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동양매직 인수전 뭘 믿고 뛰어드나  
▲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동양매직 인수에 다시 도전했다. 동양매직 인수로 직면한 유통업의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설령 인수를 하더라도 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다.


19일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현대홈쇼핑은 동양매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홈쇼핑 등 계열사와 시너지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인수가치가 있는지 실사하기 위해 의향서를 냈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에도 동양매직 인수전에 참여했다. 현대백화점은 당시 KTB프라이빗에쿼티(PE)와 컨소시엄을 꾸려 교원그룹과 경합했다. 하지만 매각 측에서 제시한 3천억원이란 높은 인수가에 부담을 느껴 본입찰에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수에 지난번 고배를 마신 교원그룹도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이와 함께 생활가전 업계의 강소기업인 쿠쿠전자와 귀뚜라미도 인수전에 참가했다. 매각주관사 삼일회계법인은 동양매직 인수에 10여개 업체가 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지난해 동양매직 인수를 포기했음에도 이번에 다시 도전하는 것은 그룹 주력사업인 백화점의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유통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내수경기 침체로 인해 실적이 정체되거나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의 지난달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경쟁사인 롯데백화점도 3.4% 증가에 머물렀다. 이 기록도 설 연휴 후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대대적인 세일에 나섰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가 따른다.


대형마트의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업계 1위인 이마트의 지난달 매출은 7,388억 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1.1%나 감소했다. 홈플러스는 22.4% 줄었고 롯데마트도 24.6% 감소했다.


최근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채널도 전통적인 유통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합리적 소비가 확산됨에 따라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이 증가하고 있다. 온라인 유통채널은 백화점이나 마트에 비해 유통단계가 적어 가격이 저렴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기존 유통업체들은 높은 고정비용 때문에 이들과 가격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에 있다. 한 증권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소비심리가 개선됐음에도 기존 백화점의 성장이 부진한 것은 이러한 소비의 채널 이동이 원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정 회장은 최근 아울렛 사업에 뛰어드는 등 공격경영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하지만 이제 막 뛰어들었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경쟁회사인 롯데나 신세계보다 뒤처졌기 때문에 성공이 불투명하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정 회장은 현대백화점이 기존에 보유하고 있는 특판시장과 렌털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동양매직 인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이 동양매직에 기대하는 한가지는 특판회사인 현대 H&S와 시너지다. 정 회장은 동양매직으로 현대가의 건설회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의 특판시장을 노리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기존에 가지고 있는 가구업체인 리바트에 생활 및 주방가전 전문업체인 동양매직을 더한다는 것이다.


동양매직 인수의 다른 효과는 렌털사업 강화다. 현대홈쇼핑은 현재 현대H&S의 ‘현대위가드’란 렌털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현대위가드는 정수기와 비데, 연수기 등을 판매한다. 동양매직은 국내 정수기와 비데시장에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동양매직을 인수하게 되면 성장성이 높은 렌털사업이 강화돼 토탈 라이프케어 회사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동양매직은 모기업의 법정관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2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러한 점이 정 회장의 인수결정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백화점은 자금력도 충분하다. 현대백화점의 지난해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은 각각 795억 원과 3,880억 원이다.


하지만 현대백화점 내부에서 정 회장의 이번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 회장이 시너지를 내세우며 야심차게 인수한 한섬과 리바트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견해를 갖고 있는 임직원들은 동양매직의 인수효과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한다.


정 회장은 2011년과 2012년 각각 가구업체인 리바트와 패션업체인 한섬을 인수했다. 하지만 두 기업의 지난해 실적은 인수전보다 크게 악화됐다. 리바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28억 원으로 인수전인 2010년 205억 원과 비교해 약 38% 가량 감소했다. 한섬도 지난해 50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2011년 1,078억원보다 53%나 줄었다.


이번 매각을 주관하는 삼일회계법인은 예비입찰 후 실사를 거쳐 다음 달 본입찰을 진행한다. 삼일회계법인은 동양매직의 기업가치를 1,826억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 형성된 적정 인수가는 2,000억~2,5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