 배터리 회사들은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및 상용화를 중국 업체보다 빠르게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 쩡위췬 CATL 회장이 6월23일 중국 랴오닝성 다롄에서 열린 2026 하계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이야기를 듣고 있다. < WEF >
삼성SDI 관계자는 지난 7월30일에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준비 중이다”고 밝혔다.
또한 삼성SDI는 일부 전기차 기업에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보내 성능을 시험하고 있다.
특히 삼성SDI는 2025년 10월 독일 완성차 기업 BMW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할 테스트 차량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SK온 또한 지난해 9월16일 대전 유성구 미래기술원 내에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 설비를 준공했다.
이곳에 SK온은 최근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솔리드파워의 장비 설치를 마치고 시운전을 준비하고 있다. SK온은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 일정을 애초 2030년에서 1년 앞당겨 2029년으로 제시했다.
존 반 스쿠터 솔리드파워 최고경영자(CEO)는 4일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을 통해 “3분기 장비 인수 검증을 마치고 4분기 공장 검증 및 시운전 개시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SK온은 지난 7월29일 미국 전고체 배터리 기업 팩토리얼에너지와 협력해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가능성 검증에 나섰다.
삼성SDI와 SK온이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중국 CATL 및 BYD와 비교해 상용화에 더 적극적인 모양새다.
다만 조사업체 패스트마켓츠는 지난 7월23일에 펴낸 보고서에서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의 핵심은 성능뿐 아니라 가격과 제조 규모에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패스트마켓츠는 전고체 배터리가 대량 생산으로 넘어가기 위한 가격 기준선으로 kWh당 85달러를 제시했다.
중국산 LFP 배터리 가격은 2026년 4월 기준 kWh당 54.63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점에 중국 내 삼원계(NCM) 배터리 가격은 kWh당 66.82달러로 나타났다.
니켈과 코발트를 사용해서 LFP보다 에너지 밀도를 높인 NCM 배터리는 주행 거리가 긴 고급 차량에 주로 쓰인다.
성능이 좋다고 해도 전고체 배터리 가격 역시 현실적으로 NCM 배터리와 유사한 수준까지는 낮아져야 상업성을 갖출 것으로 보인다.
CATL과 BYD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와 2위에 오른 기업이다.
조사업체 SNE리서치가 지난 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 전기차 배터리 사용량에서 CATL과 BYD는 각각 39.9%와 14.4% 점유율을 차지했다.
두 기업은 LFP 배터리를 중심으로 소재 조달부터 생산 공정 자동화, 공급망 구축까지 규모의 경제를 극대화하면서 글로벌 배터리 가격 경쟁을 주도해 왔는데 전고체 배터리에서도 상업성을 갖출 지가 향후 경쟁에서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투자은행 미즈호은행의 탕 진 선임 연구원은 중국 전고체 배터리를 다룬 닛케이아시아 기사를 통해 “전고체 배터리는 새로운 설비가 필요하므로 규모의 경제가 아직 달성되지 않은 초기 단계에서는 비용 부담이 크다”며 CATL과 BYD 등도 상업성을 달성하기 쉽지만은 않다는 점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