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 방한으로 'MASGA' 구체화, 한화오션 HD현대 역할 주목

▲ 한화그룹이 인수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한화 필리조선소 5도크에서 7월16일 국가안보다목적선박 건조의 마무리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조선 산업을 재건하려 하는 가운데 한국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상원의원을 비롯한 미국 정치권도 한화오션이나 HD현대중공업과 협업을 물색하고 있어 '한미 조선업 협력'이 점차 구체화하는 모양새다. 

미국 민주당 소속 태미 더크워스(일리노이)와 앤디 김(뉴저지) 상원의원 2명이 17일 방한해 한국 조선업체 임직원과 접촉할 예정이라고 AP통신이 보도했다. 

구체적인 대상 기업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모두 지난해부터 미 해군의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자격을 확보해 한미 조선업 협력의 기초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날 비즈니스포스트와 나눈 통화에서 “상원의원이 조선업계 관계자와 만남 주선을 원한 것으로 안다”며 “조선소 시찰 일정은 미정”이라고 말했다. 

두 의원은 미국 해군 보조함과 비전투 함정의 공동 건조와 수리 협력, 합작법인 설립 가능성 등을 한국 조선업 관계자와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더크워스 의원은 상원 군사위원회 소속이기도 하다.

더크워스 의원은 HD현대중공업을 두고 “미국 본토 조선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한 적이 있다”며 “현재 미국의 조선 시설은 노후화했고 수리에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조선업 부흥”을 내세우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한국 정부는 한미통상협상 과정에서 영문 앞글자를 따서 ‘마스가(MASGA)’라고 불렀다. 

중국 조선업 경쟁력이 빠르게 올라 미국은 경제는 물론 안보 측면에서 대응이 시급한 상황에 빠져있다.

‘마스가’는 외국에서 건조한 선박을 미국에 수입하는 방식을 넘어 미국 내에서 새로운 선박을 건조하는 방안까지 담고 있다. 미 국방부도 연간 470억 달러(약 65조 원) 규모의 조선 예산 편성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씽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미국 조선업은 2024년 기준 글로벌 점유율이 0.1%에 불과하다. 

53%인 중국은 물론 한국과 일본에 크게 뒤처져 있다. 이에 미 해군은 함선 건조 일정이 1~3년 지연돼 있다. 

그러나 조선소 건설과 기술력 축적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보니 조선 강국인 한국이나 일본 등의 도움이 절실하다.

더크워스 상원의원은 “미국 조선업은 2003년 이라크전 때보다 역량이 줄어 노후화가 심각하다”며 “2년씩 본토에서 수리를 기다리는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한국 조선 기업의 존재감을 키우는 요소이다. 

두 기업이 미국에 생산 거점을 마련하거나 미 해군 사업 수주를 따내며 존재감을 입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원의원 방한으로 'MASGA' 구체화, 한화오션 HD현대 역할 주목

▲ 중국 장쑤성 양저우에 위치한 진링 조선소에서 7월21일 선박 건조 작업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한화오션은 지난해 12월 한화그룹의 필리조선소 인수로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했다. 

올해 미 해군 군수지원선(USNS 월리 시라) 정비 수주에도 성공했다고 3월13일 발표했다. 

HD현대중공업도 이번 달 6일 미 해군 7함대 소속의 4만1천톤 급 화물 보급함 ‘USNS 앨런 셰퍼드’함의 정기 정비 사업을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조선 업계에서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미 해군 함정 수리 및 생산의 추가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바라본다.

한국 정부도 트럼프 정부와 한미 관세협상을 벌이면서 미국 조선업 투자를 직접 제안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미 통상 합의에 포함된 3500억 달러(약 484조 원) 규모의 펀드 가운데 1500억 달러(약 207조 원)는 조선협력 전용”이라며 “우리 기업의 미국 조선업 진출을 든든하게 뒷받침할 것“이라고 썼다. 

이 대통령이 25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한 뒤 다음 날 필리조선소를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는 닛케이아시아 보도도 16일 나왔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한·미 조선 협력 업무를 전담하는 상주 사무실을 미국에 두려 한다는 소식도 들린다.

미국에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거점을 두고 한국 정부가 지원에 나서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닛케이아시아는 ”미국은 쇠퇴하는 조선 산업을 복구하기 위해 한국의 전문 지식과 자본을 활용고자 한다”며 “이 대통령의 방미 일정은 한미 관계에서 조선업의 중요성을 상징한다”고 평가했다. 

요컨대 한국과 미국 양국 이해관계가 맞아 정치권을 중심으로 조선업 협력을 구체화하는 가운데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등 기업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케네스 G. 황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11일 월스트리트저널을 통해 “미국과의 경쟁으로 중국 조선업도 빠르게 개선될 것”이라며 한·미 협력이 중국 업계를 자극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