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반도체 품절 사태가 중국 기업 키운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물량 대체

▲ 메모리반도체 품절 사태에 중국 고객사들이 자국 기업의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는 한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사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공급 부족이 심각해지며 가격도 가파르게 상승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제조사가 수혜를 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 고객사들이 자국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 구축을 서두르는 원인으로 작용해 중장기 관점에서 한국 경쟁사에 악재로 남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18일 복수의 중국 언론 보도를 인용해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D램 품귀 현상과 가격 상승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그동안 제품 생산 일정에 맞춰 메모리반도체 공급사와 분기 단위로 필요한 만큼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현재 메모리반도체 물량 배정은 주문 규모에 관계없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공급 의향에 따라 좌우된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메모리반도체 품절 사태가 이어지면서 공급사들이 협상에 분명한 우위를 확보하게 됐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인공지능(AI) 분야에 주로 사용되는 고대역폭 메모리(HBM)에 생산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D램 제조사가 구형 반도체 제품 생산을 축소하면서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워지자 자국 기업을 중심으로 공급망을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 36Kr 보도에 따르면 샤오미는 기존에 거래를 하지 않았던 중국 반도체 기업들과 신규 공급 계약을 체결하며 물량 확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화웨이도 중국 주요 메모리반도체 제조사의 생산량을 사실상 모두 확보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D램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 중국 경쟁사에 시장 진입 기회를 넓히는 계기로 작용하면서 중장기 관점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다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 정부는 다른 국가의 반도체 제조사에 의존을 낮추고 자체 공급망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앞세워 자국 기업들의 연구개발 및 생산 투자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샤오미와 같이 중국산 메모리반도체 구매 물량을 확대하는 기업이 늘어난다면 중국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성공으로 이어지게 될 공산이 크다.

트렌드포스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그동안 스마트폰 공급망에서 소외되어 왔지만 이제는 값진 진입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