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초격차’를 꿈꾸는 강소 스타트업이 있다. 바이오, 헬스케어, 모빌리티, 반도체, AI, 로봇까지 시대와 미래를 바꿀 혁신을 재정의하며, 누구도 쉽게 따라오지 못할 ‘딥테크’ 혁신을 만든다. 창간 12년, 기업의 전략과 CEO의 의사결정을 심층 취재해 온 비즈니스포스트가 서울 성수동 시대를 맞아 우리 산업의 미래를 이끌 [초격차 스타트업] 30곳을 발굴했다. 연중 기획으로 초격차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지속 가능한 기술적 혁신의 현재와 미래를 조명한다.
 
[초격차 스타트업] 모닛 대표 박도형 "육아 불편에서 출발한 기술, 전 세계 돌봄 표준 세운다"

▲ 박도형 모닛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육아가 너무 힘들었어요. 이 고통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박도형 모닛 대표의 창업은 거창한 기술의 시작이 아니라, 한 아버지의 절박함에서 출발했다.

마흔 살, 늦은 결혼을 하고 처음 맞은 육아는 전쟁 같았다. 기저귀 발진, 잠 부족, 허리 통증이 연쇄적으로 밀려왔다.

하지만 그는 불편을 탓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제로 정의했다. “왜 아무도 개선하려 하지 않을까.”

그 물음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박 대표는 당시 삼성전자 디자인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 ‘C-Lab’ 해커톤에 참여하며 ‘육아의 불편함’을 주제로 아이디어를 냈는데, 놀랍게도 1등을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정식 사내 과제로 채택하고 충분한 개발비와 인력, 연구공간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모닛의 스마트 기저귀 센서였다. 온도, 습도, 가스, 터치, 가속도 등 5가지 센서와 고도의 패턴러닝 알고리즘을 결합해 기저귀 상태를 감지하고, 데이터를 스마트폰앱으로 전송하는 기술이었다.

결과는 놀라웠다. 첫 거래처는 유한킴벌리였다. 초도 주문 5천 대, 매출 9억 원. 그는 과감히 삼성전자를 떠나 스핀오프를 단행했고, 2017년 모닛이 정식 법인으로 세상에 나왔다.

2018년, 시리즈A 투자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 대표는 더 큰 미국시장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UC버클리 엑셀러레이터 '스카이덱(SkyDeck)'에 선정되며 미국 진출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장미빛으로 보였지만 예상치 못한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음을 곧 깨닫게 됐다.

“투자를 받으려면 회사를 아예 미국 법인으로 옮겨야 하는데 기존 투자사의 반대와 함께 큰 세금 부담이 발목을 잡았다. 델라웨어에 법인을 세우고 캘리포니아에 사무실을 냈죠.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과정을 버티며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렸지만, 2019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미국 지사는 결국 문을 닫아야 했다.
[초격차 스타트업] 모닛 대표 박도형 "육아 불편에서 출발한 기술, 전 세계 돌봄 표준 세운다"

▲ 모닛의 맥스프로 성인 기저귀케어 시스템 배뇨감지기 소변감지센서. <모닛>

한국으로 돌아온 박 대표는 새로운 기회를 발견했다. 요양시설 관계자들이 “어르신들에게도 기저귀 센서를 써볼 수 있겠느냐”고 문의를 해온 것이다.

“유아용 시장보다 시니어 시장이 60배 크더군요. 단순히 규모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가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가장 큰 사회적 문제가 고령자 케어였습니다.”

그는 과감히 피벗을 결정했다. 하지만 공동창업자들은 우린 베이비 사업을 하려고 나왔는데 왜 시니어냐며 격렬하게 반대했다.

“더군다나 스핀오프한 삼성전자에서 5년 내로 회사로 돌아오면 복직을 받아주었기에 결국 혼자 남았습니다.”

그러나 박 대표에게 시니어 시장은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합쳐 어르신들의 평균 생존 기간은 3.8년이 채 안 됩니다. 요로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이 주요 이슈로 많이 언급되는데 그 출발점이 오염된 기저귀예요.”

모닛의 기술은 그렇게 ‘유아 케어’에서 ‘시니어 케어’로 확장됐다.

새로운 시장을 향해 나아가던 그는 또 한 번 제도의 벽에 부딪혔다. 

보건복지부에 제품 등록을 시도했지만, ‘품목이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 황당한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결국 정부가 제도를 개정하면서 모닛 제품은 장기요양보험 바우처 지원 품목으로 등록될 수 있었다.

모닛의 기술은 일본에서 먼저 꽃을 피웠다. 오사카의 대형 요양회사가 2024년 센서 2천 개와 기저귀 100만 개를 초도 발주했다. 두 달 만에 재주문이 들어왔고, 현장에서는 “이젠 센서 없이는 간병을 못 하겠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초격차 스타트업] 모닛 대표 박도형 "육아 불편에서 출발한 기술, 전 세계 돌봄 표준 세운다"

▲ 박도형 모닛 대표. <비즈니스포스트>

박 대표는 일본의 성공이 동남아시아 진출의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에서 검증되면 동남아는 그대로 따라옵니다.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까지 이미 계약을 맺었어요.”

현재 모닛의 매출 비중은 해외 60%, 국내 40%. 내년에는 8대2로 해외가 압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모닛은 외부 투자 없이 2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2027년 기업공개(IPO)를 목표로, 연매출 200억 원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박 대표의 시선은 이제 ‘통합적 돌봄’으로 향한다.

현재 모닛이 보유하고 있는 기저귀 센싱 시스템과 호흡과 심박 수면의 질을 측정하는 바이탈 센서 그리고 AI 기반 배변 케어 로봇의 빅데이타 분석을 통해 어르신의 건강상태, 이상증상 등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통합 돌봄 서비스를 2026년까지 출시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박 대표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말했다.

“10년 후엔 저도 나이가 들겠죠. 그래도 저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사랑을 주고, 그들의 삶의 존엄을 지켜주는 일을 계속하고 있을 겁니다. 그게 제게 가장 의미 있는 소명이니까요.” 조승리 기자
[초격차 스타트업] 모닛 대표 박도형 "육아 불편에서 출발한 기술, 전 세계 돌봄 표준 세운다"

▲ 박도형 모닛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가 기저귀 센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모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