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선 한화비전 미래비전총괄 부사장은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출범을 앞두고 외식 브랜드 전문가와 내부 전략통, 로봇·장비 사업 전략가를 전면에 세우며 독립경영 초기 체제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왼쪽부터 차승희 한화푸드테크 대표이사,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이사, 우창표 한화로보틱스 대표이사, 홍순재 한화모멘텀 대표이사.
김 부사장은 조만간 한화의 테크와 라이프 계열을 묶는 신설 지주회사인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가칭)를 통해 한화그룹에서 독립경영의 첫 발을 내딛는다. 형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원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들보다도 빠른 속도다.
김 부사장이 거느릴 회사는 외식과 유통, 로봇, 산업장비 등인데 이 회사 대표이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외식 브랜드 전문가부터 전략 전문가, 로봇·장비 사업 전략가까지 서로 다른 색깔의 인물들이 전면에 서고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29일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 편입 예정 계열사들의 등기부등본을 종합하면 올해 들어 한화푸드테크, 한화로보틱스, 한화모멘텀에서 대표이사 변화가 확인됐다.
가장 최근 전면에 선 인물은 차승희 한화푸드테크 대표다. 차 대표는 1일 한화푸드테크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조용기 단독대표이사 체제 1년3개월 만에 차 대표가 합류하면서 공동대표 체제로 바뀌었다.
차 대표는 2025년 한화갤러리아에 합류한 뒤 김동선 부사장이 식음료(F&B) 브랜드를 확장하는 과정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아이스크림 브랜드 벤슨 크리머리와 광화문 파인다이닝 플랫폼 더 플라자 다이닝 등 신규 브랜드 기획 과정에서 차 대표의 이름이 함께 거론됐다.
차 대표는 단순히 메뉴를 만드는 인물이라기보다 음식과 공간, 브랜드 서사를 함께 설계하는 인물로 평가받는다. 1981년생인 그는 숙명여대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뉴욕대학교에서 호스피탈리티 석사를 받았고 프랑스 파리에 있는 세계적 요리학교 르꼬르동블루에서 요리와 제과를 배웠다.
이후 CJ올리브채널, SPC 쉐이크쉑 마케팅, 신세계그룹 F&B 기획, 신라호텔 F&B 기획 등을 거치며 외식 브랜드와 고객 경험을 설계하는 경력을 쌓았다. 김 부사장이 F&B 사업에서 원하는 '새로운 감각'을 구현할 수 있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김 부사장이 외식사업에 꾸준히 관심을 쏟는 오너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차 대표는 김 부사장의 브랜드 감각을 보완하기 위한 카드로서의 성격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다만 차 대표가 맡은 과제는 브랜드 흥행에 그치지 않는다. 한화푸드테크는 2024년 적자전환한 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화제성을 이끌어내는 차원을 넘어 손익 개선까지 이끌 수 있는 인물인지 검증대에 올랐다고도 볼 수 있다.
차 대표가 김 부사장의 '브랜드 실험'을 맡는 인물이라면 김영훈 한화갤러리아 대표는 김 부사장 체제의 안정적 기반을 받치는 인물이다. 김 대표는 한화갤러리아 전략기획실장을 지낸 뒤 2023년 대표이사에 올랐고 2025년 3월 중임됐다.
김 대표는 한화그룹에 오래 몸담아온 정통 한화맨이자 전략과 현장을 모두 거친 인물로 꼽힌다. 전략팀장과 기획실장, 전략기획실장을 거치며 한화갤러리아의 미래 먹거리를 고민했고 한화차이나와 대전 타임월드 점장 등을 맡으며 현장 경험도 쌓았다.
김 대표는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사업에 진출할 때 김동선 부사장과 호흡을 맞춘 인물이기도 하다.
한화갤러리아는 2015년 7월 롯데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을 제치고 서울 시내 신규면세점 사업권을 얻었는데 이를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김 대표다.
김 대표는 당시 전략기획실 산하 전략팀장을 맡으면서 시내면세점 진출에 공을 세웠다. 김동선 부사장이 한화그룹 경영 전면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때도 바로 한화갤러리아의 시내면세점 진출 시기였다.
1966년생인 김영훈 대표는 백화점 본업과 신사업을 모두 이해하는 내부 전략 전문가로 평가받는데 이미 오랜 기간 김 부사장과 손발을 맞춰온 만큼 김 부사장 독립경영 시대를 이끄는 핵심 인물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이 2023년 6월22일 서울 강남구 파이브가이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테크 분야에서는 우창표 한화로보틱스 대표의 성격이 뚜렷하다. 1967년생인 우 대표는 김 부사장과 대학 동문이다. 김 부사장은 미국 다트머스대에서 정치학을, 우 대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우 대표는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공학 석사를 받은 뒤 맥킨지앤컴퍼니, 맥큐스인코포레이티드, 코너스톤파트너스 등을 거친 외부 전략 컨설턴트형 인물이다.
우 대표는 2024년 한화그룹에 합류해 한화비전 미래혁신TF장을 맡았다. 이후 한화로보틱스 대표로 이동하면서 로봇 사업의 효율화와 신시장 개척을 책임질 인물로 전면에 섰다.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키워야 하는 회사다. 기술 개발만으로는 시장을 넓히기 어려운 만큼 원가 경쟁력, 생산 효율, 글로벌 고객 발굴, 사업모델 정비가 함께 필요하다. 우 대표에게는 로봇 사업을 기술 중심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옮기는 역할이 주어진 셈이다.
홍순재 한화모멘텀 대표는 우 대표와 같은 전략형 인물이지만 결이 다르다.
외부 컨설팅 출신인 우 대표가 체질 개선형 카드라면 1974년생인 홍 대표는 한화비전에서 오래 성장한 내부 테크 사업 전략가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한화비전의 전신인 삼성항공에 입사한 뒤 경영지원실장과 글로벌사업운영실장 등을 거쳤다. 최근에는 한화비전 미래혁신TF에서 테크 솔루션 부문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담당했다.
한화모멘텀은 2차전지,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화 등 산업용 장비를 다루는 회사다. 홍 대표에게는 기존 장비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유리기판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는 과제가 놓여 있다.
김 부사장이 배치한 인물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나이나 출신보다 사업별 약점을 메우는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식음료에는 브랜드 감각을 가진 차승희 대표를, 한화갤러리아에는 전략과 현장을 아는 김영훈 대표를, 로봇과 장비에는 사업화 경험을 갖춘 우창표 한화로보틱스 대표이사와 홍순재 한화모멘텀 대표이사를 세우는 방식이다.
김동선 부사장이 독립적으로 이끌게 될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한화가 인적분할해 세우는 신설 지주 성격의 회사다. 한화는 올해 1월 기업가치 제고계획에서 분할기일을 7월1일로 잠정 제시했지만 이후 일정을 조정했고 현재 분할기일은 8월1일로 예정돼 있다.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는 한화비전, 한화모멘텀, 한화세미텍, 한화로보틱스 등 테크 계열사들과 한화갤러리아, 한화호텔앤드리조트, 한화푸드테크 등 라이프 계열사들을 거느리게 된다.
로봇과 산업장비, 영상보안 같은 테크 사업부터 백화점, 호텔, F&B, 부동산과 브랜드 사업까지 한 지붕 아래에서 관리해야 하는 구조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