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헬스케어 사업 매출 확대에 시동을 걸었다.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는 그룹 신사업 분야를 두루 이끌어왔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이다. 브랜드 전면 재단장을 마치고 판매 채널 확대에 나선 식물성 스낵 브랜드 ‘펄스랩’이 헬스케어 사업 실적을 가시화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삼양식품 '헬스케어' 신사업 첫걸음 떼다, 전병우 '맵탱' '탱글' 실패에 스낵으로 선회

▲ 전병우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 겸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가 식물성 스낵 브랜드 ‘펄스랩’을 앞세워 헬스케어 사업 실적을 가시화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전병우 상무.


29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삼양식품은 헬스케어 사업의 실적 성과를 앞당기기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양식품은 27일 GS샵 홈쇼핑을 통해 ‘펄스랩’ 브랜드 출시 뒤 해당 제품의 첫 홈쇼핑 채널 판매를 진행했다. 판매 채널을 다각화해 매출 확대에 나선다는 취지로 보인다.

앞서 삼양식품은 지난해 10월 말 식물성 헬스케어 브랜드 ‘잭앤펄스’(현 펄스랩)를 론칭하고 식물성 원료를 기반으로 한 건강기능식품(건기식), 간편식, 단백질 음료 등 신제품을 출시했다.

다만 약 8개월 뒤인 올해 7월 브랜드 명을 펄스랩으로 변경하고 제품 포트폴리오를 축소하는 등 전면 재단장을 단행했다. 기존에 출시했던 건강기능식(이하 건기식) 제품과 단백질 음료를 단종하고 냉동 스낵 간편식 제품 2종만을 취식하기 편한 형태로 리뉴얼해 새로 내놓았다.

펄스랩은 pulse(콩류)와 laboratory(실험실)의 합성어다. 브랜드 방향성을 식물성 원료(콩)를 기반으로 한 스낵 간편식으로 크게 좁힌 셈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건강을 추구하는 동시에 즐거움을 잃지 않으려는 ‘헬시 플레저’ 트렌드 속 세계적으로 스낵으로 식사를 대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어 브랜드 리뉴얼을 단행한 것”이라며 “잭앤펄스는 건기식까지 포괄하는 식물성 브랜드였으나 트렌드에 맞춰 제품군을 조정하고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펄스랩은 전병우 상무가 삼양식품 헬스케어BU장을 맡은 뒤 내놓은 첫 성과물로 꼽힌다. 삼양식품은 건기식으로 헬스케어 영역을 확대하는 방침을 틀어 기존에 만들어 온 냉동·스낵 분야로 펄스랩 브랜드 정체성을 재정립해 빠르게 시장에 안착하는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잭앤펄스는 애초 전 상무가 주도한 사업으로 주목을 받았다. 해당 실적의 상당 부분이 전 상무의 성과로 인정될 수 있는 셈이다.

오너 일가 후계자들은 흔히 신사업을 초기 경영 무대로 삼는다. 신사업을 성공으로 이끌면 경영 역량을 입증하는 기회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장 시장에서 경영 자산 또한 수월하게 쌓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맴탱’, ‘탱글’ 등 다양한 라인업을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이 브랜드를 주도적으로 끌고 간 사람이 전병우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이었다”라며 “하지만 철저한 실패작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지털 콘텐츠, 캐릭터 사업 등을 신사업으로 추진했던 삼양애니도 존재감을 보이지 않았다”라며 “이제 ‘헬스케어’ 사업으로 경영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모양인데 건기식이 워낙 경쟁이 심한 곳이라 그의 선택이 결코 만만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양식품 '헬스케어' 신사업 첫걸음 떼다, 전병우 '맵탱' '탱글' 실패에 스낵으로 선회

▲ 삼양식품 '펄스랩' 제품 이미지. <삼양식품>

전 상무 역시 삼양식품그룹의 신사업 방향성이 구체화되는 흐름에 따라 핵심 성장 동력을 이끌어왔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5월 신사업본부를 없애고 헬스케어BU를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기존 신사업본부를 이끌던 전 상무가 헬스케어BU장을 맡았다. 

삼양식품은 올해 들어서만 헬스케어 기업 3곳에 34억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를 놓고 전 상무가 헬스케어 사업을 진두지휘하게 되면서 이뤄진 변화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아직 헬스케어 사업의 성과는 미미한 수준이다. 헬스케어BU 아래 뉴트리션사업부의 상반기 매출은 14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0.12% 수준에 그친다.

앞서 지주사 삼양라운드스퀘어는 2023년 9월 비전선포식을 열고 과학기술 기반의 ‘푸드케어’와 문화예술 중심의 ‘이터테인먼트’를 미래 성장의 두 핵심 축으로 제시했다. 

전 상무는 2022년 7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문화적으로 즐기는 이터테인먼트 관련 사업을 주도하는 삼성애니 대표이사를 지냈다. 삼양애니는 삼양라운드스퀘어가 2021년 12월 디지털 콘텐츠와 캐릭터, 커머스 플랫폼 등 신사업을 위해 설립한 100% 자회사다.

전 상무가 삼양애니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것도 헬스케어에 전념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삼양애니는 전 상무가 이끈 기간 연간 6~7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이 부분이 경영 후계자로서 부담이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삼양라운드스퀘어는 “삼양애니 적자는 전혀 부담되는 수준이 아니다”라며 삼양애니 사업으로 승계에 영향이 있지도 않고 만약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 장기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하는 콘텐츠 사업은 시작도 안했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분명한 것은 삼양애니 사업을 이끌며 단기간에 실적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전 상무는 2023년 비전 선포식에서 “식물성 단백질 산업이 기후 변화와 건강 문제를 해결하는 매개체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며 ”다양한 제품을 연구·개발해 원물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소비자들이 쉽게 수용할 수 있는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 첫걸음을 내딛는 펄스랩이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상무는 지난해 말 삼양식품 불닭브랜드본부장을 내려놓고 헬스케어 관련 연구소인 미토믹스연구소장을 겸하면서 현재 헬스케어 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토믹스연구소는 미토콘드리아 생체 분자 연구에 중점을 둔 그룹내 연구기관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