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코스알엑스의 실적 성장세가 점점 둔화되고 있다. 사진은 챗GPT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재고 확대에 따른 운전자본 부담이 발목을 잡으면서 내실 성장의 핵심 지표인 현금흐름이 주춤한 상황이다. 실적 자체는 여전히 탄탄하지만, 현금 운용 측면에서는 다소 불안정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10일 코스알엑스의 실적을 종합해보면 2023년 이후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 뚜렷하다.
코스알엑스는 지난해 매출 5898억 원, 영업이익 1769억 원을 기록했다. 2023년보다 매출은 21.3%, 영업이익은 9.9% 증가했다. 2023년에는 전년보다 매출은 137.9%, 영업이익은 215.7% 급증했던 점을 감안하면 성장 속도가 확연히 둔화됐다. 상승세는 이어갔지만 이전의 폭발적인 성장세와는 분명한 온도차가 존재한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은 “코스알엑스는 현재 북미, 동남아시아 등 주요 성장 시장에서의 가격 안정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며 “유럽에서도 기업 간 거래(B2B) 거래선 축소로 당분간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적뿐 아니라 현금흐름도 둔화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의 변동은 2023년 –232억 원에서 2024년 –482억 원으로 악화됐다. 재고자산과 매출채권이 늘고, 매입채무는 줄면서 현금 유출이 커진 결과다.
핵심은 재고다. 코스알엑스의 재고자산은 2023년 704억 원에서 2024년 994억 원으로 1년 사이에 41.2%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 증가율이 21.3%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재고 증가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 이 과정에서 2023년 449억 원, 2024년 352억 원의 현금이 재고에 묶였다.
특히 지난해 기초상품재고액은 630억 원으로 전년보다 158.2%나 늘었다. 기말상품재고액도 967억 원으로 같은 기간 53.5% 증가했다. 회계연도 초와 말 모두에서 재고가 크게 불어난 셈이다. 재고자산회전일수도 같은 기간 195일에서 205일로 증가하며 현금화 속도가 둔화됐다.
재고 확대에 따른 리스크는 단순히 자금 유동성 악화에만 그치지 않는다.
재고가 제때 판매되지 않으면 평가손실 발생, 유통망 적체, 공급망 비용 상승 등의 파생 부담으로 이어진다. 재고가 늘어날수록 운전자본 효율은 떨어지고, 자산 대비 실질 수익성 역시 왜곡될 수밖에 없다.

▲ 아모레퍼시픽 인수 이후 코스알엑스의 재고자산이 점점 불어나고 있다. <코스알엑스>
아모레퍼시픽이 2023년 10월 코스알엑스를 완전 인수한 뒤 이러한 흐름은 더욱 뚜렷해졌다. 해외시장에서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량 생산과 선제적 물량 비축 전략을 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모레퍼시픽의 코스알엑스 인수는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2021년 1800억 원을 들여 지분 38.4%를 확보했다. 당시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도 함께 부여받았다. 이후 2023년 10월 7551억 원을 투입해 잔여지분 29만9천 주를 인수하며 코스알엑스의 완전한 주인이 됐다.
재고에 이어 매출채권도 부담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매출채권은 2023년 173억 원에서 2024년 246억 원으로 늘어나며 불과 1년 만에 40% 이상 증가했다. 외형은 커졌지만 그만큼 운전자본 부담도 한층 무거워졌다.
일각에서는 유통 채널 다변화와 현지 도매처 확대 과정에서 대금 회수가 늦어진 영향이 작용했을 것으로 해석한다. 북미와 일본 등 전략 시장에서 매출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현금 유입 속도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며 단기 현금 확보력이 약화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매출채권 회전일수는 2023년 13일에서 2024년 15일로 늘어났다. 외상값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이 길어진 것이다. 불과 이틀 차이지만 매출 규모가 수천억 원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현금흐름에 미치는 압박은 결코 작지 않다. 외형 성장이 오히려 현금흐름 악화라는 아이러니로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 같은 흐름은 코스알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K-뷰티 기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성장 전략의 딜레마 가운데 하나다. 고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재고를 공격적으로 확보하고 판로를 넓히는 전략은 단기 실적을 끌어올리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내실에 균열을 낼 수 있다.
특히 화장품 산업은 트렌드 변화 및 유통 주기가 짧으며 소비자 반응도 민감하다. 재고가 쌓이면 단순히 현금흐름이 악화되는 데 그치지 않고, 신제품 출시 속도와 마케팅 전략까지 제약할 수 있다. 재고관리 역량은 기업의 생존력과 직결되는 핵심 변수라는 평가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금흐름은 기업 지속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 가운데 하나”라며 “투자자의 경우에도 실적뿐 아니라 운전자본 구조, 재고 회전율, 채권 회수력 등 핵심 지표를 함께 살펴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예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