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6월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3프로야구 한화이글스와 롯데자이언츠의 경기에서 승리한 롯데 래리 서튼 감독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자이언츠가 내년에는 다른 모습을 정말 보여줄까.
14일 프로야구 팬들의 반응을 종합하면 LG트윈스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앞으로는 롯데자이언츠만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는 실력이 좋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롯데자이언츠가 LG트윈스보다 더 오랜 기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한 비운의 구단이라는 점 때문이다.
롯데자이언츠는 현재 프로야구(KBO)리그에 소속된 10개 구단 가운데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지 가장 오래된 구단이다. 199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게 마지막이다. 무려 31년 전이다.
이런 기록은 구단 입장에서 썩 달갑지 않지만 그래도 완전히 불명예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LG트윈스 역시 13일까지만 하더라도 28년 동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과 연을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LG트윈스가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서 롯데자이언츠의 처지가 외로워졌다.
과거 역사를 되짚어보면 롯데자이언츠에게도 기회는 있었다. 1995년과 1999년에는 준우승도 했다. 하지만 2000년대부터는 우승 후보군에 제대로 끼지조차 못했다.
2007년 말부터 2010년 말까지 롯데자이언트 사령탑을 맡았던 제리 로이스터 전 감독 시절에는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도 했다. 로이스터 전 감독에게 바통을 넘겨받았던 양승호 전 감독 시기에도 롯데자이언츠는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올랐다.
당시에도 3위를 한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후에는 4년 연속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하며 포스트시즌 진출과 거리가 먼 구단이 됐다.
2017년에는 포스트시즌에 올라가기도 했었지만 당시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해 최종 순위 3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면서 롯데자이언츠는 남들의 가을야구 잔치를 6년 연속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시즌 동안 롯데자이언츠가 가을야구에 진출했던 시기는 단 한 번 뿐이다.
롯데자이언츠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으로서는 속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반만 하더라도 롯데자이언츠는 KBO리그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4월 기준으로 롯데자이언츠는 총 22번의 경기 가운데 14승을 거뒀다. 4월 성적 기준으로 11년 만에 1위에 오른 것이었다.
5월에도 승률 0.591을 기록하며 2위를 유지하자 팬들 사이에서 ‘올해는 다르다’ ‘올해는 다를 수 있다’는 기대가 피어올랐다.
신동빈 회장이 직접 나서 선수들을 격려했던 데에도 모두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신 회장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9연승한 롯데자이언츠 선수단에게 총 4천만 원에 가까운 선물을 돌렸으며 기세가 조금 움츠렀던 6월 중순에도 선수들에게 ‘기세도시락’을 선물하며 사기를 북돋아줬다.
하지만 결국 롯데자이언츠는 올해 정규리그 순위를 7위로 마무리했다. 프로야구 관련 커뮤니티와 게시판을 살펴보면 롯데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는 반응이 대다수를 이룬다.
우승의 기억이 오래 되다 보니 내년 시즌을 앞두고도 롯데자이언츠 팬들 사이에서는 기대감이 높지 않다. 하지만 야구팬 전체적으로 보면 롯데자이언츠에게 희망이 아주 없지는 않다는 의견도 있다. 바로 새 감독을 향한 기대 덕분이다.
▲ 프로야구단 롯데자이언츠의 김태형 신임 감독이 10월24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
롯데자이언츠는 10월 말 두산베어스 감독 출신의 김태형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김 감독은 KBO리그에서 팬들과 야구선수 모두에게 두루 인정받는 명장으로 꼽힌다.
2015년 두산베어스 감독에 부임한 뒤 한 시즌 최다 승인 93승 거두며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대기록도 쌓았다. 이 기간에 한국시리즈 우승만 3차례 따내 정규시즌과 단기전에 모두 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신 회장은 롯데자이언츠에 적합한 감독을 찾기 위해 고심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은 “리더십과 승리 정신을 바탕으로 경기력을 올리고 선수들의 장단점을 두루 파악해 적재적소에 기용할 수 있는 감독을 선발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따라 롯데자이언츠는 롯데지주와 함께 감독을 물색하다가 결국 김태형 감독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롯데자이언츠가 앞으로 성과를 내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신 회장의 의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감독은 10월 말 진행된 감독 취임식에서 올해 자유계약(FA) 선수가 되는 안치홍 선수와 전준우 선수를 두고 “감독 입장에서는 많은 선수가 욕심이 날 수밖에 없다”라면서 “팀에 필요한 선수들이라고 구단에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사실상 구단주에게 팀의 핵심 선수들을 재계약하는데 성공시켜달라는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신 회장이 앞으로 롯데자이언츠에 얼마를 투자하느냐가 김 감독의 요청에 대한 답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상황이 녹록하지만은 않다. 올해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썩 좋은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롯데자이언츠는 지난해 유강남·노진혁·한현희 선수를 영입하는데만 170억 원을 쓰기도 했다는 점에서 추가 투자에 여력이 없을 수도 있다. 남희헌 기자