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석유 대기업 엑손모빌이 우익 싱크탱크 네트워크에 자금을 후원해 기후변화 부정론을 확산시켜온 정황이 드러났다. 사진은 미국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엑손모빌 주유소 간판 모습. <연합뉴스>
3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전 세계 500여 개가 넘는 우익 싱크탱크와 기타 파트너들로 구성된 '아틀라스 네트워크' 내부 문서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엑손모빌이 기후변화 부정론 확산 활동에 자금을 후원해온 것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엑손모빌이 후원한 자금을 스페인어와 중국어 등 개발도상국에서 많이 사용되는 언어로 기후변화 부정론을 담은 여러 서적들을 번역하는 데 사용했다. 또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지역 언론에 접촉하고 각국 정치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개 행사에도 자금을 투입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엑손모빌 측에 보낸 서한에 "이같은 활동들의 목표는 개도국들에 세계 기후변화 대응 협정의 부정적 영향을 인식시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외에도 엑손모빌에 전략 제안서를 보내 "시장 지향적 공공정책에 관한 이같은 자금 투입은 우리의 미래 번영과 복지에 필수적 열쇠"라며 "엑손모빌의 투자자들에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것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틀라스 네트워크 측은 가디언의 폭로를 전면 부인했다.
아담 웨인버그 아틀라스 네트워크 대변인은 가디언을 통해 "이번 문서는 25년 전에 전직 직원이 작성한 메모와 자료들"이라며 "엑손모빌은 20년 동안 우리 조직에 거의 후원을 하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은 가디언의 논평 요청에 답변을 주지 않았다.
커트 데이비스 비영리 단체 '기후무결성센터' 특별조사책임자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정말 추악한 짓"이라며 "엑손모빌은 개도국을 비롯한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가 위기라는 사실에 회의적 태도를 갖게 만들면 기후협정이 결코 성립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가디언이 확인한 아틀라스 네트워크의 활동들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 부정론을 확신시켜 기후과학의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당시에는 아직 체결되지 않았던 세계 기후협정에 미국이 참여하는 것을 막으려고 시도했다.
실제로 이같은 시도들은 성과를 내 미국에서는 패트릭 마이클스 전 버지니아대 교수 등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여러 학자들이 나왔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기후변화 부정론을 내세운 학자들을 미국 국내의 정치인, 언론인, 기업인들에게 소개하는 중개 역할까지 맡았다.
아틀라스 네트워크는 1998년에 엑손모빌에 보낸 서한을 통해 "엑손모빌의 아낌없는 재정 지원이 없었다면 이같은 성과는 거의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아틀라스 네트워크와 엑손모빌의 활동은 반쯤은 목적 달성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2015년 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을 체결해 세계 기후협정은 타결됐지만 미국은 강경 기후변화 부정론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리협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파리협정은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시대와 비교해 1.5도 아래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손영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