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수협과 오리온이 함께 김 등 수산물을 가공해 각종 식품을 만드는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진 수협중앙회장과 허인철 오리온 부회장은 18일 수협중앙회 본사에서 수산물 가공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이날 노동진 회장은 “원물 위주의 유통을 넘어 가공·브랜드화·수출까지 아우르는 고부가가치 수산물 산업 선진화의 시발점이 되도록 글로벌 식품기업인 오리온과의 전략적 협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허인철 부회장도 “우리 수산물의 해외 시장을 넓히고 글로벌 위상을 확립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수협과의 합작사업은 오리온의 또 다른 미래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협과 오리온은 총자본금 600억 원을 출자해 10월 중 어업회사법인 ‘오리온수협’을 설립한다. 이 회사의 지분은 절반씩 나눠 갖는다.
오리온수협은 수협의 수산물 공급 능력과 오리온의 글로벌 제조·유통 역량을 결합해 한국 수산물의 세계화를 추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수협이 우수한 품질의 수산물을 공급하면 오리온수협이 완제품을 만들어 오리온에 납품한다. 오리온은 식품 가공 능력과 마케팅·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제품의 브랜드화와 국내외 판매를 담당한다.
두 회사는 첫 번째 사업으로 마른김을 활용한 김 제품을 생산하기로 했다. 이후 수산물을 활용한 스낵류 등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을 개발해 사업 영역을 확대한다.
노동진 회장은 어업인 소득증대를 위해 해외 수출 판로를 넓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국내 수산물 소비가 정체된 가운데 수출을 통해 판매를 늘리려는 것이다.
이번 오리온과의 합작법인 설립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노 회장은 2023년 3월 수협중앙회장이 되면서 ‘어업인이 부자되는 세상, 어부(漁富)세상’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2024년 11월에는 한국수산무역협회와 수산식품 수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노 회장은 “한국 수산물이 세계무대로 저변을 넓혀 가도록 수산무역 활성화에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오리온 입장에서 이번 합작법인 설립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려는 시도로 평가된다. 허인철 부회장은 오리온의 식품 사업을 다각화하고 바이오 등 신사업을 적극 키우고 있다.
노동진 회장은 1954년 경남 진해 출신으로, 창신대학교 중국어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어업인 후계자로 선정됐고, 피조개 양식업을 하던 부친이 세상을 떠난 후 사업을 물려받았다.
진해수협 비상임이사를 거쳐 2015년 진해수협 조합장, 2021년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가 됐다. 2023년 2월 수협중앙회장에 당선돼 같은 해 3월 임기를 시작했다.
허인철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마산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삼성물산에서 일하다 1997년 신세계로 옮겨 신세계 경영지원실 재경담당 상무, 경영지원실 관리담당 상무, 경영지원실 부사장, 그룹 경영전략실 사장,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을 지냈다.
2014년 오리온그룹으로 자리를 옮겨 2017년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과 오리온 경영총괄 부회장이 됐다.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이 경영 최일선에서 물러나고 후계자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공백을 매우며 신사업 확장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이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