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노후화된 석탄 발전소가 미국 일부 지역의 전기요금 상승에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지원 정책이 전기요금 인하 공약과 상반된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에 위치한 석탄 발전소.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전기요금 인하를 목표로 재생에너지 대신 화석연료 중심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비판도 고개를 든다.
뉴욕타임스는 30일 “미국의 ‘석탄 수도’로 불리는 웨스트버지니아주 전기요금이 급등하고 있다”며 “트럼프 정부 에너지 정책의 결과를 보여주는 예고편”이라고 보도했다.
웨스트버지니아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매장량이 풍부해 미국에서 에너지 생산량이 다섯 번째로 많은 지역이다.
그러나 지난 15년 동안 전기요금 상승률은 미국 전체 평균의 두 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웨스트버지니아 전력회사 AEP는 전체 고객의 약 20%에 해당하는 가구에서 매달 전기요금이 연체되고 있다고 전했다.
현지 발전소들이 전체 전력 생산의 약 86%를 석탄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가파른 전기요금 상승 배경으로 지목됐다.
미국 전역의 석탄 의존도는 현재 20% 미만에 그치는데 웨스트버지니아는 유독 석탄 발전의 비중이 높아 전기요금 인상을 자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석탄 발전소가 대부분 노후화돼 가동 및 유지 비용이 높아지고 재생에너지 발전과 비교해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는 불가피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웨스트버지니아 전력회사는 석탄 발전소의 부채를 갚아야 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저렴한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하기 어렵다”며 “이러한 비용은 장기간 소비자들에 전가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2012년 이후 미국 석탄 발전소에서 발생한 손실은 모두 140억 달러(약 19조6천억 원)에 이르는데 상당 부분이 전기요금에 반영됐다는 조사기관 RMI 집계가 근거로 제시됐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여러 사태로 화석연료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가 반복된 점도 석탄이나 천연가스 발전의 단점으로 꼽혔다.

▲ 미국 웨스트버지니아주 석탄 광산 인근의 운송 설비. <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웨스트버지니아의 사례는 미국이 석탄과 같은 화석연료 발전에 투자를 늘리는 일의 위험성을 보여준다는 전문가들의 비판이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신규 태양광과 풍력 발전 프로젝트 허가를 중단하거나 취소하는 반면 화석연료 생산 및 노후된 석탄 발전소 가동은 장려하는 정책을 펼쳤다.
미국 에너지부와 내무부는 30일 석탄 발전소 현대화에 6억2500만 달러(약 8769억 원)를 투자하고 연방정부의 토지를 개방하는 화석연료 지원 정책도 각각 발표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의 이러한 “석탄 밀어주기”가 비효율적이고 많은 비용을 동반하는 정책이라며 전기요금 상승에 더욱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 급증이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뒤 18개월만에 전기요금을 절반으로 낮추겠다는 공약을 앞세웠다”며 “그러나 현재까지 전기료는 꾸준히 상승해 왔다”고 보도했다.
특히 인공지능 데이터센터가 위치한 지역의 전기요금 상승세는 미국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더 가파른 수준이라는 조사기관 DC바이트의 분석 자료도 제시됐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재생에너지의 경제적 이점을 무시하고 석탄과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원자력 발전 확대에 집중해 왔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 정부의 화석연료 중심 정책이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급증과 맞물려 전기요금 부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트럼프 정부는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을 화석연료 생산 및 발전 확대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를 유지하고 있어 악순환을 일으킬 공산이 크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인공지능 기술 패권을 강조하면서도 태양광과 풍력 등 에너지원에 지원을 삭감했다”며 “전문가들은 결과적으로 가계 전기요금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