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01-19 16: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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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현 금융위원장(왼쪽 6번째)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왼쪽 7번째) 등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을 위한 금융권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 사장 등도 참석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소액 연체자 가운데 일정 시기까지 연체액을 모두 상환하면 연체기록을 공유하지 않기로 하는 서민·소상공인 신용회복지원 방안, 일명 ‘신용사면’이 3년 만에 다시 추진됩니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지원 조치 이행을 위해 15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 모여 협약을 체결했는데요.
이날 협약식 참석자를 보면 유난히 카드사 사장들이 눈에 많이 띕니다.
국내 전업카드사는 모두 8곳인데 그 절반인 4개 카드사의 사장이 참석했습니다. 바로 문동권 신한카드 사장, 김대환 삼성카드 사장, 이창권 KB국민카드 사장, 최원석 BC카드입니다.
금융권의 협조가 필요한 자리에 금융사 사장이 참석하는 것은 특별할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은행 등 다른 금융권에서는 협회장만 업권을 대표해 참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카드업계에서만 여신금융협회장에 더해 사장단까지 대거 온 것이라 CEO의 참석이 눈에 띌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카드사 사장단의 참석에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들은 카드업계를 대표해 참석한 것이 아닙니다. ‘신용평가업계’를 대표해 협약식에 참석했다는 후문입니다.
협약식에 참석한 4개 카드사는 모두 개인사업자 신용평가(CB)업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관련 사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마이크레딧’, KB국민카드는 ‘크레딧트리’, BC카드는 ‘비즈크레딧’이라는 이름으로 개인사업자 CB업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삼성카드는 2023년 9월 본허가를 취득했지만 아직 따로 정해진 명칭은 없는 듯 합니다.
이에 따라 신용정보 제공자로서 지원조치에 협조하기 위해 협약식에 참석한 것이죠.
이번 협약식을 알린 금융위원회도 보도자료를 통해 참석자들을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등 금융협회, 농협중앙회 등 상호금융중앙회, NICE평가정보 등 '신용정보회사'라고요.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본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어 신사업으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내주는 과정에서 본업에서 확보한 가맹점 결제 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대출 대상을 늘릴 수 있다는 거죠. 기존 평가에서 대출이 불가했던 소상공인들도 다양한 평가지표를 반영하면 대출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카드사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데이터사업의 연장선에서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하고 있는 것인데요. 업계에 따르면 데이터분야에서 카드사 데이터 역시 으뜸으로 꼽힙니다.
그러나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에 진출하는 이면에는 카드업계 본업인 결제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있습니다.
카드업계는 이처럼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사업에서 본업의 수익성을 보완할 정도로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겁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여신전문금융회사 CEO 신년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 시장 규모는 500억~6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이터사업으로 넓혀봐도 아직까지 수익 측면에서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데이터사업에서 두각을 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신한카드의 데이터사업 매출도 연간 100억 원 정도로 전해집니다.
'역대급 불황'을 겪었다는 지난해에도 전업카드사 8곳의 3분기 누적 순이익 합산은 2조 원이 넘습니다.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시장 전체를 차지한다고 해도 기존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셈입니다.
그런데 카드사들이 확보하는 데이터는 이번 신용사면 협약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한 측면에서도 자주 사용됩니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내놓은 상생금융 방안에도 데이터를 활용한 소상공인 컨설팅 방안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결국 수익성이 받쳐줘야 카드사들이 개인사업자 신용평가업을 지속하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 관련 상생방안도 확대할 텐데 이를 위해서는 금융당국의 지원도 필요해 보입니다.
금융당국도 어느정도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신용사면 협약식 다음날 열린 여전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취약차주 채무조정에 대한 여전업권의 협조를 요청한다”며 “금감원은 여전사 미래 성장동력을 위해 부수 업무 등을 지원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