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내수 소비 회복세가 나타나면서 유통업계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이마트는 3분기 실적이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형마트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가 아닌데다 외식업에 쿠폰 사용이 쏠리면서 대형마트 주력인 장보기 상품 수요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난해 9월이었던 추석이 올해는 10월에 자리해 3분기에는 명절 특수도 기대할 수 없다. 이에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추석 선물 판매를 앞당기고 할인 행사 규모를 키우며 실적 방어에 총력 기울이고 있다.
 
이마트 소비 회복세에도 3분기 실적 보릿고개, 한채양 미리 팔고 할인 늘려 방어 총력

▲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이 추석 특수가 제한되고 소비쿠폰 사용처에 수요를 빼앗긴 가운데도 3분기 실적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한채양 사장.


24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8월 대형마트와 준대규모점포(SSM)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8월 대형마트 매출은 1년 전보다 15.6%, SSM 매출은 5.9% 감소했다. 산자부는 “올해 추석은 지난해보다 19일이 늦어 추석 특수가 발생하지 않아 식품군을 중심으로 해당 업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8월 영업실적을 아직 공시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흐름을 피해가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국내 할인점(트레이더스홀세일클럽 포함) 157개와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약 240개 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3분기 국내 대형마트 업계가 늦은 추석뿐만 아니라 정부의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인해 상당한 실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있다.

소비쿠폰이 내수 소비회복세를 견인하며 유통업계 활기를 불어넣고는 있지만 대형마트와 SSM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쿠폰 지급액의 절반 가까운 금액이 대중음식점에서 사용되면서 대형마트 장보기 수요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에 따르면 7월21일 지급을 시작한 1차 소비쿠폰은 8월3일까지 사용액의 41.4%가 대중음식점에서 쓰였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식이 늘어날수록 내식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장보기에 관한 수요 감소가 나타나는 구간”이라고 말했다. 

2차 소비쿠폰은 22일 지급을 시작했다. 두 차례에 걸쳐 지금된 소비쿠폰 사용액의 대부분이 3분기에 쓰일 공산이 큰 셈이다.

이마트는 7월 1차 소비쿠폰 지급 앞뒤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7월 기존점 매출을 지난해 같은달보다 1.8% 늘렸다. 하지만 8월부터는 매출 후퇴를 피하지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는 2분기 별도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을 1년 전보다 모두 개선했으나 연결 이커머스 자회사 적자가 확대되면서 주가 하락세가 가팔라졌다. 7월 중순 10만 원에 육박했으나 8월 실적 발표 뒤 8만 원 아래로 떨어지더니 현재는 7만 원 중반 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 사장은 3분기 실적 방어를 위해 이마트가 지닌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이마트 소비 회복세에도 3분기 실적 보릿고개, 한채양 미리 팔고 할인 늘려 방어 총력

▲ 이마트 추석 물가 안정 행사 홍보 이미지. <이마트>

이마트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 사전예약을 지난해보다 4일 늘려 한발 빠르게 시작했다. 26일까지 행사카드로 선물세트를 사면 상품별로 최대 50%를 할인하고 금액대별로 최대 150만 원 신세계상품권을 증정한다.

또 기간 내에서도 1차 8월18일~9월12일, 2차 9월13~9월19일, 3차 9월20일~9월26일로 나눠 결제 금액의 각각 15%, 10%, 5%의 상품권을 제공한다. 일찍 구매할수록 혜택 규모가 큰 셈이다. 지난해에도 이 같은 혜택을 제공했지만 올해는 1차, 2차 기간 최대 지급 상품권 규모를 20~30만 원 더 키웠다. 

27일부터 시작하는 추석 선물세트 본 판매에서도 사전예약 혜택을 연장하고 본 판매 전용 선물세트를 마련하며 고객 몰이에 나선다.

이마트 관계자는 “최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사전예약 혜택을 대폭 확대하고 상품 구색에 있어서도 전통적인 한우·과일·굴비 세트는 물론, 합리적 가격대의 가성비형 세트와 희소성을 앞세운 프리미엄 세트를 동시에 준비해 고객 선택권을 넓혔다”며 “그 결과 이마트의 올 추석 사전예약 기간(8월18~9월23일) 매출은 지난해 추석보다 20%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최근 추석 산지 직송 선물세트도 강화했다. 암소한우, 제주 옥돔, 은갈치 등 산지 직송 선물 세트를 지난해 보다 2배로 늘리고, 산지에서 주문 상품을 고객 집으로 바로 배송해주는 자사 서비스 ‘오더투홈’을 도입했다.

한 사장은 3분기 실적에 있어 9월5일 새로 문을 연 트레이더스 24호점인 인천 구월점에 거는 기대가 클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에 따르면 구월점은 역대 트레이더스 개점 첫째, 둘째날 최대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기존 최대 기록은 트레이더스 마곡점이 세운 20억 원, 24억 원이었는데 구월점이 15%가량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사장은 올해 들어 공격적인 출점 전략을 재가동하고 통합 매입을 통한 원가절감을 바탕으로 할인 행사 규모를 키우며 실적 반등을 이끌어왔다.

한 사장이 올 3분기 추석 특수가 비껴가고 소비쿠폰 사용처에 수요를 빼앗긴 가운데도 1년 전 수준의 매출을 지켜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마트 관계자는 “추석 성수기 집중 공략과 신규 출점 점포 흥행, 초저가 자체브랜드(PB) 출시 전략 등을 펼치고 있다”며 “대형마트 업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3분기 실적 방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