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글로로 몸집 키운 녹십자 예견된 수익성 감소, '아픈손가락' 지씨셀 실적 숙제로

▲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사진)가 지씨셀 경영효율화 속에서도 자회사 손실이 누적되면서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녹십자가 올해 미국에서 면역글로불린 제품 ‘알리글로’를 앞세워 빠르게 외형을 키우고 있지만 수익성 개선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혈액제제 중심의 확장을 위해 미국 현지 혈액원 투자를 늘리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자회사 지씨셀의 부진과 백신사업 수익성 악화가 연결 실적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 연결 자회사 지씨셀은 여전히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씨셀은 2025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50억 원, 영업손실 4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0.7% 감소했지만, 영업손실 규모는 23억 원 줄어 적자 폭이 축소됐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규모는 약 95억 원으로, 1년 전 107억 원에서 소폭 줄었다.

다만 아직 순손실을 내고 있어 실질적인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지씨셀은 3분기 순손실 24억 원을 기록하며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누적 순손실은 약 3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63억 원과 비교하면 손실 폭이 크게 확대됐다.

경영효율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생산 효율 회복 지연과 고정비 부담이 이어지면서 손익 개선 속도가 예상보다 느린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녹십자의 수익성 부진이 지씨셀만의 문제로 국한되지는 않는다.

녹십자의 주요 제품군인 혈액제제, 백신, 전문의약품 전반에서 비용 증가와 수익성 악화가 겹치며 실적의 체질개선이 지연되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 면역글로불린 제품 ‘알리글로’를 수출하며 본격적인 혈액제제 확장에 나섰다.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안착하기 위해 혈액원 기업인 ABO홀딩스를 약 1380억 원에 인수했고, 인수 이후에도 증설에 속도를 내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실제 3분기에도 ABO홀딩스 신규 기술 도입에 따라 약 30억~40억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물론 혈액원 개원에 따른 매출 발생과 알리글로의 시장 안착 등으로 녹십자는 2025년 3분기 분기 기준으로 처음 매출 6천억 원을 넘기며 몸집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다만 대규모 투자와 초기 비용이 단기 수익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백신사업의 수익성 악화도 겹쳤다.
알리글로로 몸집 키운 녹십자 예견된 수익성 감소, '아픈손가락' 지씨셀 실적 숙제로

▲ 녹십자(사진)의 주력 사업으로 여겨지는 백신사업과 혈액제제 사업이 초기 투자 등과 판매가격 하락으로 수익성 개선이 더뎌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올해 국가예방접종 사업에서 독감백신이 기존 4가에서 3가로 전환되며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아졌고, 이에 따라 수익성도 하락했다.

전문의약품 부문 역시 자체 개발 의약품보다 도입 의약품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이익 기여도가 낮아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복합 요인으로 인해 당분간 녹십자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정유경 신영증권 연구원은 “수익성이 높은 독감백신이 접종률 증가에도 3가로 전환되며 판매가격이 하락하고 있다”며 “지씨셀과 ABO홀딩스의 경영 정상화가 이뤄진다면 수익성은 큰 폭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자회사들의 실적 회복이 더디고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 확충이 이어지고 있어, 단기보다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내다봤다.

녹십자 관계자는 “ABO홀딩스가 일회성 비용으로 내년 상반기에 개소가 되면 바로 이익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씨셀의 경우 경영효율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