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SMIC가 2025년 내부 물량을 제외한 외부 파운드리 매출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고 있다는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이 나왔다. <비즈니스포스트>
선두주자인 대만 TSMC와 점유율 격차를 좁히고, 2021년 18%에 달했던 파운드리 점유율을 회복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SMIC를 비롯한 중국 파운드리 업체들이 자국 인공지능(AI) 칩 제조를 독점하며, 삼성전자의 점유율 확대를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2일 반도체 시장조사업체 세미애널리시스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세계 파운드리 매출은 459억 달러로 지난해 3분기보다 26% 성장했지만,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매출은 20% 하락한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TSMC는 41%, 중국 SMIC는 10% 매출이 증가했다. 미국 인텔 매출은 52% 감소했다.
세미애널리시스 측은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자체 수요에 힘입어 파운드리 전체 매출 2위를 차지했지만, 외부 파운드리 매출에서는 3분기 연속으로 중국 SMIC에 뒤처졌다"고 설명했다.
자체 모바일프로세서(AP) '엑시노스',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차량용 반도체 '엑시노스 오토' 등을 제외하면 파운드리 점유율이 SMIC에 밀려 3위에 머물렀다는 것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내부 물량을 포함한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7.3%, SMIC가 5.1%로 집계됐다.
중국 파운드리 산업은 자국 내 시스템반도체 수요 확대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파운드리 업계는 올해 3분기 웨이퍼 단위 전체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 저가의 성숙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늘리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린 것이다.
올해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웨이퍼 생산 능력은 지난해 3분기 대비 6% 증가했는데, 증가분의 50%는 중국 업체가 담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공정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될 공산이 크다.
알리바바 등 중국 빅테크는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H200' 수입이 가능해졌지만, 중국 정부가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자립화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SMIC는 현재 5나노 시제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2026년부터는 화웨이와 협력해 3나노 제품까지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렌드포스 측은 "2026년 중국 시장 내 화웨이 등의 자체 AI 칩 시장 점유율은 50%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엔비디아의 H200과 AMD MI325와 같은 제품이 약 30%, 맞춤형 반도체(ASIC) 등 나머지가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삼성전자는 테슬라로부터 2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22조7천억 원 규모의 차세대 'AI6' 칩 수주를 확보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따라 한 사장은 2나노 공정에서 외부 대형고객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보인다. 자체 AP 엑시노스2600 양산에 들어갔지만, 의미있는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추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하는 게 필수다.
삼성전자는 테슬라로부터 22조7천억 원 규모의 2나노 수주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으며, 중국 암호화폐 채굴업체 마이크로BT와 카나안으로부터 2나노 ASIC 주문도 받았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8s 엘리트 5세대' 수주도 가시화되고 있다. 2나노 수율(완성품 비율)이 안정화된다면 삼성 파운드리가 제조한 '스냅드래곤 8s 엘리트 5세대'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하는 갤럭시Z플립8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사장은 2027년 파운드리 점유율 20% 달성을 목표로 세우고 있지만, 이를 위해선 2나노 이하 첨단 공정에서의 수율 안정화와 더 많은 외부 고객 확보를 통해 SMIC, 인텔 등과 격차를 벌려야 하는 상황이다.
SMIC는 중국 화웨이 물량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고, 인텔은 최근 애플의 'M 시리즈' 칩을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하며 파운드리 부활을 노리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테슬라 인공지능 반도체 AI6의 수율이 향후 1티어 거래선 확대에 중요할 것"이라며 "파운드리 설비투자(CAPEX)가 최근 2년 동안 감소했지만, 내년부터 가동률 상승 속에 설비투자 규모도 재차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