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가 시멘트산업에 이어 자동차부품산업과 해운업에서도 특유의 ‘집중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히 개별 기업을 싸게 사들인 뒤 기업가치를 높여 되파는 데 그치지 않고 비슷한 업종의 기업들을 인수해 시너지를 내고 기업과 산업의 가치를 모두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 한상원 한앤컴퍼니 대표이사 사장.
2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을 인수하면 에이치라인해운을 더해 모두 2개의 해운사를 거느리게 된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한앤컴퍼니가 세운 한앤코해운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로 국내 벌크선사 가운데 점유율 40%를 차지하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앤컴퍼니가 SK해운을 품에 안으면 두 회사의 시너지가 가능하다.
SK해운이 벌크선뿐만 아니라 탱커, LNG선 등을 보유하고 있어 에이치라인해운보다 사업영역이 다양한 데다 SK해운을 통해 영업력을 강화해 신규 수주를 따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이치라인해운은 포스코, 한국전력 등과 장기 운송계약을 맺어 안정적 사업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신규 수주 없이는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을 계속 받고 있다. 창립된 지 5년이 다 돼 가지만 에이치라인해운의 신규 수주는 단 2건에 그친다.
한 대표의 시너지 전략은 시멘트와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한앤컴퍼니는 최근 자동차부품사 한온시스템을 통해 캐나다의 자동차부품사 마그나인터내셔날의 유압제어사업부를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1조3813억 원에 이른다. 국내 자동차부품업계에서 흔치 않은 초대형 인수합병이다.
한앤컴퍼니는 한앤코오토홀딩스유한회사를 통해 한온시스템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거래를 성사하는 데 한 대표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나인터내셔날은 오래 전부터 유압제어사업부 매각을 염두에 뒀지만 구체적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는데 한 대표가 적극적으로 인수를 추진해 올해 초 단독 협상을 이끌어 낸 것으로 전해진다.
한앤컴퍼니는 이 밖에도 자동차연료펌프모듈, 자동변속기용 압력조절밸브 등을 제조하는 코아비스 지분도 100% 보유하고 있다. 올해 SK그룹으로부터 SK엔카직영을 인수하고 CJ그룹으로부터 조이렌트카 지분도 사들이는 등 자동차 관련 산업에서도 꾸준히 기업을 사들이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한 대표는 시멘트기업을 인수하는 데도 많은 공을 들였다.
그동안 시멘트회사를 다수 사들이며 국내 시멘트산업의 구조조정을 주도했다. 국내 시멘트시장이 소수 사업자에 따라 움직이는 과점시장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과거 모건스탠리PE에서 일할 때 중국 산둥성에 있는 시멘트기업 산수이시멘트에 투자해 원금 대비 4배의 수익을 올렸던 경험도 영향을 미쳤다.
한 대표는 2012년 대한시멘트 인수를 시작으로 2013년 유진기업의 광양시멘트공장, 2015년 포스화인(현 대한슬래그) 등을 인수하며 시멘트업계에서 영향력을 꾸준히 확대했다.
2016년에는 국내 선두 시멘트기업인 쌍용양회까지 손에 넣었고 그 뒤 비주력사업부를 분리해 매각하면서 시멘트사업에 집중하는 형태로 사업 체질을 개선했다.
한 대표가 시멘트기업을 인수하는 데 투입한 자금만 1조6천억 원 안팎인 것으로 추정된다.
한앤컴퍼니는 2010년 한상원 대표가 소니코리아 대표를 역임한 윤여을 회장과 손을 잡고 설립한 국내 토종 사모펀드다.
한 대표는 한때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위라는 점에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예일대와 하버드대 경영대학원(MBA)를 졸업한 뒤 모건스탠리 PE 아시아총괄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을 거쳤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