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리온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전무(사진)가 유력한 승계 후보자로 점쳐지고 있지만 장녀인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장의 존재가 변수가 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픽 씨저널>
담 회장(1955년생)과 이 부회장(1956년생)이 이제 고령에 접어든 만큼 향후 승계 구도가 주목된다.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은 담경선 오리온재단 이사장(1985년생)과 담서원 오리온 경영지원팀 전무(1989년생)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이 중 장녀인 담 이사장은 지주회사인 오리온홀딩스와 일부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을 뿐 회사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은 채 공익재단 운영에만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오리온에서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장남 담 전무가 사실상 후계자로 낙점됐다고 본다.
담 전무는 오리온에서 회사의 중장기적인 사업전략 수립과 글로벌 사업 지원, 신사업 발굴 등 경영 전반에 걸친 실무를 수행하고 있다.
다만 향후 지분 승계와 관련해 담 이사장의 존재가 변수가 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담 이사장은 미국 뉴욕대를 졸업하고 컨설팅 회사를 거쳐 2010년 오리온에 입사해 과자 브랜드 마켓오 사업부에서 일했다. 다만 2017년 결혼 이후 그룹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담 전무는 미국 뉴욕대 커뮤니케이션학과와 중국 베이징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21년 오리온에 입사했다.
경영관리파트 수석부장, 경영지원팀 상무를 거쳐 2025년 1월 경영지원팀 전무(미등기)로 승진했다. 바이오 계열사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사내이사를 겸하고 있다.
◆ 담서원 개인회사 통한 승계 재시도?
오리온은 2017년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기존 오리온을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사업회사)으로 인적분할했다. 현재 오리온홀딩스는 오리온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지주회사다.
오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창업주 이양구 전 회장의 차녀인 이화경 부회장으로, 32.63%의 지분을 갖고 있다. 이어 담 회장 28.73%, 담 이사장 1.22%, 담 전무 1.22%, 전문경영인인 허인철 오리온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0.10% 순이다. 오리온홀딩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63.9%에 달한다.
유력한 후계자인 담 전무의 지분율은 아직 미미한 상태다. 담 전무는 오리온홀딩스 지분 1.22%, 오리온 지분 1.23%만을 들고 있다.
담 전무가 담 회장과 이 부회장의 지분을 물려받기 위해서는 지분 매입이나 증여세를 위한 천문학적인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담 전무가 아직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인 만큼 승계 작업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뤄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향후 담 전무는 오리온홀딩스와 오리온에서 받은 배당금으로 자산을 늘리며 부모의 지분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오리온그룹은 담 전무의 개인회사를 승계 창구로 삼아 편법승계를 시도한 사실이 있다. 여론 악화에 따라 중도에 포기하기는 했지만 이를 재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담 전무는 2013년 홍콩에 스텔라웨이라는 개인회사를 세우고 그룹 계열사인 랑팡그린에코팩키징(LangFang Green Eco Packaging, 옛 랑방애보포장유한공사)을 인수했다. 인수자금은 주식담보대출 등으로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랑팡그린에코팩키징은 중국에 있는 포장재 제조사로, 오리온 중국 계열사에 포장재를 납품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 왔다. 랑팡그린에코팩키징은 담 전무의 스텔라웨이에 높은 배당을 지급했다.
하지만 편법승계 논란이 일자 담 전무는 2015년 이 회사를 중국 오리온푸드에 넘겼다. 이 과정에서 약 80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중장기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승계 창구를 잃게 됐다.
현재로서는 편법승계 논란을 일으킬 만한 다른 승계 창구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한편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에 따라 개인회사를 승계 창구로 이용하는 편법승계는 더 이상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있다.

▲ 담철곤 오리온 회장이 2019년 12월3일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제주용암해수단지에서 열린 오리온 제주용암수 공장 준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담 전무의 누나인 담 이사장은 현재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향후 승계 구도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남매의 나이가 아직 젊은 데다 두 사람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율(1.22%)이 같기 때문이다. 특히 담 회장 부부가 보유한 지주회사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남매에게 물려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또한 담 이사장이 맡고 있는 공익법인 오리온재단이 향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우회적인 지분 확보의 통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담 회장 부부 등 오너 일가의 법적·사회적 리스크가 불거지는 경우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오너 가족이 일정 역할을 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될 수도 있다.
이 밖에도 현재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담 전무가 향후 경영능력 검증에 어려움을 겪거나 담 회장 부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예상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담 이사장이 경영 참여를 선언하거나 지분 확대를 시도할 수 있다.
오리온의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인수의 최대 수혜자가 담 이사장이라는 의견도 있다. 담 이사장이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의 대주주 팬오리온의 지분 1.61%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담 전무는 팬오리온 지분을 들고 있지 않다.
팬오리온(Pan Orion)은 오리온의 자회사이자 오리온 그룹의 중국 사업을 관할하는 지주회사로, 홍콩에 있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25.5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는 표적 항암치료제인 항체약물결합체(ADC, Antibody-Drug Conjugates)를 개발하는 바이오기업이다. 항체, 페이로드, 링커 등 ADC의 3가지 구성요소 중 링커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다. 2024년까지 이뤄진 기술이전 계약 규모가 누적 9조 원에 달하며, 주식시장에서도 ADC 대장주로 불린다.
이에 따라 담 회장 부부가 중장기적으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를 중심으로 하는 바이오 사업을 담 이사장 몫으로 떼어주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다만 담 전무가 오리온의 바이오 신사업 발굴에 적극 관여하고 있고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사내이사로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속단할 수 없다는 견해가 힘을 얻고 있다.
또한 담 회장이 자신의 팬오리온 지분(3.23%)을 담 전무에게 물려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씨저널과 통화에서 “담 이사장은 현재 오리온그룹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으며, 바이오 사업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이승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