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5곳의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3명이 바뀐 ‘물갈이 인사’에도 유임됐다. 

김 사장이 삼성카드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을 뿐만 아니라 리스크관리에서도 두각을 드러낸 점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금융 사장단 물갈이에도 '유임' 김대환, 삼성카드 내년 안심할 수만은 없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이 큰 폭의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사장단 교체에도 자리를 지켰다.


다만 이번 인사에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도 자리에서 내려 온 만큼 김 사장이 2026년까지인 임기를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김 사장의 유임 결정에는 ‘성과 우선주의’라는 삼성그룹의 인사 철학이 반영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 사장은 올해 고금리 여파에 카드업계가 부진한 실적을 거두는 가운데서도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삼성카드는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연결기준 순이익 4301억 원을 올렸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5.8% 줄어드는 데 그쳤다.

카드수수료 인하, 조달금리 상승 등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 순이익이 두자릿수 이상 급감한 전업카드사가 대부분인 상황에서 선방한 셈이다.

삼성카드가 이처럼 양호한 수준의 순이익을 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김 사장의 선제적 리스크관리와 비용절감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사장은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기 전 장기물 위주로 여전채를 조달했고 그 덕에 삼성카드는 금리 인상에 따른 조달비용 영향을 적게 받았다. 

올해 3분기 삼성카드의 조달 이자율은 2.67%로 지난해보다 0.3%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전업카드사 7곳의 조달 이자율은 평균 0.76%포인트 상승했다.

올해 초부터 카드 대출한도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비용 부담이 될 수 있는 자동차 할부금융 캐시백 등을 축소해 판관비도 낮췄다.

김 사장은 앞서 2년 연속 삼성카드의 최대 실적을 이끈 성과도 있다.

삼성카드는 2021년 연결기준 순이익 5511억 원을 내며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는데 2022년 순이익 6223억 원을 거두며 다시 한 번 새 기록을 썼다.

실적 부문에서만 성과를 낸 것도 아니다. 김 사장은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마주한 위기에서 디지털 역량을 발휘해 고비를 넘기는 일에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는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과 관련해 삼성생명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제재에 따라 마이데이터사업 등 신사업에 한동안 진출할 수 없었다. 

이 시기 경쟁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대응하면서 계열사 시너지를 내기 위한 대안 역할을 한 것이 계열사 통합앱 ‘모니모’다.

모니모는 삼성카드가 중심에 서고 삼성화재, 삼성생명, 삼성증권 등이 투자금을 분담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다.

다만 이런 성과에도 김 사장이 내년 임기를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이 이번 인사에서 임기가 2년 이상 남았음에도 자리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삼성금융 사장단 물갈이에도 '유임' 김대환, 삼성카드 내년 안심할 수만은 없다

▲ 삼성금융네트웍스가 통합앱 모니모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개시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


김 사장은 2020년 3월 삼성카드 대표에 취임해 올해 3월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했다.

김 사장이 2026년 3월까지 임기를 무난히 마치기 위해서는 삼성카드 앞에 놓인 과제들을 해결하며 내년 성과에 더욱 신경써야 하는 셈이다.

삼성카드는 우선 업계 2위를 지키기 위한 강도 높은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가 애플페이 효과로 빠르게 성장하며 카드사 본업으로 꼽히는 개인 신용판매 취급액에서 10월 기준 2위에 올라서며 삼성카드 자리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2024년 하반기부터 기준금리가 인하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만큼 변화된 환경에 따라 실적 성장을 이뤄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평가된다.

기반이 갖춰진 데이터사업도 성과를 내야 할 분야로 꼽힌다. 삼성카드는 삼성그룹 금융계열사 가운데 유일한 마이데이터 사업자로 최근 모니모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그동안 마이데이터 서비스 부재가 모니모의 약점으로 꼽혔는데 이를 해소했다는 점에서 김 사장은 부진했던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확대 등의 성과가 필요하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